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지명에 "차라리 종북"… 이준석이 꺼낸 10년 전 캡처

배정현 2026. 8. 3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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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표는 곧바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복어 독을 들이키는데 나라는 다시 한번 그 진통에 휘말릴 겁니다.

용혜인은 민주당이 주도한 위성정당을 통해 두 차례 비례대표가 됐고, 지난해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당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 위성정당을 통한 두 차례 비례대표 당선도, 이재명 선대위 참여도, 원민경 장관의 갑작스러운 교체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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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능력 검증 대신 반페미니즘 공포로 논쟁 대체... 정치적 위기마다 페미니즘 소환

[배정현 기자]

▲ 이준석, 대표직 사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표는 곧바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복어 독을 들이키는데 나라는 다시 한번 그 진통에 휘말릴 겁니다. 꼴페미들을 겨우 정리했더니 그걸 왜 또 건드립니다.

마지막에는 "차라리 종북을 하세요"라고 덧붙였다. 함께 올린 것은 용혜인의 과거 발언이나 정책 자료가 아니었다. 2016년 정의당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욕설 섞인 글의 캡처였다.

이번 인사 자체는 따져볼 대목이 적지 않다. 용혜인은 민주당이 주도한 위성정당을 통해 두 차례 비례대표가 됐고, 지난해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당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활동과 생활동반자법 발의 등 관련 이력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한 부처를 운영할 능력까지 검증된 것은 아니다.

원민경 현 장관을 교체한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 원 장관은 취임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용 후보자가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목소리를 내왔다고 설명했지만, 원 장관을 물러나게 하고 무엇을 기대하며 용혜인을 앉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과의 연대에 대한 보상인지, 정말 성평등가족부를 맡길 적임자인지 물어야 한다.

그런데 이준석은 그 질문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장관 후보자의 정책과 능력 대신 10년 전 다른 정당의 당원게시판 캡처를 붙였다. 그 안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차라리 종북을 해라 이 씨x놈들아."

낯설지 않은 수법
ⓒ 이준석 페이스북
이 글은 2016년 7월 24일 새벽 정의당 당원게시판에 올라왔다. 나흘 전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가 성우 김자연씨의 게임 배역 교체를 비판하는 논평을 낸 뒤였다. 김씨는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고 적힌 메갈리아4 후원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가 넥슨 게임 배역에서 교체됐다.

정의당 문예위는 정치적 의사표현을 이유로 노동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일부 당원은 정의당이 메갈리아를 옹호한다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캡처는 그 내분 한복판에서 나온 글이다.

당시 용혜인은 정의당원이 아니었다. 노동당 청년학생위원장이자 중앙당 기획국장이었고, 그해 총선에서 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했다. 다만 노동당 여성위원회도 같은 사건에 대해 '금지된 언어를 더 크게 말해야 한다'라는 논평을 냈다. 김자연 성우의 교체를 여성의 말하기에 대한 억압으로 본 것이다. 용혜인은 2019년 노동당 대표 선거에서도 기본소득과 페미니즘을 전면에 걸었다.

정치적 접점은 있다. 그러나 용혜인이 노동당 여성위 논평을 작성하거나 승인했다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준석이 붙인 캡처 역시 용혜인의 글도, 노동당의 글도 아니다. 정의당 내부에서 페미니즘에 반발한 당원이 쓴 욕설이다. 장관 후보자의 과거를 보여주는 자료가 아니라 다른 정당의 내분을 보여주는 자료다.

이준석이 캡처를 잘못 가져온 것은 아니다. 애초에 용혜인의 행적을 증명하려고 가져온 자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2022년 6월 CBS 라디오에서도 같은 글을 인용했다. 당시 이준석은 정의당이 "젠더 쪽으로 방향 틀고 소수자 정치를 하겠다 마음먹었을 때" 당원게시판에 "차라리 종북을 해라, 메갈을 하느니"라는 글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젠더 문제는 "표를 얻는 만큼 표가 떨어지는 영역"이라고 했다.

이준석에게 이 캡처는 '페미니즘을 받아들인 정당은 망한다'는 정치적 우화다. 2016년 정의당의 내분과 이후의 쇠퇴를 하나로 묶은 뒤, 그 책임을 페미니즘에 돌리는 상징물이다. 이번에는 그 오래된 우화에 용혜인의 이름을 끼워 넣었다. 용혜인이라는 '복어 독'을 받아들이면 대한민국도 정의당과 같은 진통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수법은 낯설지 않다. 2022년 대선이 0.73%포인트 차로 끝나 자신의 세대·젠더 전략을 둘러싼 책임론이 제기되자, 이준석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나흘 동안 관련 게시물을 약 10건 올렸다.

당시 YTN 분석에 따르면 그 나흘간 장애인 이동권 관련 기사 257건 가운데 216건이 이준석을 언급했다. 이동권 요구보다 '이준석 대 전장연'이 더 큰 뉴스가 됐다.

전장연은 이후에도 필요할 때마다 불려 나왔다. 2024년 동덕여대 시위를 비판하면서 전장연과 함께 "비문명"이라고 했고, 지난해 대선 때는 전장연 시위를 "인질극"이라고 불렀다. 지난 6월 올림픽공원 시설을 봉쇄한 부정선거 주장 집회를 비판할 때도 성격이 다른 전장연을 또 비교 대상으로 세웠다. 한번 '시민을 괴롭히는 집단'으로 낙인찍어 놓으면 다른 시위를 공격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물어야 할 것은 묻지 않은 이준석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참여연대와 함께 소규모 집회는 경찰청에 신고하지 않고 개최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8.6
ⓒ 연합뉴스
이번 시점도 공교롭다. 개혁신당은 지방선거에 후보 192명을 냈지만 기초의원 한 명만 당선시켰다. 당의 존립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준석은 지난 26일 대표직을 내려놨다. 당내 혁신을 설득하지 못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흘 뒤 '복어 독'과 '꼴페미'를 꺼냈다.

대표 사퇴와 용혜인 공격을 곧바로 원인과 결과로 묶을 수는 없다. 그의 속마음까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가 흔들린 여러 국면에서 페미니즘이나 전장연을 새로운 전장으로 불러냈고, 그때마다 언론의 대량 중계를 끌어낸 사실은 남는다.

이 방식의 장점은 분명하다. 자신이 평가받던 자리에서 내려와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자리에 설 수 있다. 지방선거 참패와 대표직 사퇴를 설명해야 했던 정치인이 하루아침에 '나라를 페미니즘의 독에서 구할 사람'이 된다. 장관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복잡한 논쟁도 필요 없다. '꼴페미'라는 말 한마디면 지지할 편과 공격할 편이 바로 나뉜다.

용혜인 지명은 검증해야 한다. 민주당 위성정당을 통한 두 차례 비례대표 당선도, 이재명 선대위 참여도, 원민경 장관의 갑작스러운 교체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필자 역시 아직 용혜인이 왜 성평등가족부 장관이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준석의 글이 더 문제다. 물어야 할 것이 이렇게 많은데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용혜인의 정책과 능력 대신 10년 전 다른 정당 당원의 욕설을 내놓았다. 인사 검증이 들어설 자리를 반페미니즘의 공포로 채웠다.

용혜인을 비판할 수 있다. 이번 지명을 정치적 보상이라고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꼴페미'라는 집단 모욕은 검증이 아니다. 대표직을 잃은 정치인이 가장 익숙하고, 언론이 가장 잘 받아쓰며, 자신의 지지층이 가장 확실하게 반응하는 무기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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