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주인 아들 진짜 사나”…전세 살던 아파트 기웃대는 세입자

김준영 2026. 9. 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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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사는 A씨는 요즘 퇴근하면서 전에 전세로 살던 아파트 주변을 들르곤 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써 더 살고 싶었지만, 집주인이 “아들이 들어와 살 것”이라며 갱신을 거절해 결국 비워줘야 했던 집이다. A씨는 “중학교 2학년 자녀의 학교와 학원 때문에 이사하고 싶지 않았지만 방법이 없었다”며 “정말 아들이 실거주하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어 직접 찾아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뉴스1

임대차분쟁 접수 건수, 7개월 만에 역대 신기록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역대 최대다. 현 정부 들어 실거주 1주택 정책 드라이브가 강하게 걸리고 각종 규제가 쏟아지면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일이 많아진 탓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세무사조차 상담을 포기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복잡해진 정책이 시장 참여자 간 갈등 비용까지 높였다”는 말이 나온다.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분쟁 접수 건수를 보면 올해 7월까지 971건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이미 넘어섰다. 2023년 645건, 2024년 685건에서 지난해 952건으로 껑충 뛰었는데, 올해 들어 매달 100건 이상 접수되면서 7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기록마저 깼다.

박경민 기자


지난해 같은 기간(484건)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게 급증했다. 임대차분쟁조정위는 임대차보호법 14조에 근거해 한국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2020년부터 운영한 임대차 계약 분쟁 조정·심의 기구다. 조정이 성립돼 양측이 조정조서에 서명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긴다.

유형별로 보면 계약 이행·해석이나 갱신·종료 등 계약을 둘러싼 분쟁이 가파르게 늘었다. 6년 전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라 세입자가 요청하면 1회에 한해 2년간 계약을 연장해 4년(2년+2년)간 거주가 가능하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실거주를 유도하는 정책이 잇따르면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가 늘었다.

분쟁을 유형별로 봐도 이런 경향이 뚜렷했다. ‘계약 이행 및 해석’은 올해 95건이 접수돼 지난해 동기(43건) 대비 2배 넘게(120.9%) 뛰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황에선 계약 문구가 문제되지 않지만, 정책이 급변하는 시기엔 글자 하나를 두고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보증금·건물 반환’ 역시 올해 330건으로 전년 동기(155건)와 견줘 2배를 넘었다(112.9%). 계약 종료 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거나, 반대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주택 인도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 등이 포함된다. ‘계약 갱신·종료’ 분쟁 역시 올해 131건으로 전년 동기(65건)보다 2배 넘게(101.5%) 늘었다.


규제·예외·보완 반복…“누더기 정책으로 국민 갈등 증가”


부동산 업계에선 현 정부 들어 고강도 규제가 잇따르고, 이후 보완·예외 조치가 반복된 것도 분쟁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예컨대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 때문에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의 매매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서 매도를 서두르는 집주인과 기존 세입자 간 갈등도 커졌다.

특히 정책 발표 때마다 유예 기간이나 예외 요건 등이 달라지면서 집주인은 매도·실거주 시점을, 세입자는 갱신·퇴거 여부를 다시 따져야 하는 상황도 반복됐다. 강대식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누더기 부동산 정책과 뒤집기를 반복하며 정책 실패의 비용을 집주인과 세입자 등 국민끼리의 갈등으로 떠넘겼다”며 “예측 가능한 정책으로 무너진 국민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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