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거지의 공통점, 교육과 커피의 공통점 [커피로 맛보는 역사, 역사로 배우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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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한 "다른 점 찾으면 원수, 같은 점 찾으면 형제"라는 말이 관심을 끌고 있다.
교육학 교수로 30여 년, 커피 전문가로 10년 정도 활동해 보니, 어느 순간 우리나라 교육과 커피가 꽤 많은 공통점과 흥미로운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지나친 열기는 커피에서는 맛을 감추고, 교육에서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교육에 대한 국가 관여 수준으로 커피에 국가 권력이 개입한다면 우리나라 커피도 발전을 멈출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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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한 "다른 점 찾으면 원수, 같은 점 찾으면 형제"라는 말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와 같은 점 찾아서 의기투합하고, 나의 눈에 거슬리는 다른 점을 외면하면 형제랄 수 있을까? 상대방의 다른 점을 지적해서 고치게 하고, 상대방을 보고 나의 잘못된 점을 고치는 행동이 배척할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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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 |
| ⓒ 오마이뉴스 |
둘째, 교수와 거지 모두 수입이 일정치 않다, 교수는 월급 이외에 외부 강의료, 논문 심사료, 회의비 등 잡수입이 많다. 배우자도 모른다. 거지는 그날그날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수입에 차이가 심할 수밖에 없다. 셋째, 교수와 거지 모두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다, 교수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지만, 출퇴근이 자유로운 것이 거지와 다를 바 없다.
넷째, 교수와 거지라는 직업은 일단 되기만 하면 굶어 죽지는 않는다. 교수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지만 급여가 대단하지는 않다. 거지 또한 되려는 마음 먹기가 어렵지만 일단 되고 나면 굶어 죽지는 않는다. 다섯째, 교수도 거지도 입만으로 먹고 산다. 늘 같은 내용의 강의를 반복하는 교수와 '한 푼 줍쇼'라는 같은 말을 반복해서 외쳐대는 거지가 닮아 보인다.
교수와 정자(생식세포)의 공통점도 재미있었다. 첫째, 교수와 정자는 손과 발이 없다, 교수가 대부분의 일을 조교에게 시키는 모습을 빗댄 말이다. 손과 발이 없고 머리만 큰 정자처럼 손발은 묶어 두고 머리만 쓰는 교수가 많던 시절이 있었다.
둘째, 교수와 정자 모두 사람 될 확률이 매우 낮다, 알려진 대로 정자가 사람이 될 확률은 정말 낮다. 수억 마리의 정자 중에서 오직 한 마리만 난자와 결합해서 사람이 된다. 선착순이 아니라 난자가 정자를 선택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런데 교수는 왜 사람 될 확률이 낮다고 평가되었을까?
1993년 서울대에서 있었던 교수에 의한 조교 성희롱 사건을 시작으로 유난히 교수에 의한 학생 성희롱 사건이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다. 후일 미투운동으로 발전하였고, 주인공 중에 교수도 많았다. 입으로는 남을 가르치려고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모범적이지 않고 권위적인 교수의 모습을 지켜본 주변인들이 만든 얘기로 보인다.
셋째, 한번 들어가면 절대 나오지 않는다. 정년이 보장된 교수라는 직업이 지닌 철밥통 모습과 난자에 의해 선택받은 정자는 절대 수정란을 빠져나올 수 없음을 비유한 이야기이다.
이런 비유는 교수 사회의 특성을 잘 아는 대학 구성원, 아마도 대학원생이나 조교가 만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교수 누군가의 고백이 담긴 이야기일 수도 있다. 대체로 교수의 허세나 위선을 지적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우리나라 교육과 커피의 공통점
교육학 교수로 30여 년, 커피 전문가로 10년 정도 활동해 보니, 어느 순간 우리나라 교육과 커피가 꽤 많은 공통점과 흥미로운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먼저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커피와 우리나라 교육은 둘 다 쓰다는 점이 같다. 커피는 당연히 쓰다. 우리나라 교육도 맛이 쓰다. 학생으로서든, 학부모로서든, 교사로서든 교육을 직접 경험하고 나면 그 맛이 정말 쓰다는 걸 안다. 둘째, 커피만큼 우리 교육은 뜨겁다. 경쟁 중심의 교육 체제가 만들어 놓은 교육열은 사회를 태울 지경이다.
셋째, 커피처럼 우리 교육도 살짝 식혔을 때 제맛이 난다. 커피의 향과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가장 맛 있는 온도인 60~70도쯤으로 식혀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도 그 열기를 조금 식혀야 한다. 지금의 교육열은 물의 온도로 따지자면 100도 가까운 끓는 상태다. 사람이 델 수 있는 수준이다. 조금 식히는 것이 마땅하다. 커피도 교육도 뜨겁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나친 열기는 커피에서는 맛을 감추고, 교육에서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넷째, 커피도 교육도 위기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커피의 위기는 크게 두 가지가 배경이다. 하나는 기후 위기로 인한 커피 생산 지역 축소, 생산량 감소, 이로 인한 원재료 가격 상승이 불러온 위기다. 세계 공통의 위기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특유의 위기로, 카페의 증가가 가져온 경쟁 과열이 부른 위기다. 우리나라 교육이 위기라는 얘기는 설명이 필요 없다. 학교붕괴, 교실 붕괴, 교육 망국론이란 말이 들린 지 한 세대가 넘었다.
마지막으로 커피와 교육에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의 차이가 심하다. 커피에는 상품(commodity)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가 있다. 1킬로그램 원두 가격이 1만 원 이하부터 1000만 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 한 잔 가격도 1000~2000원의 저가 커피부터 3만~4만 원의 고가 커피까지 다양하기는 마찬가지다. 가격의 차이만큼 맛의 차이가 클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수도권과 지역의 차이가 심하고, 학교 간 차이도 매우 심하다. 특히 대학과 고등학교 단계에서의 학교 서열화 구조는 문제가 심각하다. 학교의 명성 차이만큼 교육의 질 차이가 존재하는지는 의문이라는 점에서 커피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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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 |
| ⓒ 연합=OGQ |
반면에 교육은 국가가 관리한다. 입시 관리부터 대학 평가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관리한다. 국가가 관리하는 교육은 발전을 멈춘 지 오래인 반면, 국가가 관리하지 않는 우리나라 커피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경쟁이 심하기는 하지만 아직 발전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 교육에 대한 국가 관여 수준으로 커피에 국가 권력이 개입한다면 우리나라 커피도 발전을 멈출 가능성이 있다.
둘째, 교육은 획일적이지만 커피는 다양하다. 교육은 국가가 정한 기준에 맞추어 가르치고,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을 통해 학생을 평가하는 체계다. 이런 기준으로 인해 다양성이 인정받지 못한다. 창의성보다는 획일성이 학교 문화를 지배하고 있다.
커피는 다르다. 커피에 종사하는 사람마다 고유한 커피 맛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런 경쟁이 커피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있다. 획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이 존경받는 커피의 세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커피에는 정답이 없다. 신맛이 강한 커피를 좋아해도 되고 쓴맛이 강한 커피를 좋아해도 된다. 에티오피아 커피가 브라질 커피보다 우수하다고 말할 수도 없고, 비싼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사람보다 커피를 더 잘 안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 교육은 오랫동안 정답을 찾는 능력을 가르쳐 왔다. 정답이 하나뿐인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을 우수한 학생이라고 평가한다. 정답이 없는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정답 찾기를 가르치는 것, 어쩌면 이것이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모순인지 모른다.
셋째, 교육의 위기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반면, 커피의 위기는 간헐적이고 일시적이다. 커피의 위기는 시장의 대처 능력으로 자연스럽게 극복되어 왔다. 위기를 극복한 후에는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교육의 위기는 한 번도 극복된 적이 없다. 매우 지속적이고 반복적임에도 교육을 관리하는 국가 엘리트 집단의 의식이나 철학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혼란으로, 획일성을 질서로 여기는 문화가 교육 엘리트 집단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넷째, 커피는 수요자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반면, 우리나라 교육은 수요자들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나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커피는 마시면 에너지가 생기고 기분이 좋아지는 반면, 교육의 세계에 들어서면 누구나 긴장감이 커지고 불편해진다.
다섯째, 이런 차이점들로 인해 우리나라 커피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 교육은 오랫동안 같은 위기론을 반복하고 있다. 커피가 발전한 것은 처음부터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소비자가 맛없는 커피를 외면하면 카페는 바뀌어야 했고, 새로운 취향이 나타나면 새로운 커피를 만들어야 했다. 실패한 커피는 사라지고 새로운 커피가 그 자리를 채웠다.
그러나 교육에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학교를 쉽게 떠날 수도 없고, 실패한 제도가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라지지도 않는다. 어쩌면 우리 교육에 부족한 것은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실패한 것을 버리고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교육이 커피에서 배울 것은 다양성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 획일성을 해체하는 것, 그리고 국가가 지원은 확대하되 관여의 정도는 대폭 낮추는 것이다.
커피와 교육의 같은 점을 찾다 보니 둘이 형제처럼 보였고, 다른 점을 찾다 보니 교육이 커피에 배워야 할 것이 보였다. 다른 점을 찾는 일이 꼭 원수를 만드는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때로는 다른 점을 제대로 들여다보아야 내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도 보인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커피 한잔에 담긴 문화사>의 저자)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이길상(2025). 커피 한잔에 담긴 문화사. 싱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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