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조 푸는 삼전·닉스…그보다 중요한 건

임성영 2026. 9. 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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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주주환원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배당과 자사주 소각이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실적이 꺾이는 시기에도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진짜 주주환원 기업'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초대형 환원책을 계기로 국내 증시에서도 주주환원의 규모뿐 아니라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이행력이 기업가치 평가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주주환원 관련 지수의 장기 성과를 비교한 결과, 단순히 자사주를 많이 매입한 기업보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실제 발행주식 수를 꾸준히 줄인 기업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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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다운사이클에도 배당 약속 지켜
증권가 “일회성 규모보다 꾸준한 환원 신뢰 중요”
현대차, 순익 25% 줄어도 DPS 1만원 유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전경.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주주환원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배당과 자사주 소각이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증권가에서는 당장 얼마를 돌려주는지보다 약속한 환원을 얼마나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지가 장기적인 주가 재평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실적이 꺾이는 시기에도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진짜 주주환원 기업’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약 90조~110조원, SK하이닉스는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전량 소각을 결정했다. 발표 기준 양사의 환원 규모는 최소 130조원에 이른다. 초대형 환원책을 계기로 국내 증시에서도 주주환원의 규모뿐 아니라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이행력이 기업가치 평가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환원이 장기간의 기업가치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주주환원 관련 지수의 장기 성과를 비교한 결과, 단순히 자사주를 많이 매입한 기업보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실제 발행주식 수를 꾸준히 줄인 기업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좋았다. 배당 역시 당장의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보다 오랜 기간 배당을 늘려온 기업의 성과가 우수했다.

개별 기업 사례에서도 주주환원의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 성장세가 둔화한 이후 자사주 매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2012년 팀쿡 취임 후 주가가 고점 대비 약 40% 하락하자 자사주 매입을 크게 늘렸고, 이후 순이익보다 주당순이익(EPS)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반도체 기업인 TSMC는 2019년 잉여현금흐름(FCF)의 70%를 분기 배당으로 환원하는 동시에 주당배당금(DPS)을 줄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후 반도체 다운사이클로 이익이 감소한 시기에도 배당 약속을 지켰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이 주가의 강한 재료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환원을 늘릴 것’이라는 신뢰가 중요하다”며 “TSMC처럼 업황이 좋지 않을 때도 주주환원을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주주환원을 늘리겠다는 약속에 대한 신뢰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향후 반도체 업황이 둔화하는 국면에서 현재의 환원 기조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가 기업가치 재평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관건은 ‘지속 가능한 조합’

자사주 매입·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제고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 주주환원 수단이다. 다만 소각을 지속할수록 유통주식 수가 줄어드는 만큼 장기간 반복할 경우 거래 유동성에 미칠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소각이 주식 수 감소에 따른 EPS 증가 효과가 있지만, 본질적으로 단발적 자본 이벤트 성격이 강해 배당처럼 지속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유통주식 수 감소가 장기적으로 유동성 프리미엄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런 점에서 배당은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높은 환원 수단으로 꼽힌다. 자사주 소각과 달리 매년 발생한 이익을 주주에게 직접 돌려주는 만큼 이익과 현금흐름이 뒷받침된다면 장기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남 연구원은 “배당은 해당 연도의 이익을 주주에게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고 예측 가능성과 연속성이 높다”며 “기업 역시 배당을 유지하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전략을 고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익 줄었는데도 1만원…현대차가 쌓은 ‘신뢰’

국내에서도 중장기 주주환원 계획을 제시한 뒤 실적 둔화 국면에서도 약속을 지킨 사례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2024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2025~2027년 총주주환원율(TSR) 35% 이상과 연간 최소 주당배당금(DPS) 1만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지배주주 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25% 감소했지만 약속했던 DPS 1만원을 유지했다. 총주주환원 규모도 3조3000억원으로 TSR 35.0%를 기록하며 목표치를 충족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지배주주 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25% 감소했음에도 연간 DPS 1만원을 지급하며 정책의 하방 신뢰성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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