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I, 아무데나 넣는 게 능사 아냐”…전북대 ‘미래 공장’ 가보니

전주=오병훈 기자 2026. 8. 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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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존에서 실험하고 P존에서 검증한다…“기존 자동화와 AI 조화가 핵심”

[전주=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전주 전북대학교 창조 2관에 미래를 먼저 내다보는 작은 공장이 들어섰다.

얼핏 보면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작은 공장이지만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제품을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아니다. 곳곳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이 주변 상황을 스스로 읽고 판단한 뒤 실제 설비를 움직이도록 만드는 곳, 피지컬AI 기술을 시험하는 ‘피지컬AI 제조 기술실증랩’ 현장이다.

지난 27일 방문한 전북대학교 피지컬AI 제조 기술실증랩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실제 생산공정을 구현해 기술을 검증하는 ‘P-존(Production Zone)’과 새로운 AI·로봇 기술을 연구하는 ‘I-존(Innovation Zone)’이다.

이날 현장 설명을 맡은 김순태 전북대학교 교수는 이곳을 “단순히 AI를 공장에 넣는 것이 아니라 공장에 있는 장비들이 서로 손발을 맞춰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공간을 한 바퀴 돌아보면 실증랩이 지향하는 전체 구조가 눈에 띈다. P-Zone에서 실제 공정을 돌려 데이터를 얻고 I-Zone에서는 로봇에게 새로운 행동을 학습시킨다. 수집된 데이터는 AI 모델과 디지털트윈(DT)·시뮬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여기서 만들어진 판단과 제어 명령은 다시 현실의 생산설비로 돌아간다.

◆P-Zone, 자동차 부품 만드는 ‘작은 AI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취재진을 맞이한 P-Zone은 연구실보다 공장에 가까웠다. 원자재 창고에서 부품이 투입되고 로봇과 설비를 거쳐 완제품 창고로 이동시킨다.

기존 자동화 공장과 차이를 만드는 것은 생산라인 위에 얹힌 소프트웨어다. 지난해 12월 장비가 구축됐고 올해 1~2월 소프트웨어 설치 및 공정 간 조정 작업을 거쳐 3월부터 ‘JBNU AI 공장장’이란 이름으로 실증이 시작됐다.

김 교수는 “장비가 들어온 뒤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프로세스 간 연결을 구성했다”며 “올해 3월부터 연구진이 본격 투입돼 피지컬AI의 핵심이 될 팩토리OS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취재진 앞에서는 자연어로 실제 공장을 제어하는 장면도 시연됐다. AI 공장장 에이전트 ‘NEO’에 ‘전체 공정 정지해줘’라고 입력하자 공정 설비에 정지 명령이 전달됐다. 다른 화면에서는 특정 공정 최근 품질검사 데이터를 묻자 정상·불량 건수를 찾아 제시했다.

공장 옆 모니터에서는 현실 생산라인을 그대로 옮긴 3차원 디지털트윈도 함께 움직였다. 현실에서 발견한 비효율을 가상공장에서 먼저 고친 뒤 실제 로봇에 다시 적용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각각의 데이터를 사람이 모니터를 보면서 확인했다면 이제는 에이전트가 공장 데이터를 보면서 어느 공정에 문제가 있는지 판단하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초록 망치를 2번으로”…로봇들의 학교 ‘I-Zone’

P-Zone에서 몇 걸음 옮기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통상적인 공장 생산설비 대신 여러 형태의 로봇팔과 이동형 로봇, 카메라와 센서가 자리했다. P-Zone이 이미 개발된 기술을 실제 공정에서 검증하는 곳이라면 I-Zone은 앞으로 공장에 들어갈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공간이다.

“초록색 망치를 2번으로 옮겨.”

한 기자가 음성으로 로봇에게 명령하자 시스템이 좌표를 계산한 뒤 로봇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 시도는 완벽하지 않았다. 로봇이 목표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장면이 실증랩의 성격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완성된 기술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실패까지 데이터로 쌓아 로봇에게 일을 가르치는 연구현장인 셈이다.

김 교수는 이를 사람의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와 운동 기능을 맡은 ‘소뇌’ 간 차이에 빗댔다. 복잡한 명령을 여러 작업으로 나누는 상위 모델은 GPT와 같은 언어모델을 활용한다. 반면 실제 집기·이동 같은 행동에는 상대적으로 모델 규모가 작은 시각언어행동모델(VLA)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I-Zone에서는 사람이 직접 동작을 보여주며 로봇 학습데이터를 만드는 모방학습과 인간-로봇 협업 데이터 수집도 진행되고 있었다. 실제 데이터뿐 아니라 시뮬레이션에서 수많은 가상 로봇이 작업을 반복하며 성공 가능성이 높은 행동을 찾아내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이 김 교수 설명이다.

◆“AI가 시기적절하게 들어가야”…전부 AI로 바꾸는 게 목표 아니다

김 교수가 그리는 미래 공장은 휴머노이드가 사람을 모두 대신하는 미래 공장보다는 기존 자동화 설비와 로봇, 센서, MES 사이의 빈틈을 AI가 메우는 모습에 가까웠다.

정해진 동작을 빠르고 반복적으로 수행하면 되는 작업은 기존 자동화 기술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환경이 계속 달라지거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판단해야 할 때, 서로 다른 장비가 즉석에서 협업해야 할 때 AI의 가치가 커진다는 분석이다.

전북대 실증랩은 어디에 AI를 넣었을 때 실제 생산성이 올라가는가를 살펴보는 시험장 한복판이었다. P-Zone은 그 답을 현실 공정에서 검증하고 I-Zone은 아직 현장에 투입하기 어려운 기술을 먼저 시험한다. 그 사이를 GPU·NPU와 디지털트윈, AI 공장장이 연결한다.

김 교수는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은 효율을 보여줄 수도 있다”며 “그런 곳 까지 굳이 AI를 넣을 필요는 없으며 기존 방식과 AI가 조화를 이뤄야 다양한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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