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환급분 미리 제하는 실손보험, 가입자에 불리… “우선 지급·사후 정산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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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초 중증 폐렴으로 3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앞선 A씨 사례에 대입하면 보험사가 약관에 따른 실손보험금을 우선 지급하고, 이후 확정된 건보 환급액에 따라 나머지를 정산하는 식이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본인부담상한액 초과분을 지급한 경우 건보공단에 해당 금액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지난 3월 발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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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급 의무화’ 제도 개선 필요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초 중증 폐렴으로 3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퇴원할 때까지 발생한 본인부담금은 500만원이다. 건강보험료 기준소득 4~5분위에 해당하는 A씨의 올해 본인부담 상한액은 173만원. 초과분 327만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건보공단은 한 해 진료가 끝난 뒤 건보료 등을 토대로 개인별 소득구간과 본인부담 상한액을 확정해 초과분을 환급한다. 연초에 치료받은 A씨의 경우 본인부담 상한액 초과분을 돌려받기까지 최장 1년 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31일부터 ‘2025년 진료분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 지급 절차’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226만명 이상이 3조원 넘는 돈을 받아갈 예정이다. 1인당 평균 136만원 수준이다. 지급 대상자의 90% 가까이가 소득 하위 50%에 해당한다. 본인부담상한제가 저소득층의 고액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사회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실손보험 가입자는 건보 환급 예상분만큼 보험금을 받지 못한 채 실제 환급 때까지 의료비를 자기 돈으로 부담해야 한다. 보험사가 건보공단 환급액을 실손보험금에서 미리 제외하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사후정산제가 도입되면 이런 문제는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실손보험금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확정된 건보 환급분을 공단과 정산하면 의료비 자부담 기간이 짧아진다. 이듬해 본인부담상한액이 확정된 뒤 보험사가 건보공단과 알아서 정산하면 끝이다. 앞선 A씨 사례에 대입하면 보험사가 약관에 따른 실손보험금을 우선 지급하고, 이후 확정된 건보 환급액에 따라 나머지를 정산하는 식이다. A씨는 치료 직후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데다 이듬해 건보공단에서 환급받은 돈을 보험사에 돌려주는 절차도 거칠 필요 없어 간편하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실손보험 가입자 전반의 보험료 부담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9~2022년 8580억원이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과 실손보험금으로 이중지급됐다. 감사원은 이런 이중지급을 막을 경우 실손보험 손해율이 2.3% 포인트 개선돼 연간 보험료가 22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국회는 제도 개선 논의를 시작한 상황이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본인부담상한액 초과분을 지급한 경우 건보공단에 해당 금액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지난 3월 발의됐다. 다만 이 법안에 보험사가 향후 건보공단에서 환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까지 가입자에게 우선 지급하도록 하는 의무는 담겨 있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국회에 계류돼 있는 건보법 개정안은 보험사 사후정산의 법적 근거는 마련하지만 가입자가 1년 넘게 의료비를 자기 돈으로 메워야 하는 보장 공백이 그대로 남는 구조”라면서 “금융소비자의 이익까지 보장하려면 보험사의 사후정산 근거뿐 아니라 우선 지급까지 의무화하도록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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