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염력부터 순간이동까지…첨단기술 ‘초능력 학교’ 가보니

정다운 2026. 9. 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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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팔을 들어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이자 작은 자동차가 트랙을 따라 방향을 틀었다.

입구에서 파란색 무선인식(RFID) 팔찌를 받고 '초능력 스캐너'에 손을 올리자 입학 절차가 끝났다.

이 아카데미는 염력·분신술·순간이동·괴력·투시력 등 5개 초능력을 인공지능(AI)과 로봇, 우주항공, 웨어러블 기술, 증강현실(AR)로 풀어냈다.

이은영 국립중앙과학관장은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초능력 비밀 아카데미는 우리가 영화나 만화에서 보던 초능력을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직접 체험해 보는 공간"이라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놀이처럼 전시를 체험하면서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첨단기술을 보다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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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으로 AI 자동차 조종…로봇팔 원격제어
휴머노이드와 페널티킥…AR로 방탈출
입장료 어린이·청소년 1000원…성인 2000원
주차공간 약 700면…회차당 최대 250명 입장
지난달 31일 찾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창의나래관 2층. ⓒ데일리안 정다운 기자

양팔을 들어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이자 작은 자동차가 트랙을 따라 방향을 틀었다. 손에 리모컨은 없었다.

지난달 31일 찾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창의나래관 2층. 이곳에는 ‘초능력 비밀 아카데미’가 들어섰다. 영화 속 염력처럼 보이는 장면 뒤에는 모션 인식과 자율주행 기술이 숨어 있었다.

입구에서 파란색 무선인식(RFID) 팔찌를 받고 ‘초능력 스캐너’에 손을 올리자 입학 절차가 끝났다. 어두운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보라색 조명이 감싼 자동차 트랙과 주황색 로봇팔, 휴머노이드 로봇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아카데미는 염력·분신술·순간이동·괴력·투시력 등 5개 초능력을 인공지능(AI)과 로봇, 우주항공, 웨어러블 기술, 증강현실(AR)로 풀어냈다. 관람객은 초능력 학교에 입학해 수업을 하나씩 체험하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국립중앙과학관 텔레오퍼레이션 체험. ⓒ데일리안 정다운 기자

몸 기울이자 RC카가 ‘휙’…로봇팔은 내 맘대로 조종

첫 수업은 염력이다. 작은 무선조종 자동차(RC카) 두 대가 출발선에 섰다. 한 대는 AI가 스스로 움직이고 다른 한 대는 사람의 몸짓을 따라 움직인다.

양팔을 올리고 몸을 움직이자 RC카가 앞으로 나갔다. 몸을 기울이는 방향에 따라 차량도 좌우로 틀었다. 강화학습을 거친 AI 차량과 사람이 조종하는 차량이 트랙 위에서 맞붙는 방식이다.

몇 걸음 옮기자 산업용 로봇팔이 기다리고 있었다. ‘텔레오퍼레이션’ 체험이다. 앞에 놓인 조종장치를 움직이자 떨어져 있는 로봇팔이 그대로 따라 움직였다.

미션은 60초 안에 작은 블록을 집어 정해진 곳으로 옮기는 것. 로봇팔 집게를 블록 위에 정확히 갖다 대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조금만 빗나가도 집게는 허공을 움켜쥐었다.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원격제어 기술이 이곳에서는 손을 대지 않고 물건을 움직이는 ‘염력’으로 표현됐다.

K-2로봇이 볼을 차는 모습. ⓒ데일리안 정다운 기자

로봇이 슛하고 사람은 골키퍼…뛰면 행성으로 순간이동

두 번째 분신술 교실에 들어서자 휴머노이드 로봇 3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중앙과학관은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 수행하는 로봇을 자신의 분신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냈다.

관계자가 리모컨으로 조종하자 축구공 앞에 선 로봇이 자세를 잡더니 발을 휘둘렀다. 맞은편에 서 있던 기자가 몸을 날렸지만 역부족이었다. 골대 구석을 정확히 찌른 슛에 현장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순간이동 수업에서는 ‘워프점프’ 발판에 올라 힘껏 뛰자 센서가 높이를 측정했다. 높이 뛸수록 화면 속 목적지가 멀어지는 방식이다.

금성과 화성에서 시작해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을 지나 가장 멀게는 안드로메다까지 도달할 수 있다. 행성 간 거리 비율을 점프 높이에 맞춰 표현해 뛰는 동작을 우주여행으로 바꿨다.

김철희 국립중앙과학관 산업기술팀 연구사는 “시범운영 과정에서 자신의 기록이 순위에 올라오자 더 높은 기록을 내겠다며 여러 차례 뛰어오르는 관람객도 있었다”며 “경쟁심을 자극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 포털뷰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곳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소재로 꾸민 공간이다. 정면 대형 화면과 양쪽 거울을 따라 로켓 영상이 약 8분간 이어지며 눈을 사로잡았다.

김 연구사는 “우주항공청과도 협의하고 있고 소재는 꾸준히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립중앙과학관에 전시된 웨어러블 로봇(패시브형). ⓒ데일리안 정다운 기자

웨어러블 로봇 입고 10㎏ 번쩍…휴대전화로 ‘투시’

통로 끝에는 붉은 조명이 강하게 비치는 괴력 교실이 나타났다. 벽을 뚫고 튀어나온 듯한 거대한 주먹과 샌드백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국내에서 개발·상용화된 웨어러블 로봇(패시브형)을 직접 착용한다. 허리와 다리에 장비를 고정한 뒤 약 10㎏짜리 상자를 들어 올렸다. 장비를 착용한 뒤에는 상자를 비교적 수월하게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웨어러블 로봇 체험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바로 옆 포스 마스터에는 초능력 망치가 놓여 있었다. 화면에 맞춰 60초 동안 망치를 휘두르며 타깃을 가격해 ‘괴력 에너지’를 모으는 방식이다.

중앙과학관은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두드리는 시설인 만큼 장비 파손도 현실적인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시범운영 과정에서 포스 마스터용 망치 4개가 이미 파손됐다. 이에 정식 개관에 대비해 망치 8개를 여분으로 마련하고, 텔레오퍼레이션용 로봇팔도 고장에 대비해 예비 장비 1대를 확보했다.

마지막 수업은 투시력이다. 교장실처럼 꾸민 공간에서 휴대전화로 방 안을 비추자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던 단서가 증강현실(AR) 화면에 나타났다. 곳곳에 숨겨진 단서를 찾아 문제를 푸는 방탈출 방식이다.

김 연구사는 “관람객이 정답을 너무 빨리 찾으면 체험이 금세 끝나는 만큼 공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충분히 기술을 접하도록 난도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5개 수업을 모두 마치자 졸업할 수 있었다. 입학 때 받은 팔찌에는 체험 정보가 저장되는데, 졸업 사진을 촬영한 뒤 팔찌를 태그하자 체험 결과를 분석한 ‘초능력 인증카드’가 인쇄됐다.

지난달 31일 김철희 국립중앙과학관 산업기술팀 연구사(오른쪽)가 창의나래관 2층에서 초능력 비밀 아카데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다운 기자

3개월 고민 끝 탄생한 ‘초능력 학교’…24억 투입

‘초능력 학교’라는 발상이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약 3개월이 걸렸다. 전시 설계를 맡은 김 연구사는 지난해 초능력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이 나온 데서 실마리를 찾았다. 특히 함께 일하던 인턴 직원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상상 속 능력을 실제 첨단기술과 연결하는 틀을 잡았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전시는 창의나래관 2층 약 706㎡에 자리 잡았다. 국립중앙과학관은 24억1100만원을 들여 공간을 새로 꾸미고 13개 체험 전시품을 배치했다. 설명판을 읽는 데서 끝나는 대신 관람객이 직접 만지고 움직이며 기술을 체감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김 연구사는 “가족들이 과학관을 찾아 아이와 부모가 함께 체험하고 웃는 모습을 볼 때 전시를 설계한 보람을 가장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초능력 비밀 아카데미는 1일 정식 개관했다. 하루 3회 예약제로 운영하며 한 회차에 최대 250명이 입장할 수 있다. 어린이·청소년 입장료는 1000원, 성인은 2000원이다. 로봇팔 등 직접 조작하는 장비가 많고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점을 고려해 초등학교 5학년 이상 관람을 권장한다.

이은영 국립중앙과학관장은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초능력 비밀 아카데미는 우리가 영화나 만화에서 보던 초능력을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직접 체험해 보는 공간”이라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놀이처럼 전시를 체험하면서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첨단기술을 보다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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