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규모 암반·얼음 떨어져…기존 빙하호 붕괴와 달랐다”
변민철 기자, 네팔 대홍수 현장을 가다
![2일 정부합동신속대응팀이 실종된 한국인 근로자 9명이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네팔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03/joongang/20260903005710183rqwi.jpg)
2일 오후(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에서 만난 수단 비카시 마하르잔 원격탐사 분석가는 이번 네팔 대홍수와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ICIMOD는 중국·인도·네팔·파키스탄 등 히말라야 8개국이 참여하는 정부 간 기구다. 이번 홍수 원인 분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으로 꼽힌다.
수단 분석가는 “그동안의 홍수는 빙하 안에 호수가 급격히 형성됐다가 빙하 내부 수로를 통해 갑자기 빠져나가며 발생했지만, 이번 홍수의 주된 원인은 암반·얼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발 약 5200m 지점에서 3700m 지점까지 폭 2㎞ 규모의 암반과 얼음 덩어리가 무너져 내리면서 아래쪽의 빙하 위로 떨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엄청난 규모의 물과 토사 유출이 발생했다”고 했다.
ICIMOD는 기후변화가 이번 홍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월 힌두쿠시산맥-히말라야 빙하 손실 속도가 2000년 이후 두 배로 가속화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단 분석가는 “암석 내부에는 얼음이 많은데, 기후변화로 이 얼음이 녹기도 한다”며 “원래 영하로 유지돼야 하는 곳의 온도가 영상으로 올라가는 등의 기온 변화가 빙하와 암석의 불안정성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향후 비슷한 재난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 그는 “현재 위험한 빙하호가 47개나 있고, 이런 사실을 네팔 정부에 알려 왔다”며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 주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비영리 기후연구단체인 버클리어스도 이날 기후변화가 빙하·암반 붕괴의 트리거(방아쇠)가 됐는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붕괴 위험을 키워온 것은 분명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 단체에 따르면 빙하·암반 붕괴가 발생한 해발 5200m 고지대의 여름철(6~8월) 기온은 1940년대 초만 하더라도 평균 0.5도 안팎에 머물렀지만, 2020년대 들어 3~3.6도까지로 올랐다. 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4~1.5도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로버트 로데 수석 과학자는 “네팔의 빙하는 수십 년 동안 점점 얇아지고 약해져 왔을 것”이라며 “결국 기록상 가장 더웠던 해 중에서 가장 더웠던 한 주 동안 붕괴하고 말았다”고 했다.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도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번 재난의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기후변화는 전 세계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인 만큼 재난에 대한 대응 역시 전 세계 공동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네팔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국을 향해 기후재난에 대한 보상을 공식 요구했다. 국제사회에 보상을 청구하는 공식 서한도 발송했다.
지난 26일 네팔·중국 국경에서 발생한 홍수로 이날까지 1130명이 사망했다. 실종자는 네팔 쪽에서 3916명(외국인 590명), 중국에서 546명(외국인 261명) 등 총 4462명이다. 한국인 실종자 9명을 찾기 위한 44명 규모의 정부 해외긴급구호대(KDRT)는 이날 오전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먼저 입국한 신속대응팀과 합류한 뒤 네팔 당국과 협력하면서 한국인 실종 지역을 중심으로 수색·구조 활동을 진행한다.

카트만두(네팔)=변민철 기자, 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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