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가 당해야 하나”… 네팔 ‘기후 불평등’ 성토

이찬희,장은현 2026. 8. 3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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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이 배출하는 탄소는 세계적으로 아주 적은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온 부유한 국가가 아니라 네팔 사람들이 피해를 입습니다."

네팔 누와코트 비두르의 수해 현장에서 31일 만난 프렘 사닥(35)씨는 삶의 터전을 집어삼킨 이번 대홍수를 '기후 불평등'의 문제라고 표현했다.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히말라야 지역을 덮친 대규모 '빙하 홍수' 참사는 31일로 6일째를 맞았다.

네팔에서 20년간 거주한 교민 A씨(30)는 "히말라야를 비롯한 고산지대에서는 눈과 빙하가 녹으면서 바위가 드러나거나 떨어지고, 호수에 바위가 떨어져 눈사태가 발생하는 일도 있었다"며 "자연재해 자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이번 홍수의 규모는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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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 참사 네팔, 이찬희 기자 르포]
누와코트 비두르 수재민들 절규
에너지 소비 아주 적은데 최대 피해
몇 달러 구호보다 재난 원인 줄여야
‘구조 터널’ 뚫어 수력발전소 실종자 수색 네팔 육군 구조대원들이 31일(현지시간) 대홍수로 토사·암석에 매몰된 보테코시강 상류 라수와가디 수력발전소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위해 뚫은 터널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날까지 네팔과 중국의 사망자는 919명, 실종자는 4793명으로 집계됐다. AFP연합뉴스

“네팔이 배출하는 탄소는 세계적으로 아주 적은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온 부유한 국가가 아니라 네팔 사람들이 피해를 입습니다.”

네팔 누와코트 비두르의 수해 현장에서 31일 만난 프렘 사닥(35)씨는 삶의 터전을 집어삼킨 이번 대홍수를 ‘기후 불평등’의 문제라고 표현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상대적으로 작은 히말라야 산악지역 주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사닥씨는 “사람이 죽은 뒤 돈만 보내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닥씨는 재난 이후의 구호보다 재난을 키우는 원인을 줄이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불쌍하게 여겨 몇 달러를 기부받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자연을 보호하는 행동”이라며 “산은 우리의 ‘마더 네이처(Mother Nature)’고 우리는 그곳에서 음식과 물을 얻으며 살기 때문에 쉽게 떠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몇 달이 지나면 모두가 다시 잊어버린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네팔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국제연구단체 세계탄소프로젝트(GCP)의 세계탄소예산(Global Carbon Budget) 데이터에 따르면 네팔의 2024년 연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은 전 세계의 0.05%에 그쳤다. 삶의 터전과 가족을 한순간에 잃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참사가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놓인 네팔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기자가 찾은 비두르 수해 지역은 사실상 마을의 형태를 잃은 상태였다. 산에서 쓸려 내려온 회색빛 진흙과 자갈, 바위가 마을을 뒤덮었고 일부 건물은 2층 높이까지 토사에 묻히거나 벽체가 뜯겨 나갔다.

비두르에서 만난 로힛 타망(22)씨는 지난 26일 홍수가 닥쳤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오전 9시21분쯤 어머니한테 홍수가 오니 도망가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밀려오는 물을 보고 심상치 않다고 느껴 무작정 산 위로 달렸는데 조금 늦게 나온 이웃들은 끝내 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교에 다니는 언자나 다망(19)양도 “수업 중 갑자기 선생님께서 홍수가 났다고 소리쳐 간신히 도망쳐 나왔다”고 전했다.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히말라야 지역을 덮친 대규모 ‘빙하 홍수’ 참사는 31일로 6일째를 맞았다. 네팔과 티베트에서 공식 확인된 피해를 합치면 이날까지 사망자는 919명, 실종자는 4793명에 달한다. 

홍수에 휩쓸린 시신이 수백㎞ 떨어진 하류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비두르에 거주하는 아차르야 디네시씨는 “홍수에 휩쓸려 떠내려간 많은 시신이 약 150~200㎞ 하류에 있는 치트완과 나왈푸르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며 “이 지역에는 약 100만명의 주민이 강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데, 시신이 쏟아져 나오면서 전염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수해 지역 인근 트리슐리 군사기지에서는 육로가 끊긴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헬기를 기다리는 주민들도 보였다. 집 인근이 대홍수에 휩쓸렸다는 하리 갈레(46)씨는 “군이 헬기로 집이 있는 마을까지 데려다줘야 실종된 형제를 찾을 수 있다”면서도 “어젯밤부터 밤새 기다리고 있는데 내일은 돼야 내 차례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키운 위험을 일상적으로 감당해 온 히말라야 산악지역 주민들은 재난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더 실감하고 있다. 네팔에서 20년간 거주한 교민 A씨(30)는 “히말라야를 비롯한 고산지대에서는 눈과 빙하가 녹으면서 바위가 드러나거나 떨어지고, 호수에 바위가 떨어져 눈사태가 발생하는 일도 있었다”며 “자연재해 자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이번 홍수의 규모는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지역까지 피해가 번지면서 현지인들이 받은 충격이 더 크다”고 전했다.

A씨가 체감한 가장 뚜렷한 변화는 히말라야를 덮고 있던 눈이다. 5년 만에 네팔을 다시 찾았다는 그는 물고기 꼬리를 닮아 이름 붙여진 히말라야 마차푸추레 봉우리를 예로 들며 “예전에는 산이 하얗게 보였는데 이번에 돌아와 보니 눈이 사라지고 돌덩어리처럼 보여 깜짝 놀랐다. 빙하가 녹는 건 결국 사람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인한 인재(人災)”라고 주장했다.

히말라야 빙하의 감소는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ICIMOD)가 올해 내놓은 연구에 따르면 힌두쿠시 히말라야 지역의 빙하는 1990~2020년 전체 면적의 약 12%가 감소했고, 2000년 이후 얼음 손실 속도는 이전보다 두 배가량 빨라졌다. 연구진은 빙하 후퇴가 빙하호 범람과 산사태 등 고산지역 재난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ICIMOD는 2023년 보고서에서 2011~2020년 이 지역의 빙하 감소 속도가 앞선 10년보다 65% 빨라졌다며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이어질 경우 금세기 말까지 빙하 부피의 상당 부분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찬희 기자

누와코트=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 장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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