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녹음 아래 보랏빛 향연

남호철 2026. 9. 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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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지칠 때 상쾌한 기분을 얻으려면 푸르름을 자랑하는 숲길로 가보자.

왕버들 아래 보랏빛 유혹, 성밖숲 경북 성주군 성주읍 경산리 이천 변에 '성밖숲'이 있다.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시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완충녹지에 2021년 조성된 560m 길이 메타세쿼이아 숲길이다.

400여년 전부터 자란 숲의 길이가 5리(2㎞)에 달해 이름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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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여행] 아름답고 시원한 맥문동 숲길
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약재로도 쓰이는 맥문동이 보랏빛 꽃으로 눈 호강을 시킨다. 경북 성주군 ‘성밖숲’ 왕버들 초록 이끼 사이에서.

더위에 지칠 때 상쾌한 기분을 얻으려면 푸르름을 자랑하는 숲길로 가보자. 여기에 보랏빛 융단이 깔리면 더할 나위 없다.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맥문동이 주인공이다. 높이 30~50㎝로 자라는 맥문동은 짙은 녹색에 난처럼 늘씬한 잎을 지닌다.

맥문동은 보랏빛 꽃을 피우는 백합과 식물이다. 꽃줄기 마디마다 3~5개씩 꽃이 달린다. 뿌리줄기가 짧고 굵으며, 수염뿌리는 가늘고 길다. 어떤 뿌리는 굵어져 덩이뿌리가 된다. 뿌리는 한약재로 쓰인다. 봄에 채취해 여러 번 햇볕에 말린 다음 수염뿌리를 제거하고 다시 건조한다. 의서 ‘본초강목’에는 “이 풀의 뿌리가 보리와 비슷하며 수염이 있고, 그 잎사귀는 부추와 비슷하며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일러 맥문동(麥門冬)이라고 한다”고 적혀 있다.

왕버들 아래 보랏빛 유혹, 성밖숲
경북 성주군 성주읍 경산리 이천 변에 ‘성밖숲’이 있다. ‘성의 바깥에 있는 숲’이다. ‘성’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 때 농민군의 공격을 받아 성문과 성곽을 잃고, 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성벽까지 거의 다 철거된 성주읍성이다. 성은 원형을 잃었지만 나무숲은 살아남았다.

숲은 오래된 왕버들로 이름났다. 수령 300∼500년짜리 왕버들이 둘레 6m, 키 20m에 이를 정도로 크다. 57그루가 군락을 이룬 숲은 천연기념물 제403호로 지정돼 있다. 오랜 세월에 부목(버팀목)에 기대고 있지만 이색 풍경으로 건재함을 자랑한다.

숲은 조선 중엽 흉사를 막기 위해 조성됐다. 서문 밖 마을 소년들이 이유 없이 죽는 흉사가 일어나는 게 마을의 족두리바위와 탕건바위가 서로 마주 보고 있기 때문이라 여겨 중간을 막기 위해 밤나무로 숲이 조성됐다. 임진왜란 뒤 마을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민심이 흉흉해지자 냇가에서 신통치 않게 자라는 밤나무를 베어내고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왕버들을 심었다고 한다.

언제 봐도 좋은 숲이지만 8~9월에 진가를 발휘한다. 왕버들이 초록 이끼를 입으면서 시원한 풍광을 선사하는 데 더해 맥문동꽃이 만개해 황홀한 풍경을 펼쳐 놓는다.

녹음 우거진 보랏빛 숲길, 우로지
경북 영천시 ‘우로지 자연숲’ 키다리 메타세쿼이아 아래에서 힐링을 선사한다.
경북 영천의 늦여름은 보랏빛·분홍빛으로 장식된다. 먼저 망정동 언하공단 인근 ‘우로지 자연숲’이다.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시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완충녹지에 2021년 조성된 560m 길이 메타세쿼이아 숲길이다.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 녹음을 드리운 100여 그루의 메타세쿼이아 아래 길 양쪽에 맥문동이 보랏빛 꽃으로 발길을 이끈다.

덕분에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 그늘이라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다. 황톳길이 따로 있고 발을 씻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맨발걷기에도 그만이다. LED 경관 조명등 58개가 설치돼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다.

자연숲 인근에 350여년 전인 1670년쯤 축조된 저수지 우로지(牛老池)가 있다. 이름에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한다. 옛날 사람과 소가 흙을 등에 지고 날랐는데 너무 힘들어 울면서 저수지를 만들었다고 우로지가 됐다는 것, 그리고 저수지를 만드는데 둑이 자꾸 무너지자 ‘동네에 늙은 소가 계속 울고 있으니 그 소를 못 둑에 묻으면 괜찮을 것’이라는 말에 그 소를 못 둑에 묻었더니 더 이상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맥문동 가득한 숲은 화북면 자천리 오리장림이다. 400여년 전부터 자란 숲의 길이가 5리(2㎞)에 달해 이름 붙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오리장림의 면적은 6600여㎡로 줄어들고, 길이는 5리의 반인 1㎞ 남짓 남았다. 450년이 넘는 다양한 자태의 아름드리 거목 숲에 지름 2m, 높이 10m 이상의 굴참나무·은행나무 등 300여 그루가 장관을 이룬다. 그 아래 울퉁불퉁한 산책길 양옆으로 보라색 꽃밭이 이어진다.

진초록 가로수 아래 보라색 꽃
‘전남광주 산림연구원’ 메타세쿼이아 길
전남광주 나주시 산포면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산림연구원’(옛 전남도 산림자원연구소)이 있다. 연구원 정문에서 사무동으로 가는 길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일직선으로 500m 정도 뻗어 있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로 맥문동이 보라색 꽃을 피우고 있다. 셔터만 눌러도 작품 사진이 된다. 연구원 내에는 잘 꾸며진 유럽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향나무길도 매력적이다. 둥글둥글하게 다듬어진 향나무와 이보다 조금 키가 큰 연필향나무, 서양에서 기하학적 정원을 꾸밀 때 심는 에메랄드그린이 도로 양편으로 도열해 있다. 영화와 드라마, 광고,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젊은층의 인증샷 명소가 됐다.

인근 도래마을은 조선 중종 때 조광조와 인연을 맺었던 홍한의가 기묘사화의 화를 염려해 낙향하면서 시작된 풍산 홍씨 집성촌이다. 마을은 민속촌이라 할 정도로 반가(班家)의 위풍당당한 고택들을 품고 있다. 담장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홍기응 가옥, 홍기헌 가옥, 홍기창 가옥들이 19세기 후반 남도한옥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어릴 적 고향마을 같은 여유와 풍요로움을 안겨준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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