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500m 바닷속 누빌 무인 해저로봇 ‘마지막 테스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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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산업현장에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KIOST가 2017년 문을 연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를 기반으로 한 이 시설에는 대형 수조부터 수중 계측장비, 압력챔버, 시험평가선까지 갖춰져 있다.
KIOST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사업을 진행하며 500~2500m 안팎의 수심에서 해양 구조물 건설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중건설로봇 3종을 개발했다.
2017년 수중건설로봇의 성능시험을 위해 문을 연 시설은 이제 해양 무인시스템의 '실전 무대'를 만드는 곳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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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m 수조부터 실해역 테스트베드까지
URI-L·URI-T·URI-R 개발·현장 투입
새만금 내해·포항 외해 테스트베드 구축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산업현장에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인간보다 강한 힘과 운동능력, 섬세한 움직임으로 24시간 일할 수 있는 로봇은 기업으로선 생산성을 극대화할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
바다와 관련한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육지보다 인간의 활동 제약이 많은 바닷속에서는 로봇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바다에서 로봇은 육지와 전혀 다른 환경을 만난다. 물속으로 내려가는 순간 시야가 제한되고, 조류와 수압을 견뎌야 한다. 위치를 확인하고 통신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해양로봇은 연구실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결국 실제 바다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해안로에 자리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 이희승) 해양로봇실증센터는 그 ‘마지막 시험’을 준비하는 곳이다. KIOST가 2017년 문을 연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를 기반으로 한 이 시설에는 대형 수조부터 수중 계측장비, 압력챔버, 시험평가선까지 갖춰져 있다.
27일 폭우를 뚫고 현장을 찾은 해양수산부 기자단들은 센터 안에서 가장 먼저 거대한 수조와 마주했다.
길이 35m, 폭 20m, 수심 9m 규모 3차원 수조다. 수중건설로봇을 실제 물속에 넣어 움직임과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옆에는 회류수조가 있다. 단면적 5m*5m 규모로 최대 3.4노트의 조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이 흐르는 상황에서 로봇이 어떻게 움직이고 작업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시설이다.
여기에 수중 PIV(Particle Image Velocimetry) 시스템과 수중카메라, 수중측위시스템, Indoor GPS(실내측위시스템)가 갖춰져 있다. 최대 3000m 수심에 대응할 수 있는 압력챔버도 있다. 30t과 5t 규모 크레인, 습식 실험실과 건식 실험실, 정비동 등도 마련돼 있어 로봇의 시험과 정비를 한 곳에서 수행할 수 있다.

이곳에서 시작된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수중건설로봇사업이다.
KIOST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사업을 진행하며 500~2500m 안팎의 수심에서 해양 구조물 건설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중건설로봇 3종을 개발했다. 단순히 로봇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성능을 검증하고 ‘트랙레코드(실적)’를 확보하는 게 사업 목표다. 총 연구비는 1124억8000만원이다.
개발한 로봇은 실제 바다로 나갔다.
경남 통영 욕지도에서는 해저 상수관로 공사에 URI-R과 URI-T를 투입했다. 2019년 1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진행된 사업으로, 7.5㎞ 해저 상수관로를 설치하는 작업이다.
거제 지심도에서도 같은 로봇이 해저 상수도관 설치 공사에 활용했다. 4.6㎞에 이르는 해저 구간에 상수관로를 설치했다.
수중건설로봇 활동 무대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베트남 사오방다이응웻(SAO VANG–DAI NGUYET) 해역에서는 파이프라인 설치와 관련한 작업에 투입했다. 북서태평양 괌 북동부 해역에서는 수심 1400~2000m에 이르는 바다에서 URI-L이 활약했다. URI-L은 해저산에 분포하는 생물의 영상자료와 시료를 확보하고 인공서식 상자를 설치하는 작업을 했다.
이런 현장 경험은 수중건설로봇의 실적이 됐다. KIOST 자료는 URI-L·URI-T·URI-R을 실제 공사 현장과 용역 작업에 투입하면서 현장 실증과 사업화를 진행했다.

책상 위 연구에서 실제 바다 ‘실증’으로, 마지막 사업화까지
해양로봇실증센터가 바라보는 곳은 이제 수중건설로봇에만 머물지 않는다. 해양산업에서 활용되는 무인 시스템 자체가 빠르게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는 무인항공기(UAV), 바다 위에서는 무인수상선(USV), 물속에서는 원격무인잠수정(ROV)과 자율무인잠수정(AUV)이 움직인다.
문제는 이들 장비 역시 연구실에서 작동하는 것과 실제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KIOST는 그래서 ‘개발→시험→실증→사업화’로 이어지는 전주기를 구축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만든 뒤 성능을 평가하고, 실제 해역에 투입해 실적을 확보한다. 이후 시험평가와 인증, 표준화를 거쳐 사업화로 연결하는 구조다. 자료에서는 이를 해양 무인시스템 개발의 전주기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해양 무인시스템 실증 시험·평가기술 개발’ 사업은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이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진행 중인 이 사업에는 총 480억원을 투입한다. 기존 포항 UTEC과 시험평가선 ‘장영실호’를 활용하면서 새만금과 동해권에 실해역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해양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통합 실증시험·평가 오픈랩도 구축한다.
해당 사업은 수조에서 부품 단위 시험을 하고, 이후 새만금 등 내해에서 서남해 환경을 대상으로 실증한다. 이후 포항 등 외해에서 동해 환경을 활용해 시험한다. 실험실과 수조, 실제 바다를 단계적으로 연결해 로봇의 성능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시험 대상도 확대했다. ROV와 AUV, 글라이더 같은 UUV부터 무인선 USV, 관측장비, 수중음향, 수중통신까지 포함한다.
이제 해양로봇실증센터는 특정 로봇 하나의 성능을 확인하는 시설을 넘어 다양한 해양 무인시스템이 실제 바다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시험 플랫폼을 향하고 있다.
시험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KIOST는 민관군 협의체를 구성하고 30개 시험평가 절차서와 시험장 구축을 검토하는 한편, 해양 무인시스템 분야의 표준화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개발자와 실제 장비를 사용하는 최종 사용자, 운용자를 연결해 시험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해양로봇의 경쟁력은 ‘얼마나 잘 만들었느냐’에서 끝나지 않는다. 얼마나 깊은 곳에서, 얼마나 거센 조류 속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는지 보여주는 실적이 필요하다.
포항 해양로봇실증센터는 35m 길이의 수조에서 시작해 회류수조와 압력챔버를 거치고, 장영실호를 타고 실제 바다로 나간다. 수조에서 확인한 로봇을 실제 해역에 투입해 데이터를 쌓고, 그 데이터를 다시 시험평가와 인증·표준화로 연결한다.
2017년 수중건설로봇의 성능시험을 위해 문을 연 시설은 이제 해양 무인시스템의 ‘실전 무대’를 만드는 곳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KIOST가 제시하는 해양로봇의 비전 역시 원천기술 개발에서 실증, 트랙레코드 확보, 기술이전, 사업화, 양산과 현장 투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다.
연구실에서 탄생한 로봇이 실제 바다에서 사람을 대신해 움직이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실전’이다. 포항의 해양로봇실증센터는 그 실전을 준비시키는 국내 해양로봇의 시험장이다.
장인성 KIOST 해양신산업연구본부장은 “민관군 협의체를 통해 연구 성과의 활용 가능성을 확대하고 실해역 시험장에서 다양한 연동시험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며 “센터에서의 연구 결과는 장비 신뢰도 확보에 이바지하고 해양무인시스템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단체표준을 마련하면서 국제 표준 제작을 선도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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