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안 언제나 옳지 않아…야당·언론 지적에 감사해야”

하준호 2026. 9. 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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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일 “정부안이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고 완벽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각 부처에 국회의 지적과 대안을 적극 수용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정의 두 핵심 주체인 국회와 정부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을 책무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여야 모두 작은 차이를 넘어 초당적으로 상생과 타협의 지혜를 발휘해 달라”며 “국민과 국회의 지적, 대안들을 대승적으로 검토하고 합당한 제안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입법과 예산에 충실히 반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도 제38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각 부처가 스스로 레드팀의 시각에서 기존 정책 속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기 위해 소관 업무를 점검하라고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외국인의 국민연금 추후 납부 제도 악용 사례가 수년간 방치된 뒤에야 지적이 된 점을 언급하면서 “이게 내부 시스템에서 문제 지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좀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시각으로 보면 발견이 안 된다”며 “야당의 지적이나 언론의 지적도 지적해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고, 시민단체와 전문가 의견까지 폭넓게 살펴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많이 가려달라”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선 “폭발적인 수출 증가로 올해 경제성장률 3% 상회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다”면서도 “주요 지표와 달리 민생 현장은 여전히 어렵고, 특히 밥상 물가 부담이 상당하다”며 ▶농·축·수산물 할인 ▶비축 물량 공급 확대 등 추석 장바구니 물가 대책을 선제적으로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30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이 추석 민생 안정 대책을 보고하며 “(물가를) 확실하게 잡겠다”고 말하자 “(그러지 못하면) 재경부 장관 지명 취소할 수도 있다”는 뼈있는 농담도 던졌다. 이어 “경제 상황은 개선됐다고 수치상으로는 많이 나오는데 국민들은 ‘도대체 나는 뭐냐’ 이런 생각이 많이 들 것”이라며 “오늘(1일) 써서 낸 것 말고 좀 더 필요하면 추가로 하는 것도 검토하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도 제38회 국무회의에서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현 재정경제부 1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수도권 주택 공급에 대해서도 속도전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신속하게 인·허가 착공을 거쳐서 공급하는 것은 내수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며 “수도권 주택 공급은 건설 경기 부양과 직접 관계가 있는 만큼 경기 회복 정책이라고 생각하고 더 주력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또 “공급을 위한 금융 규제는 없다”며 “인·허가 문제에 어려움이 있으면 기초정부·광역정부·중앙정부 사이 원스톱 시스템을 도입해 신청하면 곧바로 쭉 처리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금 문제 때문에 건축이 지연되지 않게 정부는 온갖 방법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820조9000억원 규모의 2027년도 예산안이 심의·의결됐다. 지난해 본예산 대비 12.8%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이자 증가율이다. 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에 담긴 ▶청년 1인당 최대 2억원 지원 ▶10대 창업도시 조성 ▶공공주택 20만호 공급 ▶농어촌 기본소득 확대 등을 거론하며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들을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지금 금리 상승은 피할 수 없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계층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또 그로 인해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재정이 정교한 역할 분담에 나서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심의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정부도 적극 존중하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도 제38회 국무회의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토론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비거주·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에 차등을 두는 부동산 세제개편안은 소폭 수정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비거주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가 원안 9억원에서 기존 12억원으로,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는 각각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조정됐다. 세 부담 상한도 원안인 200%에서 현행 150%로 회귀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세 부담의 급격한 변동을 완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비거주와 1거주의 구분을 두지 말자는 더불어민주당 측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치되 기본적으로 부동산 가격 정상화라는 정부 정책 기조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관련 세제는 현행 ISA와 같이 연 납입한도 미사용분 이월을 허용하고 일몰기한을 없애는 한편, 청년형 ISA와 청년미래적금 중복 가입을 허용하는 등 대폭 손질해 의결했다. 강 대변인은 “주가 누르기 상장 주식 평가 방법 개선안은 추후 국회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자본시장 개선 방안 등 시장 규율을 강화하는 방안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왼쪽)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김 실장은 지난달 31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이를 수리했다. 연합뉴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날 사퇴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최근 지지율 하락에 따른 국정 기조 변화에 관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직전 X(옛 트위터)에 국토교통부의 KTX-SRT 통합 완료 관련 게시글을 자신의 계정에 올리며 “결국 마지막에 민생·개혁·통합이라는 종합 실적으로 평가받는다”고 적었다. 여권 관계자는 “국정 기조를 유지하되 수정할 건 유연하게 수정하면서 종래의 성과로 평가를 받겠다는 정공법을 선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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