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빠르게 처리 부탁”…식약처장에 브로커 문자 복붙해 전달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코로나19 신약의 신속 승인을 도와달라는 청탁 문자 메시지를 받고,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김 후보자가 2021년 10월 12일 오전 11시10분 김 전 처장에게 보낸 문자를 공개했다. 김 후보자는 “생약제제과, 임상제도과, 통계분석팀 3군데에서 업무분장이 되어 있답니다. 담당 실무자들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회사는 제넨셀입니다. 국부유출도 걱정되어 말씀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처장님”이라고 보냈다.
김 후보자가 이 메시지를 보내기 15분 전 ‘신약 청탁 의혹 브로커’ 양모씨에게 청탁 문자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양씨로부터 “생약제제과, 임상제도과, 통계분석팀 3군데에서 업무분장이 돼 있어요. 이 담당 실무들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김 후보자가 김 전 처장에게 보낸 문자와 거의 유사하다. 양씨는 코로나 신약 제약사인 제넨셀의 창업자이자 의장이던 교수 강모씨의 부탁을 받고 김 후보자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이에 김 전 처장은 “염려해주신 건은 현재 자료 보완 등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무진에게 전달했습니다”라고 답장했고, 김 후보자는 “국부유출이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주세요”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후 김 후보자는 김 전 처장에게 받은 문자 메시지를 양씨에게 전달했다.
식약처는 2주 뒤인 10월 26일 해당 신약 2·3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했다. GC녹십자 치료제 2상은 22일, SK바이오 백신 3상은 43일이 걸린 것과 비교했을 때 속도가 빨랐던 점을 들어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식약처는 당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평균 5일 이내에 처리했고 2~3일 만에 승인한 사례도 있어 특혜로 단정지을 순 없단 입장이다.
검찰은 강씨 측이 김 후보자 계좌로 500만원을 보내려던 정황을 포착해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했으나 2024년 12월 기소유예했다. 양씨는 강씨에게 김 후보자 계좌번호를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김 후보자가 ‘마음만 받겠다’며 거절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김 후보자는 “민원을 전달했을 뿐 부정한 로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강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강씨의 배임 혐의 등을 무죄로 판단하면서 “양씨가 김 후보자 등 정계 인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강씨가 공무원에 대한 청탁·알선을 조건으로 양씨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이 재판 과정에서 양씨가 김 후보자를 언급하며 로비한 정황이 드러났다. 취재에 따르면 김 후보자가 김 전 처장에게 문자를 보내기 6일 전인 2021년 10월 6일 강씨가 “10월 12일까지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봐 걱정된다”고 양씨에게 토로하자, 양씨는 “김승원 의원에게 연락하겠다. 승원 오빠가 지금 현재는 사실 실세나 마찬가지다. 법에 관련된 현안에 다 체크해 주고 있어서, 제가 이거는 저쪽(민주당)에다 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양씨가 민주당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양씨는 2021년 9월 1일 강씨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부는 돈 안 드는 일은 도와준다. (문재인) 정부 핵심 분들 진짜 많이 안다”고 말했다. 또 “A 아저씨랑 친하다. 식약처에 안 풀리는 거를 제가 조용히, B이나 C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안 해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양씨는 통화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강씨에게) 예뻐보이고 싶어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와 양씨의 관계는 향후 청문회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변호사이던 2013년 양씨가 강남에서 운영하던 유흥주점에서 발생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한 의원은 “김 후보자가 변호사 이전 판사 시절부터 양씨와 친분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 측은 “사실 관계를 정리 중”이라고 했다.
김보름·이찬규 기자 kim.boreu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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