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규남 (2) 회심 후 영어성경에 눈뜬 ‘방안’의 기적

김동규 2026. 9. 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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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휴가를 마치고 다시 승선길에 올랐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때 내 입에서도 나도 모르게 영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성령의 역사로 인해 구원의 길에 이르는 회심의 자리에 있었다.

그중 작은 소책자 하나는 신약성경을 담은 영어 성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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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서 만난 회심의 순간
“I am a sinner” 터진 고백
성령의 역사로 얻은 깊은 평안
영어 성경이 막힘없이 읽혀
눈으로 체험한 ‘방안의 기적’
조규남 행복교회 원로목사가 1981년 10월 미국 서부 오리건주 포틀랜드항에 기항했을 때 모습.

한 달간의 휴가를 마치고 다시 승선길에 올랐다. 나는 외아들로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너무 철부지여서 아버지의 속을 어지간히 썩여드렸던 것 같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할수록 그리움은 더욱 깊어졌다. 항해 중 술에 취해 순간적으로 바다에 뛰어들 생각까지 한 적도 있었다.

당시 내가 탄 배는 미국 서부 오리건주 포틀랜드항에 기항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한국 선원들 사이에 유명했던 ‘포틀랜드 호박 할머니’의 초청을 받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됐다. 예배가 끝나자 한 미국인 목사가 내게 다가와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싶은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마음이 몹시 곤고하고 지쳐 있던 나는 선뜻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내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자 네댓 명의 사내들이 주위에 둘러서서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소리 내어 기도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웅얼거리는 기도 소리가 들렸지만 내가 알아들은 영어는 “Forgive him”이라는 말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때 내 입에서도 나도 모르게 영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I am a sinner.” 내가 죄인이라는 신앙고백이었다. 그리고 나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배로 돌아오는 길에는 몸과 마음이 전에 없이 가벼웠다. 내가 왜 그렇게 울었는지, 또 왜 스스로 죄인이라고 고백했는지는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배가 정박해 있는 동안 이들은 나를 찾아오기도 하고 자기 집으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아버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뒤에는 나를 만날 때마다 간절한 마음으로 위로의 기도를 해주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깊은 평안을 느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회심의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나로서는 이 시점이 바로 회심의 시간이라 믿는다. 내 의지로 회심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모르고 있던 ‘내 안의 또 다른 존재’가 자신도 모르게 마음과 입술을 움직인 것이다. 회심은 성령의 역사이다. 그리고 나는 성령의 역사로 인해 구원의 길에 이르는 회심의 자리에 있었다. 회심과 구원의 확신, 그 열매는 하늘로부터 임하는 평안이다.

배가 다시 출항해 이들과 헤어진 뒤에는 그들에게 받은 기독교 영어 서적들을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그중 작은 소책자 하나는 신약성경을 담은 영어 성경이었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나도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사흘쯤 지났을 때였다. 어느 순간 영어 실력이 짧은 내가 조금도 막힘없이 술술 이해하며 읽어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놀랐다. 내용이 이해되니 재미도 있었고 영어책을 막힘없이 읽는 내 모습이 신기해 더욱 열심히 읽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복음의 비밀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갑작스럽게 향상된 듯했던 영어 실력이 오직 이 책을 읽을 때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후에는 다시 이전의 실력으로 돌아갔다. 훗날 나는 이 특별한 경험 역시 나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었던 일이라고 받아들이게 됐다. 나는 이 체험이 성령의 은사인 방언(方言)처럼 입을 통해 말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눈을 통해 글이 읽힌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이를 ‘방안(方眼)의 기적’이라 이름 붙였다.

정리=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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