삼성전기, AI용 MLCC 1조원 ‘잭팟’…부품 확보전에 가격 협상력 커진다

김은빈 2026. 9. 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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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서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로 1조원이 넘는 초대형 수주를 따냈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대형 기업과 1조722억원(약 7억8000만 달러) 규모 AI 서버용 MLCC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AI 서버용 MLCC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억 달러(약 1조9000억원)에서 2030년 58억 달러(약 7조9000억원)로 4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AI 서버용 고사양 MLCC 수요가 늘면서 고객사들이 MLCC 생산업체의 생산능력을 사전에 확보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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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서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로 1조원이 넘는 초대형 수주를 따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사양 MLCC 수요가 급증하고, 고객사들이 필요한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수요 증가를 공급 확대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MLCC 시장의 주도권이 고객사에서 공급업체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대형 기업과 1조722억원(약 7억8000만 달러) 규모 AI 서버용 MLCC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삼성전기의 지난해 매출의 9.5%에 달한다. 계약 기간은 내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1년이다.

단일 MLCC 공급계약으로는 삼성전기 역대 최대 규모다. 계약 상대방은 영업비밀 보호 요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메타,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AI 기업 중 하나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최근 주요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나 AI 반도체 업체들이 AI 인프라 확대에 나서면서 서버용 MLCC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은 올해 들어 세 번째 대형 MLCC 장기공급계약(LTA)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5월 1조5570억원 규모의 실리콘 커패시터 수주를 시작으로, 6월 4539억원, 8월 2951억원 규모의 MLCC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까지 포함해 삼성전기는 올해 3조3200억원 규모의 MLCC 수주 실적을 올렸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기업 10여곳과 유사한 LTA를 체결하고 있어 향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신규 공급 계약을 따낼 것으로 기대된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조절하고 부품 사이의 신호 간섭을 막는 부품이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서버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면서 MLCC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보다 10배 이상의 MLCC가 필요하다. 엔비디아의 신형 칩 ‘베라 루빈’에 총 80만 개가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AI 서버용 MLCC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억 달러(약 1조9000억원)에서 2030년 58억 달러(약 7조9000억원)로 4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공급이다. AI 서버용 MLCC는 범용 제품보다 생산 난도가 높아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 AI 서버는 하루 24시간 가동되면서 많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AI 서버용 MLCC는 많은 전기를 저장하면서도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생산이 까다로운 탓에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 등 소수 업체만 제대로 공급하고 있다. 독자기술이 있는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시장에서 4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MLCC 공장 가동률이 95%에 달하지만, 수주 대비 출하 비율(B/B)은 1.5 수준으로 주문량이 출하량을 크게 앞서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MLCC 시장에서는 부품업체가 고객사의 주문에 대응해 생산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AI 서버용 고사양 MLCC 수요가 늘면서 고객사들이 MLCC 생산업체의 생산능력을 사전에 확보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AI 가속기와 서버 생산을 늘리고 있는데 필요한 부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완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계약은 AI 서버용 MLCC를 둘러싼 수급 환경이 공급업체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통상 장기공급계약(LTA)은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는 대신 공급업체가 가격을 양보하는 경우가 많지만, 삼성전기는 최근 계약에서 물량과 가격 조건을 함께 확보했다.

생산능력(캐파) 배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iM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서버용 고용량 MLCC는 범용 제품보다 제조에 더 많은 캐파가 필요해, 서버용 MLCC 1개 생산에 범용 제품 3개에 해당하는 생산능력이 투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이번 계약으로 약 1800억개의 범용 MLCC 생산능력이 서버용으로 이동하고, 앞서 체결한 계약까지 합치면 전환 규모는 약 3000억개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기의 2027년 예상 세라믹 생산능력의 약 23%에 해당한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은 앞선 두 건의 계약 대비 더 우호적인 조건으로 성사된 것으로 파악된다. 수급 상황에 따라 추가 인상이 가능한 여지도 남겨뒀으며 수익성은 최소 30% 이상일 것”이라며 “업황 수급이 빠듯해지며 공급 업체의 가격 협상력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기 MLCC 핵심 고객이 연간 5000억원 내외로 구매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규모”라며 “고용량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는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MLCC 가격 인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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