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에 먼저 띄운 ‘AI 공장’…7000억 전북 피지컬AI 거점 시동

[전주=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정부가 전북 지역에서 국내 피지컬 인공지능(AI) 연구개발과 제조 실증을 위한 거점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공장 운영체제(OS)부터 디지털트윈, 피지컬AI 파운데이션 모델,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검증까지 한 지역에서 연구·실증하고 이를 기업 현장으로 확산하는 대규모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 구상의 출발점은 거점 국립대학교인 전북대학교 안에 마련된 ‘피지컬AI 제조 기술실증랩’이다. 현재 실증랩에서는 실제 자동차 부품 생산라인을 본뜬 9개 공정을 가동하면서 AI 에이전트와 디지털트윈, 로봇 제어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향후 완주 일대에 대규모 연구·실증 인프라가 들어서기 전까지 본사업에서 개발되는 기술을 가장 먼저 시험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맡는다.
최근 취재진과 만난 김순태 전북대학교 피지컬AI사업단장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피지컬AI를 공장에 넣는 것이 아니라 공장에 있는 장비들이 서로 손발을 맞춰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공장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표준, 여러 AI 모델을 오케스트레이션하는 기술까지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4개월 PoC가 만든 첫 거점…전북대 안에 ‘미래 공장’ 심었다
전북 피지컬AI 사업은 지난해 진행된 ‘피지컬AI 선도모델 수립 및 PoC’에서 시작됐다. 당시 전북대를 중심으로 총 19개 기관이 참여해 향후 연구개발(R&D)과 테스트베드 구조를 설계하는 동시에 실제 기술검증랩을 구축했다.
올해부터는 PoC에서 확인한 가능성을 지역 단위 피지컬AI 생태계로 확대하는 본사업이 시작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지난 6월 ‘협업지능 피지컬AI 기반 SW플랫폼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 사업을 공고하고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해왔다.
전북 피지컬AI 사업에는 5년간 총 7368억원이 투입된다. 국비·지방비·민간 부담 등을 합한 전체 사업비다. 국비는 5150억1000만원이 반영됐다.
주요 연구 과제에는 공장 내 다양한 설비·로봇과 데이터를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로 연결하고 AI 기반으로 운영·제어하는 ‘SDF-OCS’ 개발 등 목표가 담겼다. 디지털트윈·시뮬레이션, 파운데이션 모델, 보안 등 핵심기술을 포함해 6개 총괄·12개 세부과제로 구조가 제시돼 있다.
김 교수는 본사업의 가장 큰 특징으로 R&D가 끝난 뒤 실증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발된 기술을 우선 전북대 지역에서 실증하고 참여기업 공장에 다시 적용한 뒤 기술확산 과제를 통해 다른 제조현장으로 넓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증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와 문제점을 다시 R&D로 돌려보내는 ‘클로즈드 루프’ 구조라는 것이 김 교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보통 과기정통부 사업은 4~5년 연구개발을 끝낸 뒤 확산하는 방식이 많았다”며 “이번 사업은 지금 만든 것을 다음 연도에 바로 확산하고 다시 피드백하는 방식이다. AI 기술은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만큼 최대한 빨리 현장에 반영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는 본격적인 연구시설이 완공될 때까지 R&D와 실증을 미루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북대는 학내 창조1관·창조2관·산학융합플라자에 총 6470.2㎡ 규모 임시 연구·실증공간을 확보했다. 올해부터 이곳에서 장비를 구축하고 실증을 이어가다가 2029년 이후 신규 시설로 단계적으로 이전한다.
김 교수는 “인프라가 지어지는 동안에도 전북대 내부에서 테스트베드를 바로 만들어 연구하고 실증할 수 있다”며 “건물이 완성되면 지금 구축하는 장비와 환경을 옮기는 방식이기 때문에 현장 적용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메타팩토리·NPU 검증·공동R&D 집적…전북을 ‘피지컬AI 실험장’으로
전북대 실증랩이 전북 피지컬AI 사업의 첫 무대라면 본사업이 그리고 있는 최종 그림은 이를 지역 단위 거점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완주 일대에는 피지컬AI 기술을 실제 제조환경에서 시험하는 ‘실증 메타팩토리’를 비롯해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 피지컬AI 기술검증 시설과 산·학·연 공동연구개발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각각 연면적 6485㎡, 3190㎡, 5357㎡ 규모다.
구체적으로 정밀조립·이기종 물류로봇 등 실제 제조 현장에 AI를 활용하는 기술과 국산 NPU 기반의 AI 모델 연산 기술을 한곳에서 검증하는 구조다.
현재 전북대 실증랩에서 연구되고 있는 공장운영체제를 공통 기반으로 만드는 데 있다. 스마트폰에 운영체제와 앱스토어가 있듯 공장에도 공통 소프트웨어 기반을 만들고 다양한 기업이 그 위에 필요한 AI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 교수는 이를 과거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간 변화에 빗댔다.
그는 “과거에는 휴대전화 제조사만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었지만 앱스토어가 나오면서 일반 개발자가 들어왔다”며 “공장도 범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놓고 기업이 필요에 따라 수정하거나 SI기업이 추가 개발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전북의 실증 인프라 자체를 기업과 기술이 모이는 일종의 ‘쇼룸’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있다. 수요기업은 실제 돌아가는 공장을 보면서 필요한 기술을 선택할 수 있다. 로봇·센서·AI 소프트웨어 공급기업은 이곳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고객을 만나는 구조다. 사업계획에도 지능형 공장 쇼룸, SDF-OCS 표준화, 검증·인증 체계 구축과 HW·SW 패키지 상품화가 확산 모델로 제시돼 있다.
김 교수는 “수요기업 입장에서는 이곳을 보고 ‘우리 공장도 이렇게 만들고 싶다’고 할 수 있고 공급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일종의 장터가 될 수 있다”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통합해 패키지 형태로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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