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쿨존 들어서자 24㎞"…카카오 서울자율차, 수동전환 없이 달렸다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어린이 보호구역에 진입합니다."
지난달 31일 밤 11시를 넘긴 서울 강남구 도곡동. 비에 젖은 도로 위를 달리던 카카오모빌리티 '서울자율차'가 어린이 보호구역에 가까워지자 차량 내부에서 안내음이 울렸다.
뒷좌석에서 바라본 화면에는 주행 구간이 붉게 표시됐다. 제한속도 시속 30㎞인 이 구간에서 차량은 최대 24㎞ 수준으로 속도를 낮추도록 설정됐다. 운전석의 세이프티 매니저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지만, 차량은 스스로 신호와 주변 차량을 살피며 보호구역을 통과했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곳에서는 반드시 사람이 운전대를 넘겨받아야 했다.
1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8월20일부터 강남에서 운행하는 서울자율차를 2대에서 6대로 늘리고 구역형 자율주행 서비스로는 국내 최초로 교통약자 보호구역까지 자율주행 범위를 확대했다. 보호구역에서 수동주행으로 전환하며 끊겼던 데이터를 이제 자율주행 상태로 연속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빨간 스쿨존'에서도 AI가 판단…"수동 개입 줄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 강남에서 자체 기술 기반 서울자율차 심야 운행을 시작한 뒤 실도로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이후 8월20일부터 운행 차량을 기존 2대에서 6대로 늘리고, 기존에는 수동 운전으로 전환해야 했던 교통약자 보호구역까지 자율주행 운행 범위를 넓혔다.
특히 보호구역에서 자율주행이 끊기며 발생하던 데이터 공백을 줄여 이륜차와 불법 주정차, 무단횡단 등 강남 도심 특유의 돌발 상황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 학습 모델에 반영해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이날 보호구역에 들어선 차량은 단순히 속도만 줄이지 않았다. 김민선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사업팀장은 "객체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인지를 더 예민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차량이 좌회전을 앞두자 미리 1차선으로 옮겨 신호를 기다렸고, 우회전 구간에서는 보행자 신호와 맞은편에서 좌회전해 들어오는 차량을 확인한 뒤 한동안 멈췄다가 움직였다. 사람 눈에는 다소 조심스럽게 느껴질 만큼 보수적인 판단이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가 현재 운행 차량에 적용한 구조는 인공지능(AI) 플래너와 교통법규를 강제하는 규칙 기반 플래너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인지부터 판단·제어까지 하나의 AI 모델이 수행하는 엔드투엔드(E2E) 기술은 별도로 내재화·고도화하고 있다.
실제 사람의 개입도 줄어드는 추세다. 김 팀장은 "서비스 초기에는 차량의 인지 성능과 매니저들의 경험 부족 탓에 개입이 잦았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는 골목길이나 사고구간처럼 정책적으로 수동운전을 요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아예 개입하지 않고 운행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개입률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라이다·레이더·카메라 '3세대 조합'…"다음 시험대는 낮의 강남"
차량 자체도 계속 바뀌고 있다. 이날 기자가 탑승한 기아 EV6는 카카오모빌리티가 '3세대'라고 부르는 자율주행차다. 차량에는 라이다 3개와 레이더 5개, 카메라 7개가 달렸다.
센서 자체는 외부 전문업체 제품을 쓰지만 여러 센서를 장착하는 구조물인 'AV 키트'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체 설계했다. 센서 구성과 제조사는 1세대에서 3세대를 거치며 계속 달라졌는데 다양한 완성차에 같은 기술을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모듈형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변화는 터널에서도 체감됐다. 위성항법시스템(GNSS) 신호가 약해지는 구간에 들어섰지만 차는 차선을 따라 움직였다. 초기에는 위치 추정이 흔들리는 문제가 있었지만 라이다·카메라·레이더 정보를 결합하는 센서융합으로 위치 추정 성능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뒷좌석 모니터도 차량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자동차, 보행자, 이륜차 등이 화면에 표시되고 현재 자율주행 여부와 속도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영상에서도 차량 주변 객체가 화면에 잡혔다 사라지고 주행 차선을 따라 경로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모습이 확인됐다. 보이지 않는 판단 과정을 승객에게 보여주는 '자율주행차량 시각화 장치(AVV)'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준비중인 남은 시험대는 한층 붐비는 '대낮의 강남'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주간 데이터를 축적하며 테스트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심야에는 돌발적인 운행 차량이 변수라면 주간에는 촘촘한 교통 흐름 속에서 보다 적극적인 차선 변경과 판단이 요구된다. 지난 3월 서비스 개시 이후 2000건이 넘는 호출을 완료하며 쌓은 실도로 데이터가 다음 단계의 재료가 되는 셈이다.
시승을 마친 뒤 카카오 T에서 서울자율차를 직접 호출하는 화면도 확인했다. 서울자율차는 현재 강남역·양재역·개포동·대치동·선정릉역에서 압구정역·봉은사역 일대까지 이어지는 강남 지역에서 평일 밤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운행한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호출 가능한 차량이 있을 경우 일반 택시와 함께 '서울 자율차'가 선택지로 나타난다. 이날 롯데시네마 도곡에서 강남역 2호선까지 경로를 설정하자 예상요금은 5800원으로 표시됐다. 다만 폭우나 폭설 등 기상 악화와 도로 상황에 따라 운행이 제한될 수 있다고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설명했다.
밤 11시의 강남을 달린 서울자율차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더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사람이 운전대를 잡아야 했던 구간을 차가 스스로 판단해 통과하기 시작했다는 것. 자율주행의 범위를 한 구간씩 넓혀가는 과정은 화려하기보다 조심스러웠지만 그만큼 실제 도로 위 기술의 변화는 구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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