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1·2 65% “3시까지 수업 힘들어요”…교사들도 반대 본격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 내실화를 위해 오후 3시까지 교육시간 확대 논의를 추진하자 교원단체들의 반대 움직임도 본격화 하고 있다. 초등 저학년의 발달 단계를 고려할 때 장시간 학교에 머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교원 부족 등으로 인한 교사들의 업무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교원단체들 “학생 발달에 부정적 영향” 반발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교사노조)은 최근 전국 초1·2학년 2만9136명을 대상으로 교육시간 확대 논의 관련 학생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온라인 설문조사 직접 참여 및 교사가 설문 문항에 대해 학생들의 거수 결과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학년은 1만2024명, 2학년은 1만7112명 참여했다.
이번 조사에서 학생들에게 ‘담임선생님과 6·7교시까지 수업하고 오후 3시에 하교한다면 어떻겠나’라고 묻자, 응답 학생의 65.5%(1만9072명)는 “힘들고 지칠 것 같다”고 답했다. “끝나고 학원과 방과후 수업을 가야 해서 너무 늦게 집에 갈 것 같다”는 응답도 30.8%였다. “교실에서 더 오래 공부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답변은 3.7%에 그쳤다.

‘교실 수업이 길어질 때 걱정되는 점’에 대해선 “오래 앉아 있어야 해서 힘들고 피곤하다”는 답변이 45.5%로 가장 많았다. “학원도 늦게 끝나서 놀 시간이 줄어든다”, “부모님(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답변이 각각 27.7%, 26.8%로 집계됐다.
학생들은 하교 후 친구들과 놀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도 답했다. ‘학교가 끝나고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란 물음에 “놀이터나 집에서 친구들과 맘껏 놀기”란 답변은 47.6%, “부모님, 가족과 시간보내기”는 45.2%였다.
초등교사노조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학교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가족과 관계를 맺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학생의 발달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강석조 초등교사노조위원장은 “교육시간을 늘리는 것이 교육 내실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저학년 교육시간에 대한 논의는 학교에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 것인지가 아닌,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수업과 휴식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오후 1시 하교…국교위, ‘3시 하교’ 논의 본격화
초등교사노조의 이번 설문조사는 국교위의 공론화 움직임과 맞물려 진행됐다. 국교위는 오는 3일 국회미래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등과 공동 정책포럼을 열고 교육 전문가, 교원, 학부모 등과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를 둘러싼 쟁점 등을 논의한다.
‘초등 저학년 오후 3시 하교’ 정책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지만, 교원단체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는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으나, 대다수 교사들의 반대에 밀려 매번 무산된 바 있다. 교사들은 업무량 급증은 물론, 장시간 수업이 초등학생의 신체·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도 31일 성명서를 내고 “아동 발달 단계에 대한 교육학적 검증이 선행돼야 하고, 교원 정원 확보 및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재정적·시설적 뒷받침도 우선 논의가 필요하다”며 “초등 입학기 돌봄 공백의 원인은 짧은 수업시간 때문이 아니라 교육 인프라 부족이라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있다”고 밝혔다.
반면 상당수 학부모들은 돌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초등 1·2학년 남매를 둔 학부모 김모(37)씨는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태권도 학원에 맡겼다”며 “공교육에서 아이들을 더 긴 시간 책임져준다면 그만큼 돌봄과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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