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보험 사각지대]①커지는 기후재난, 못 따라가는 보험…정부·지자체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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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폭염·집중호우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하면서 피해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기후보험 활성화하려면 결국 정부·지자체 나서야경기도·제주 실험 눈여겨봐야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기존 보험이 보장하지 못했던 기후재난에 따른 생업·생계 피해를 보전하는 기후보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지난 5월 '기후보험 사업 추진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기존 보험의 보장 사각지대에 놓인 기후재난 피해를 보완할 수 있는 기후보험 도입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제주도는 폭염으로 건설현장 작업이 중단될 경우 일용직 근로자의 소득 손실을 보장하는 지수형 기후보험을 시행하고 있으며, 경기도는 온열질환 등 기후 관련 피해를 보장하는 기후보험을 전 도민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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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풍수해보험 가입률 4.6%
KB손보 지수형 날씨보험도 가입 '0건'
기후위기로 폭염·집중호우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하면서 피해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태풍이나 홍수로 건물·시설물이 파손되는 직접 피해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폭염으로 작업이 중단되거나 손님이 줄어 매출이 급감하는 등 시설물이 멀쩡해도 발생하는 간접 피해가 늘고 있다. 기후보험을 개인의 선택 영역에만 둘 것이 아니라 기후재난 시대의 새로운 안전망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사전에 설정된 지표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수형 기후보험과 공공형 기후보험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재난에 가까운 기상현상 등으로 인한 글로벌 연평균 경제적 손실은 2000년대 893억달러에서 2010년대 1670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2020년대에는 2189억달러로 폭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00여년간 연평균 기온이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2010년 이후 폭염·열대야 일수와 집중호우 발생 빈도가 늘어나는 등 재난적 기후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실제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폭염 일수는 1910년대 7.7일에서 2020년대 16.9일로 2.2배 늘었고, 같은 기간 열대야 일수는 무려 4.2배 급증했다. 비가 내리는 날은 줄었지만 강수량은 늘면서 강수 강도는 더 세졌다. 권순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연 강수 일수는 10년마다 평균 0.68일 감소한 반면 연 강수량은 10년당 17.8㎜ 증가하면서 강수강도가 강화되고 있다"며 "시간당 50㎜ 이상의 극한 강우 발생 빈도 역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기후재난 위험이 커지면서 이를 보장하는 보험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으나 가입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풍수해·지진재해보험' 가입률은 올해 5월 말 기준 주택 34.9%, 농·임업용 온실 18.1%, 소상공인 상가·공장 4.6%에 불과하다. 풍수해·지진재해보험 전체 가입 건수는 2020년 42만1158건에서 2023년 81만879건까지 증가했지만, 2024년에는 72만7814건으로 감소했다. 특히 소상공인 가입 건수는 2022년 19만5792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14만2112건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24년에는 5만5323건으로 전년보다 61.1%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 관계자는 "기업 후원과 재정 지원 등으로 가입 건수가 급증했다가 한정된 예산 등의 이유로 가입 대상을 조정하자 가입자들이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기후재난에 대한 보험 수요가 없어 가입 건수가 줄었다기보다 보험료 부담과 보장 범위 등의 문제로 실제 보험 가입이 감소한 셈이다. 실제 2024년 소상공인 일반 가입자의 정부 지원 비율은 기존 70%에서 55%로 낮아졌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지수형 보험이 거론된다. 일반적인 실손보험은 폭염으로 인한 작업 중단이나 유동인구 감소처럼 직접적인 자산 손괴 없이 발생한 피해의 경우 손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지수형 보험은 기온·강수량·강설량·폭염 일수 같은 객관적인 기상지표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KB손해보험은 지난해 11월 지수형 날씨보험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지자체 단위나 개별 시장 단위로 가입하는 단체보험 형식으로 개발됐다. 가입 시 지자체의 보험 가입 예산 지원이나 전통시장 대상 민간 ESG업체의 기부금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8월31일 기준 가입 건수는 '0건'으로 확인됐다. 올해 지방선거로 일부 지자체 수장이 바뀐 데다 지자체의 정책 방향과 예산 편성 등에 따라 지원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KB손보 관계자는 "정작 보험료를 부담할 주체와 예산이 없어 가입 활성화가 어렵다"고 전했다.
KB손보는 경기도 의정부의 한 시장 상인회와 보험 가입을 위해 지속해서 논의했으나 결국 계약은 성사되지 못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올해 7~8월에는 손님 차량 대수가 절반으로 줄 정도로 매출 피해가 컸지만, 생계가 빠듯한 자영업자들에게는 단돈 몇만 원의 보험료조차 부담이었다고 상인회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에 전했다. 이 관계자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보험료의 30%를 자부담해야 하는 보험에 가입할 여력은 없다"며 "결국 자부담을 낮춰주지 않으면 이런 보험이 있어도 가입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들이 보험료 부담 때문에 안전망에 들어오지 못하는 '기후보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기후보험을 개인의 형편과 선택에 맡기는 자율 영역에만 묶어두지 말고 사회안전망의 영역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보험학회장을 지냈던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형식적 정부 정책성보험을 넘어서 실제 생계를 보장해 주는 재난생활보험으로 발전돼야 할 것"이라며 "이제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정부가 정책적 보험을 설계하고 의무화하는 것이 매우 요구되는 시점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기후재난으로 인한 손실의 상당 부분이 기존 실손보상 체계의 보장 범위에서 벗어나면서 보장 공백도 발생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재난적 기후현상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적 손실 가운데 보험으로 보장되는 비중은 2025년 기준 49%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기존 보험이 보장하지 못했던 기후재난에 따른 생업·생계 피해를 보전하는 기후보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기후 등 미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과제로 폭설·한파와 같은 기상이변에 대해 손해액 산정 없이 사전에 정한 날씨지수 수준에 비례해 보험으로 보장하는 지수형 날씨보험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기후보험을 단순한 민간보험 상품이 아니라 지자체와 연계해 취약계층의 보험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 수단으로 설정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지난 5월 '기후보험 사업 추진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기존 보험의 보장 사각지대에 놓인 기후재난 피해를 보완할 수 있는 기후보험 도입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이미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형 보험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는 폭염으로 건설현장 작업이 중단될 경우 일용직 근로자의 소득 손실을 보장하는 지수형 기후보험을 시행하고 있으며, 경기도는 온열질환 등 기후 관련 피해를 보장하는 기후보험을 전 도민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후보험을 개인의 선택에만 맡기기보다 지자체와 정부가 보험료를 분담하는 공공형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지자체와 열악한 지자체가 상호 연계되는 공동체 보험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 교수는 "거주 지역에 따라 재난 보장 수준에 차이가 난다면 심각한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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