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병사 월급 150만원 줬더니‥도박·주식으로 까먹었다

병사 봉급이 3년 만에 두 배 이상 올랐지만, 장병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장병내일준비적금 신규 가입 계좌 수는 3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병들이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늘자, 적금보다는 주식·가상자산 등 다양한 투자처로 눈을 돌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늘어난 월급을 온라인 게임이나 도박 등에 소진하는 사례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이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장병내일준비적금 신규 가입 계좌는 2022년 36만1836좌에서 2023년 28만927좌, 지난해에는 24만4933좌로 3년 간 3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군 병력이 저출생 여파로 약 10% 줄어든 점(약 50만1000명→45만명) 을 고려해도 적금 가입 감소 폭이 세 배를 웃돈다.
장병내일준비적금은 복무 중 받은 급여를 저축해 전역 후 학업·취업·주거 등에 쓸 목돈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월 최대 55만원씩 18개월 간 납입하면 원금 990만원에 같은 금액의 정부 지원금과 은행 이자를 더해 약 2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군인 월급이 병장 기준 2022년 67만6100원에서 지난해 15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뛰어 적금 가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신규 계좌가 약 12만좌나 감소했다. 반면 계좌당 평균 잔액은 172만원에서 253만원으로 늘어, 적금을 적극 활용하는 장병과 그렇지 않은 장병 간 격차도 커지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병사의 휴대전화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급여 사용처가 다양해진 점을 우선 원인으로 본다. 과거에는 급여를 적금에 넣어 전역 후 목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로 눈을 돌리는 장병이 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레버리지 등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와 대출도 용이해 졌다는 점이다. 한발 더 나가 휴대전화를 통해 온라인 도박이나 게임 아이템 결제도 할 수 있게 됐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군복무자 가운데 채무조정이 확정된 사람은 1318명, 지원 금액은 301억원이었다. 연간 지원 금액도 2021년 56억원에서 지난해 102억원으로 82.1% 증가했다. 고금리 대부업체를 이용한 군인 대출도 상당하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상위 30개 대부업자의 군인 대출 잔액은 4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현역병 대출이 242억원으로 전체의 54.5%를 차지했다.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군 불법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군인 10명 중 4명 이상이 불법도박으로 돈을 잃었고 그 손실액이 평균 530만원에 달했다. 불법도박 자금의 출처를 묻는 질문에 장병 64.2%가 '월급·급여'라고 답했다. 적금 등 자산 처분이 17.7%, 가족에게 빌린 경우가 17.6%였고 사채·카드론 15.1%, 은행 대출 13.0% 등이 뒤를 이었다. 도박 위험 수준이 높을수록 적금을 해지하거나 사채·카드론 등 고위험 금융수단을 이용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장병 도박이 심각해지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군 장병 금융교육 강화 방안을 의결했다. 온라인 도박과 빚투, 가상자산·레버리지 상품, 고금리 대출의 위험성을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교육하고 장병 대상 일대일 재무상담도 확대하는 내용이다. 또 장병내일준비적금을 만기까지 유지하고 정상적으로 해지한 실적을 긍정적인 신용이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기상 의원은 “정부가 금융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일회성 교육만으로는 장병들의 고위험 투자와 과도한 대출을 막기 어렵다”며 “장병내일준비적금의 신규 가입 감소 원인부터 중도해지율과 해지 사유, 고금리 대출 이용 실태까지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위험 징후가 있는 장병을 상담과 채무조정으로 조기에 연계하는 상시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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