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국정에 묘수는 없다

나주석 2026. 8. 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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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의견을 자주 구하던 세법 전문가에게 내년 세제개편안에 대한 총평을 요청했더니 돌아온 답이 기묘했다. "올해 세법이 유난히 복잡하다"는 말로 시작한 이 전문가는 "딴에는 묘수를 찾고자 했지만, 묘수가 세 번이면 바둑에서 진다는 명언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더욱이 실용주의를 내세운 까닭에 국정 방향에 대한 지향점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가치나 우선순위보다 임시변통으로 국정을 채울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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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의견을 자주 구하던 세법 전문가에게 내년 세제개편안에 대한 총평을 요청했더니 돌아온 답이 기묘했다. "올해 세법이 유난히 복잡하다"는 말로 시작한 이 전문가는 "딴에는 묘수를 찾고자 했지만, 묘수가 세 번이면 바둑에서 진다는 명언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세제개편안에 담긴 정부의 의지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은 여당 의원 주최 세법 토론회에서도 나왔다. 토론회 발제를 맡았던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이것저것 담다 보니 이재명 정부의 조세 개정 철학을 찾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많다"고 꼬집었다. 정책적 처방 등이 서로 뒤섞여 있다 보니 상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세법 논란은 부동산 시장 문제, 수도권 표심 악화 등으로까지 이어졌다. 2년 후 총선 생각으로 몸과 머리가 바쁜 집권여당은 수도권 표심 악화를 우려해 정부의 부동산 세제 관련 예외를 요구하며 또 다른 묘수를 더할 기세다.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데,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재명 정부 국정 운영의 한 단면을 본 느낌이다.

현 정부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전원수비, 전원공격 식의 '토털사커' 형 국정 운영을 보였다. 이 같은 국정 운영 방식은 정권 초 열심히 일하는 정부라는 인상을 줬다. 다만 현안에 매몰돼 국정 방향성을 잃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극심한 체력 소모 속에서 한계를 노출하기 쉽다.

왜 방향성을 두고 혼란이 커질까. 일정 부분 탄핵 후 정권을 준비할 시간 없이 곧바로 국정에 나서야 하는 정부가 맞닥뜨린 한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갈공명은 주군인 유비를 오나라로 떠나보낼 때 조자룡에게 위기 때마다 꺼내 보라며 비단주머니에 계책을 담아 보냈다. 인수위조차 꾸릴 수 없이 출범했던 이 정부는 비단주머니를 만들 여유가 없었다.

더욱이 실용주의를 내세운 까닭에 국정 방향에 대한 지향점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가치나 우선순위보다 임시변통으로 국정을 채울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얻어맞더라도 밀고 나아가야 할 일과 타협해야 할 일에 대한 판단이 부족했다.

눈앞에 닥쳐 있는 현안만 쫓다가는 정말 남은 시간도 훌쩍 흘러갈 수밖에 없다. 역사적 소명을 파악하고, 이를 구현하는 데 정치력을 집중해야 한다. 새로 여당 정책위의장을 맡게 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에서 "특별한 묘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꾸준히 국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유일한 묘수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년도 나라 살림을 다룰 정기국회가 내일부터 시작된다. 묘수를 찾기보다, 현 정부에 요구되는 시대적 소명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 살필 시간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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