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문닫은 여행사 “이적단체 연루 의혹”…9000명 날벼락

곽주영, 최혜리 2026. 9. 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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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40대·여)는 지난달 2일 교육여행 전문업체인 여행사 ‘안데르센’을 통해 중학생 자녀를 8박10일 유럽 여행 프로그램에 보냈다. 영국과 프랑스 등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휴대전화를 주지 않고 여행에 집중할 수 있게 지도한다는 여행사의 안내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런데 자녀가 출국한 지 3일 후 여행사는 돌연 “영업을 중단한다”고 알렸다. 이유가 더 충격적이었다. 안데르센은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에 의해 압수수색당했다. 검·경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경영활동이 불능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에게 휴대전화도 없는데 귀국 티켓이 취소될 수 있다는 말에 A씨는 곧장 현지 영사관에 연락하고 아이의 위치를 파악했다. 결국 추가 금액을 아이 편에 송금한 끝에 무사히 귀국시킬 수 있었다.

안데르센이 지난달 5일 피해자들에게 보낸 여행 취소 안내문. 사진 독자

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지난달 4일 안데르센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지난 6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송치한 민중민주당의 전·현직 간부와 이 업체와의 연관성을 의심해 수사 중이다. 이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여행사는 회사 운영을 중단한다고 알렸다.

갑작스러운 영업 중단 공지에 피해자가 속출했다. 특히 이 업체는 1년 뒤 출발하는 여행 상품을 현금으로 선납하면 50% 가까이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했다. 이 때문에 여행 시점을 한참 앞두고 경비를 업체에 입금한 고객이 많았다. 회사가 영업을 재개하지 않을 경우 선납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들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안데르센에 돈을 보낸 고객은 9000여명에 달하고, 피해액 규모는 295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피해자들 오픈 채팅방에는 1일 기준 1560명이 모였다.

피해자들은 여행사에 대해 좋은 후기가 많아 의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350만원 이상 피해를 본 양모(43)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안데르센을 알게 됐고, 이미 몇 번 여행 다녀온 이들이 만족했다고 해 믿고 자녀 여행을 준비했다”고 했다. 양씨는 “출국 바로 전날 공항 근처에 숙소를 잡고 대기 중이었는데 갑자기 압수수색 얘기와 함께 여행이 취소돼 당황스러웠다. 돈도 문제지만 1년 넘게 여행을 기다린 아이들에게도 상처가 됐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영업 중단 전에 이미 환불을 요청했음에도 아직까지 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총 900만원을 받지 못한 이모씨는 지난해 12월에 선납금을 보냈다가 지난 6월 환불을 요청했음에도 현재까지 돈을 받지 못했다. 이씨는 “무료 환불 기간에 취소해 전액을 환불 받아야 하는데, 8월에 돌려주겠다며 기다려달라 읍소하길래 믿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안데르센은 10년 넘게 여행 사업을 운영했고, 업체를 여러 번 이용한 단골 고객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회사 관계자들이 이적 단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더욱 충격을 받고 있다. 안데르센 여행 상품을 5번 이용하고, 2개의 여행을 미리 예약해둬 1700만원이 묶여있는 손모(52)씨는 “여행사 관계자들과 가족처럼 가까이 지냈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져 너무 당황스럽다”며 “여행 도중 정치적인 얘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여행하며 찍은 회사 사람들 사진을 단체채팅방에 공유하니 급히 지우라는 연락을 받아 의아했던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학교 캠퍼스에 ‘안데르센’의 홍보 포스터가 붙어있는 모습. 사진 독자

업체는 지난달 15일부터 피해자들에게 순차적으로 메일을 보내 “2년 후에 영업을 정상화할 것이니 선납금을 다른 여행 상품으로 이관해주겠다”고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이미 여행사에 신뢰를 잃은 피해자들은 환불을 요구하고 있고, 일부는 집단 고소를 준비 중이다. 전국 각지 경찰서에 업체를 상대로 한 사기 고소장이 잇따라 접수됐고, 관련 사건은 모두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로 이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청 관계자는 “지난 6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일부를 송치한 후, 남아있는 부분에 대해 수사 중”이라며 “압수수색 이후 필요한 조치들을 하고 있으며, 서울청에서 직접 수사하고 있는 만큼 더욱 신속하고 심도 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주영·최혜리 기자 kwak.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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