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AI가 코딩하는 시대의 '유능한 프로그래머', 넥슨 'NYPC'가 보여줬다

박상준 2026. 8. 3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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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 작은 캐릭터가 좁은 발판을 뛰어넘고 상자를 구덩이로 밀어 넣은 뒤 코인을 획득한다.

파이널 참가자들은 넥슨이 제시한 게임을 플레이할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과제를 받았다.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사람이 아닌 AI가 직접 게임에 들어가 점수를 따거나 상대 AI와 승부를 벌인다.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 겸 넥슨코리아 대표는 이날 시상식에서 "AI가 많은 것을 대신할 수 있게 된 시대지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알고리즘을 탐구하고 스스로 전략을 세우는 힘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라며 "혼자 빠르게 답을 내는 것보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정리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역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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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 올해부터 NYPC로 탈바꿈
알고리즘 풀이 대신 AI 에이전트 전략 대결…바이브코딩도 허용
"코딩 실력보다 문제 해결력"…AI 시대 맞춰 인재상도 변화
NYPC 스타디움. 외관부터 실제 e스포츠 경기장처럼 꾸며졌다.ⓒ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화면 속 작은 캐릭터가 좁은 발판을 뛰어넘고 상자를 구덩이로 밀어 넣은 뒤 코인을 획득한다.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게 아니다. 참가자가 미리 설계한 코드와 전략에 따라 AI가 실시간으로 상황을 판단해 움직인다. 일부 구간에서는 사람이 직접 조작해도 따라 하기 쉽지 않을 만큼 정교한 움직임이 나왔다. 이를 지켜보던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탄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얼핏 e스포츠 경기처럼 보이는 이 무대의 정체는 프로그래밍 대회다. 넥슨이 11년째 이어온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가 AI 시대에 맞춰 올해 '넥슨 영 프로그래머스 컵(NYPC)'으로 재탄생했다. 정해진 답을 코딩으로 찾아내던 대회에서 AI를 활용해 자신만의 해법을 만드는 대회로 경기의 규칙 자체를 바꿨다.

지난 29일 직접 찾은 서울 강남구 지스퀘어는 'NYPC 2026 파이널 라운드'를 맞아 경기장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꾸며졌다. 건물 외관부터 행사 로고와 공식 색상으로 단장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참가자 대기실과 휴게 공간, 개인 캐비닛을 비롯해 응원 메시지를 남기는 '치어월', 트로피 포토존과 수훈 선수 인터뷰월이 눈에 들어왔다. 행사장 전체에 'NYPC 스타디움'이라는 콘셉트를 입혔다는 설명이다.

NYPC 스타디움 내부에 배치된 치어월.ⓒ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AI 시대, 코딩 완성도보다 '문제 해결력'

본 경기는 연령과 방식에 따라 두 트랙으로 나뉘었다. 만 14~18세가 참가하는 개인전 '루키 트랙'과 만 19세 이상이 팀으로 참가하는 '마스터 트랙'이다. 지난해 파일럿으로 운영했던 대학생 부문은 올해 마스터 트랙으로 정식 편입됐다. 올해 약 6000명이 참가를 신청했고 온라인 예선을 거쳐 두 트랙에서 총 144명이 파이널 라운드에 올랐다.

파이널 참가자들은 넥슨이 제시한 게임을 플레이할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과제를 받았다.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사람이 아닌 AI가 직접 게임에 들어가 점수를 따거나 상대 AI와 승부를 벌인다. 참가자는 결과를 확인하며 자신의 전략과 코드를 계속 수정한다.

가장 큰 변화는 생성형 AI를 공식적으로 풀어줬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ChatGPT와 Claude 등 대규모언어모델(LLM)에 자신이 구상한 전략을 설명하고 코드를 만들거나 수정할 수 있다. 자연어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바이브 코딩'도 허용됐다. 실제 파이널 진출자 가운데 프로그래밍 언어를 능숙하게 다루지 않으면서 바이브 코딩을 활용해 예선을 통과한 사례도 있었다.

넥슨이 AI를 허용한 것은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LLM은 정답이 있는 전통적인 알고리즘 코딩 문제를 빠르게 풀어낸다. 온라인 예선전을 운영하는 만큼 참가자가 AI를 사용했는지 가려내는 것도 쉽지 않다.

대신 문제 자체를 바꿨다. AI를 사용하더라도 한 번에 답을 얻기 어렵게 만들고 참가자가 목표와 전략을 설정해야 풀 수 있도록 설계했다.

김진호 넥슨 알고리즘연구팀장 겸 NYPC 출제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존 대회는 수학 문제처럼 주어진 입력에 맞는 출력을 얼마나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코딩하느냐를 평가했었다"며 "이번엔 AI가 기존 스타일의 문제를 너무 잘 풀기 때문에 아예 AI를 열어놓고 AI 에이전트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29일 열린 NYPC 2026 파이널 라운드에서 마스터 트랙 참가자들이 AI 에이전트를 프로그래밍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수행은 AI가, 변수는 사람이 통제하는 NYPC

달라진 대회의 성격은 파이널 문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루키 트랙에 출제된 '슈퍼루키'는 제한된 맵을 탐험하며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코인을 모으는 게임이다. 플랫폼 게임처럼 캐릭터가 점프해 발판을 건너고 가시와 구덩이를 피하며 상자를 밀어 길을 만들어야 한다.

참가자에게는 전체 맵이 공개되지 않는다. AI 캐릭터 주변의 좁은 시야와 맵의 유형만 주어진다. AI가 움직이면서 지형을 탐색하고, 참가자는 벽에 막히거나 구덩이에 빠지는 상황까지 미리 가정해 행동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AI에게 모든 것을 맡겨서는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 출제진이 사전 테스트를 했을 때도 AI가 장애물에 갇히거나 의도와 다른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가 나왔다. 사람이 맵의 특징을 파악한 뒤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우선할지 가이드라인을 세밀하게 정해야 했다.

이 차이는 시상식에서 열린 '전략 데스크'에서 선명하게 나타났다. 상위권 참가자들의 AI 플레이 영상이 대형 화면에 공개되자 객석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같은 문제를 직접 풀어본 참가자들이어서 정교한 움직임이 얼마나 구현하기 어려운지 알고 있었다.

루키 트랙 우승자 이용진 학생의 AI는 6개 맵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유일하게 80만점대에 올랐다. 상자를 활용해 구덩이를 통과해야 하는 맵에서는 주변 구조에 따라 상자를 하나만 밀거나 여러 개를 다르게 활용했다. 사람이 직접 조작하는 게임을 보는 듯한 움직임이 이어질 때마다 객석에서 다시 환호가 나왔다.

루키 트랙 우승자 이용진 학생(왼쪽)과 마스터 트랙 우승자 '안녕하세요민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오른쪽)' 팀원들이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마스터 트랙의 '넥스트 비전'은 실시간전략게임(RTS)에 가까웠다. 금화를 벌어 전사를 훈련하고 거점에 건물을 세운 뒤 상대 본부를 먼저 파괴하면 승리한다. 병력을 늘리면 전투력은 강해지지만 유지 비용도 커진다. 어디에 기지를 세우고, 병력을 언제 모으며, 어느 시점에 공격할지까지 AI가 판단해야 했다.

쉽게 말하면 'AI가 대신 플레이하는 스타크래프트'다. 사람이라면 상대 움직임을 보고 즉시 전략을 바꿀 수 있지만 AI는 참가자가 사전에 설계한 판단 체계 안에서 대응한다.

파이널에서는 예선에 없던 '전장의 안개'까지 추가됐다. 자신의 전사와 건물 주변만 볼 수 있어 상대 병력과 기지의 위치를 모두 알 수 없다. AI는 정찰을 통해 얻은 제한된 정보만으로 다음 행동을 정해야 했다.

우승팀 '안녕하세요민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안민잘부)'는 강화학습을 승부수로 던졌다. 다른 참가자들처럼 휴리스틱(빠르게 근사 해법을 찾는 방식)이나 규칙 기반으로 AI를 설계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스스로 행동을 학습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들은 오픈AI가 개발한 강화학습 알고리즘 PPO(Proximal Policy Optimization)를 사용하면서 AI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 범위를 과감하게 줄였다. 병력이 맵의 모든 지점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두지 않고 거점에서 거점으로 이동하게 하거나, 흩어진 병력을 한꺼번에 이동시키는 식이다. 결국 결승 마지막 경기에서도 주요 거점에 효율적으로 집중한 AI의 판단이 승패를 갈랐다.

김준겸 NYPC 출제위원은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실제로 만들어 보면 변수가 굉장히 많고 학습도 잘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번 파이널에서도 강화학습을 적용한 팀이 총 세 팀 있었지만, 제대로 구현한 것은 안민잘부 팀뿐"이라고 말했다.

마스터트랙 우승자 '안녕하세요민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팀이 NYPC 출제위원들과 함께 문제 풀이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코드 잘 짜는 사람'에서 'AI 잘 다루는 사람'으로

이런 NYPC의 변화는 미래에는 전통적인 인재상보다 'AI 리터러시'를 갖춘 인재 확보가 더 중요해질 것임을 함축한다. 생성형 AI가 산업 현장에 빠르게 들어오면서 기업이 개발자와 인재의 역량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작성하는 능력의 비중은 낮아지고,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정의하고 AI가 낸 결과를 검증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프로그래머에게도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새로운 생산성의 변수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넥슨은 최근 채용형 인턴십 '넥토리얼'에서 개발자 직렬 대상 코딩 테스트를 없애기도 했다.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 겸 넥슨코리아 대표는 이날 시상식에서 "AI가 많은 것을 대신할 수 있게 된 시대지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알고리즘을 탐구하고 스스로 전략을 세우는 힘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라며 "혼자 빠르게 답을 내는 것보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정리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역량"이라고 말했다.

그는 "넥슨은 앞으로도 새로운 시대에 어떤 새로운 프로그래머가 필요한지를 깊이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이 NYPC 2026 파이널 시상식에 앞서 환영사를 말하고 있다.ⓒ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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