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인 실종 터널 입구, 큰 바위에 막혔다” 셰르파 증언

김영주 2026. 9.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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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북부 라수와 지역 칠리메 수력발전소 터널 입구를 수색하는 젠젠 라마. 로이터=연합뉴스

히말라야 8000m 고산 등반을 돕던 셰르파(고산 등반 가이드)들이 산이 아닌 진흙으로 가득 찬 터널로 들어갔다. 네팔을 강타한 대홍수로 수력발전소 터널에 수백 명이 갇혔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에베레스트(8848m)를 7차례 등정한 젠젠 라마를 비롯한 셰르파들은 고산 등반에서 익힌 로프와 확보 기술을 이용해 터널을 수색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헬기로 트리슐리강 상류로 이동한 뒤 칠리메 수력발전소 터널을 수색하고, 지난 1일엔 한국 기업이 건설 중인 어퍼 트리슐리1 발전소가 있는 마일룽 콜라(Mailung Khola) 지역의 현장을 수색했다고 2일 오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말했다. 젠젠은 “한국인 실종자를 수색하기 위해 그쪽에 갔다. 하지만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며 “현장이 너무 험해서 (터널에) 진입을 할 수 없었다. 왜냐면 입구에 엄청나게 큰 바위들이 막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팔 북부 라수와 지역 칠리메 수력발전소 터널 입구를 수색하는 젠젠 라마. 사진 젠젠 라마 SNS

앞서 수색에 참여한 칠리메에서는 시신을 발견했다. 그는 “터널 입구 바깥쪽에서 시신 1구가 있었다. 터널 내부에서는 찾지 못했고, 샌들과 가방 등 소지품만 여러 개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터널 안으로 100m 정도 들어갔지만, 진흙과 물이 너무 많고 터널 내부가 막혀 있어 접근이 매우 어려웠다. 로프를 설치하고 진입하려 했지만 진흙 때문에 수색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칠리메와 마일룽 콜라에 있는 발전소의 터널 깊이는 수백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셰르파들은 자발적으로 구조에 참여했다. 네팔국립산악가이드협회(NNMGA)는 대홍수가 난 후 네팔 정부에 투입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장 상황이 열악해 4일을 기다려야 했고, 지난 29일에야 칠리메에 투입됐다. 온라인카바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젠젠을 포함한 6명의 산악가이드와 심릭 헬리콥터 팀이 투입됐다.

로프와 깔판을 이용해 칠리메 수력발전소 터널 진입을 시도하는 고산 가이드. [로이터=연합뉴스]

그들은 진흙으로 뒤덮인 터널 진입을 위해 고산 등반 기술을 적용했다. 터널 입구부터 진흙이 가득 차 있어 진입이 힘들자, 처음에 등반용 신발(무릎까지 차는 삼중화)을 신고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진흙의 깊이가 1.2m(4~5피트) 이상 되면서 이도 소용없었다. 이후 고산에서 쓰는 방식인 확보용 고정로프를 설치한 뒤, 깔판를 이용해 내부로 진입했다. 하지만, 터널에서 구조나 수색 성과는 얻지 못했다.

칠리메 수력발전소 터널을 수색하는 중, 찐쌀(치우라)로 끼니를 때우는 젠젠 라마(가운데)와 동료들. 사진 젠젠 라마 SNS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을 보면 열악한 상황을 알 수 있다. 칠리메 터널 앞은 진흙이 굳어 마치 달 표면처럼 황량하다. 셰르파들은 사실상 고립무원의 지대에서 치우라(찐쌀을 납작하게 눌러 말린 것)와 과자로 끼니를 때우며 며칠 동안 수색에 임했다. 지난 2일 카트만두로 복귀한 젠젠 라마는 다시 터널 투입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는 칠리메로 떠나기 전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우리 모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마법처럼 찾아내 구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인간인 우리는, 마음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언제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친 몸과 고통, 굶주림 속에서도 피해를 입은 가족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앙 도르지 셰르파(65) 네팔셰르파협회 고문은 전화통화에서 “네팔등산협회(NAM)와 산악가이드협회가 주도해 셰르파들이 터널 안에 갇힌 사람들 구조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지금은 군인들이 장비를 이용해 터널 안 진흙을 치우는 중”이라며 “소형 포클레인이 작업하고 있는데, 보통 진흙이 4~5피트 정도 쌓여 있고 어떤 곳은 모래가 그만큼 쌓여 있어 작업이 느리게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실 이들은 가을 등반 시즌을 맞아 마나슬루(8163m) 원정대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홍수 이후 생업을 뒤로 하고 구조에 참여했다. 이후 셰르파팀의 추가 투입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앙 도르지 셰르파는 “군부대가 길을 뚫고 있어 당장 투입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kim.youngj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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