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광’ 류승룡 “이번엔 다른 부성애”…하지원 “배우 역할에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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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아래 우산을 쓴 사람과 개구리 그림이 그려진 '비광'은 고스톱의 광패 중에서 다소 애매한 지위를 갖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류승룡은 "'오디세이'와 마찬가지로 '비광'도 집으로 가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소중한 집과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하지원은 "'비광'은 신인 때보다 더 떨면서 찍은 작품"이라며 "많은 고민이 있었기에 현장이 더 소중했고 떨리도록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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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아래 우산을 쓴 사람과 개구리 그림이 그려진 ‘비광’은 고스톱의 광패 중에서 다소 애매한 지위를 갖고 있다. 비광을 제외한 광 3장이 모이면 3점으로 인정되지만, 비광이 포함된 광 3장은 2점에 그친다. 그러나 5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광이 필요하다. 혼자서는 완전하지 않지만 함께일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9월 2일 개봉하는 영화 ‘비광’은 화투패의 미묘한 관계성에 가족의 의미를 비유했다. 다시 말하면 이 영화는 함께일 때 강해지는 가족의 이야기다. 톱스타로 승승장구하던 중구(류승룡)·남미(하지원) 부부는 중구의 사생아 딸 동주(김시아)가 갑자기 나타나면서 파경을 맞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8년 뒤 동주가 모종의 사건에 휘말려 살인범으로 몰리자 이들은 동주를 구하기 위해 다시 뭉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류승룡은 “‘오디세이’와 마찬가지로 ‘비광’도 집으로 가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소중한 집과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비 오는 날 개구리가 급류에 휩쓸리지 않으려 거듭된 실패를 딛고 수양버들 나뭇가지로 뛰어올라 살아남았다”는 비광패의 비화를 소개하며 “인생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도 그 속에서 빛을 찾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승룡은 최고의 야구 선수였으나 지금은 초라하게 몰락한 중구를 연기했다. 영화 ‘7번방의 선물’, 드라마 ‘무빙’ 등에 이어 이번에도 헌신적인 부성애를 보여준다. “K아빠의 거친 부성애 연기를 많이 했던 터라 나 스스로도 지루하게 느껴진 참이었다”는 그는 처음엔 ‘비광’ 출연을 꺼렸다고 고백했다.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이지원 감독의 진심이 담긴 장문의 편지였다.
류승룡은 “단순한 부성애 얘기가 아니라는 이 감독의 말을 듣고 시나리오를 다시 봤다”며 “그동안 내가 보여주지 못한 모습에 대한 도전 의식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이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대해서는 “끝을 보는 집념이 있더라. 화면의 질감이나 색감, 음향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밀도 있고 클래식한 영화가 나왔다”고 만족해했다.
‘7번방의 선물’과 ‘극한직업’으로 1000만 흥행을 경험했고, 지난해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제62회 백상예술대상 방송 부문 대상을 거머쥔 류승룡은 “인생은 롤러코스터 같다. 정점에 오른 순간 나는 바로 내려갈 준비를 한다.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의 아내 남미 역을 맡은 배우 하지원은 이번 작품에 대한 애정이 유독 남달랐다. 2021년 촬영을 마친 이 영화가 5년 만에 개봉하게 되자 감격에 겨워 이 감독과 부둥켜안고 울기도 했다. 배우로서 고민이 많던 시기에 만난 작품인 데다 극 중 역할도 배우여서 감정적으로 더 이입하게 됐다. 화려한 톱스타에서 생계형 연예인으로 전락하고도 현실을 버텨내는 남미를 연기하며 그는 “많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하지원은 “타인이나 사회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야 하고 늘 선택받아야 하는” 배우의 숙명에 크게 공감했다. “시나리오 안의 캐릭터로만 살다가 무대를 뛰쳐나가 세상 속의 하지원을 보며 혼란을 느낀 적이 있거든요. ‘나라는 존재는 뭘까. 왜 배우 일을 하는 걸까.’ 남미도 아마 뒤늦게 세상이 보였을 거예요.”
하지원은 “‘비광’은 신인 때보다 더 떨면서 찍은 작품”이라며 “많은 고민이 있었기에 현장이 더 소중했고 떨리도록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치열하게 공들여 찍은 ‘비광’에 대한 만족감이 컸기에 이 감독과 올해 드라마 ‘클라이맥스’도 함께 작업했다. 남미 캐릭터와 유사성이 있는 톱스타 추상아 역을 맡았다.
최근 유튜브 콘텐츠 ‘26학번 지원이요’를 통해 대학생 새내기에 도전하는 등 새로운 경험도 하고 있다. 하지원은 “도전은 늘 떨리고 힘든 일이지만, 크든 작든 도전하고 시도하다 보면 나 자신이 좀 더 확장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배우로서 갇혀 있는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은 세상을 보고 캐릭터로서 이야기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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