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찾은 시신 대신 인형 화장… 혹시라도, 가족 찾아 병원 떠돌아

이찬희,최예슬 2026. 9. 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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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네팔 카트만두 파슈파티나트 사원에서는 한 가족의 3대(代)를 한꺼번에 떠나보내는 장례가 치러지고 있었다.

네팔에서는 시신을 찾지 못한 고인에 대한 장례식을 할 때 '쿠시(Kush)'라고 불리는 풀로 고인의 형상을 한 인형을 만들어 대신 화장하는 전통이 있다.

사원의 한 장례 관계자는 "네팔에서는 사람이 숨지면 통상 24시간 안에 화장하기 때문에 시신에서 심한 냄새가 나는 일이 거의 없다"며 "하지만 홍수 이후 뒤늦게 수습돼 심하게 부패한 시신들이 줄줄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신조차 찾지 못한 가족들은 혹시라도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한줄기 희망을 붙잡고 병원을 떠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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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 참사 네팔, 이찬희 기자 르포] 대홍수에 스러진 어느 3代의 장례식
할머니·며느리·손녀 시신 못찾아
전통 따라 인형 세 개 빚어 장례식
당국 신원확인 어려운 시신 가매장
긴급구호대 도착, 수색·구조 나서
네팔 카트만두 바그마티강 인근 파슈파티나트 사원에서 2일 대홍수로 숨진 이들이 화장되고 있다.

2일 네팔 카트만두 파슈파티나트 사원에서는 한 가족의 3대(代)를 한꺼번에 떠나보내는 장례가 치러지고 있었다. 누와코트 베트라와티 지역에 살던 93세 옘쿠마리 반다리씨와 53세 며느리, 가족이 거둬 키우던 7세 여자아이의 장례식이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대홍수에 휩쓸려 실종됐는데, 모두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세 사람은 작은 인형이 돼 마지막 불길에 올랐다. 네팔에서는 시신을 찾지 못한 고인에 대한 장례식을 할 때 ‘쿠시(Kush)’라고 불리는 풀로 고인의 형상을 한 인형을 만들어 대신 화장하는 전통이 있다. 이날 유족들은 세 사람을 대신할 쿠시를 빚어 화장대에 올렸다. 한 유족은 “옘쿠마리와 그의 며느리는 친부모가 없는 어린아이를 데려와 학교에 보내며 키워온 따뜻한 가족이었다”며 “피가 섞이지는 않았지만 아이는 이들에게 한집에서 살아온 막내딸이자 손녀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누와코트 베트라와티 지역에서 실종된 일가족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유족이 네팔 전통에 따라 고인을 대신해 화장할 짚 인형 ‘쿠시’를 빚고 있는 모습.

이들이 살던 집은 저지대에 있었다. 거동이 어려운 90대 노인과 그를 모시던 며느리는 미처 몸을 피하지 못했다. 홍수가 지나간 뒤에는 토사가 집 지붕보다 수m 높이까지 쌓였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7세 아이가 강물에 떠내려가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구하지 못했다. 주민들은 “홍수가 마치 폭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위에서 쏟아져 피할 도리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파슈파티나트 사원에서는 쉴 새 없이 화장(火葬)이 이어졌다. 사원을 가로지르는 바그마티강을 따라 늘어선 10여곳의 화장대에서는 동시에 불길이 솟았고 짙은 연기가 강변을 뒤덮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시신이 타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흰옷을 입은 유족들은 마지막 의식을 치른 뒤 직접 불을 붙였다. 타고 남은 재는 바그마티강으로 흘러갔다.

사원의 한 장례 관계자는 “네팔에서는 사람이 숨지면 통상 24시간 안에 화장하기 때문에 시신에서 심한 냄새가 나는 일이 거의 없다”며 “하지만 홍수 이후 뒤늦게 수습돼 심하게 부패한 시신들이 줄줄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원 주변에서 만난 가네시 판베이(32)씨는 “신은 산에 사는데 인간이 산을 밟고 나무를 베면서 자연을 훼손했다. (대홍수는) 인간이 자연을 존중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네팔 전역의 영안실과 냉장 안치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신원 미상 시신에 대한 집단 일괄매장이 시작됐다. 네팔 당국 등에 따르면 주요 피해지역에서 160㎞ 이상 떨어진 치트완까지 시신이 떠밀려오면서 이 지역 주요 병원의 영안실과 임시 보관시설은 수용 한계에 이르렀다. 치트완에서는 지난 1일까지 수습된 시신 321구 가운데 가족에게 정식으로 인계된 시신은 12구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신원 확인이 어려운 시신의 사진과 신체적 특징, 착용했던 옷가지 등을 기록하고 DNA 식별번호를 부여해 수백 구를 가매장했다.

카트만두 트리부반대학병원 벽면에 실종자와 사망자 사진이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

시신조차 찾지 못한 가족들은 혹시라도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한줄기 희망을 붙잡고 병원을 떠돌고 있었다. 대홍수 발생 일주일이 지난 카트만두 트리부반대학병원(TU) 앞에도 실종된 가족과 이웃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병원 바깥 약 25m 길이의 벽은 실종자와 사망자 시신 사진으로 뒤덮여 있었다. 거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비를 뒤집어쓴 사람들은 휴대전화 불빛으로 벽에 붙은 사진과 이름을 하나씩 비춰보며 가족의 흔적을 찾았다.

토머스 타망(19)군 역시 병원에 들어온 피해자 명단에서 친구의 아버지 비크람 구룽(38)씨의 이름을 찾고 있었다. 그는 “라수와 지역에서 트레킹 가이드로 일하던 구룽씨가 대홍수 이후 실종됐다”며 “절망에 무너진 친구를 보다 못한 일가친척과 친구들이 나서서 일주일 내내 라수와와 강 하류, 카트만두 시내 병원까지 샅샅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룽씨가) 구조된 뒤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채 어느 병원으로 옮겨졌을지 혹시 모르는 일 아니냐”고 했다.

병원 관계자는 “홍수 이후 지금까지 72명이 병원에 입원해 현재 24명이 치료 중”이라며 “100구가 넘는 시신들이 병원으로 실려 왔지만 유족에게 인계된 일부만 화장하고 대부분 신원 확인을 위해 임시매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홍수로 이날까지 네팔과 중국에서 각각 1050명, 16명이 숨지고 4462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 사고 현장 이동 네팔에 파견된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이 2일 대홍수로 연락이 두절된 한국인 9명을 찾기 위해 라수와 지역 람체에서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소방청·한국국제협력단 등 44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대(KDRT)는 카트만두 현지에 도착했다. 이들은 구조견 5마리를 비롯해 고해상도 촬영 무인기(드론), 매몰자 음향·영상탐지기, 열화상탐지기 등 첨단장비도 갖추고 왔다. 신속대응팀까지 60명 넘는 인력이 실종자 수색·구조 활동에 나선다. KDRT 인원 중 10명은 이날 바타르로 이동했다. 네팔 군 당국과 협력해 둔체로 가 신속대응팀 인원과 합류할 예정이다. 이날도 정부는 드론·도보 수색을 실시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휴대전화 정보를 통한 위치 추적도 네팔 측과 협의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찬희 기자

카트만두=글·사진 이찬희 기자, 최예슬 기자 becom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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