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도 안돼 쑥대밭 됐다…비닐하우스 덮친 ‘토네이도급 돌풍’ [르포]

김방현 2026. 8. 3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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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후 4시30분쯤 충남 부여군 세도면 가회2리 김상봉(48)씨 비닐하우스 방울토마토 농장. 8580㎡에 달하는 김씨의 비닐하우스는 곳곳이 찢겨 바람에 펄럭였다. 비닐하우스를 지탱하고 있던 기둥도 상당 부분 뽑힌 상태였다. 철골 구조물도 엿가락처럼 휘고 각종 자재는 곳곳에 나뒹굴었다.

충남 부여군 세도면 가회리 일대 비닐하우스가 돌풍으로 큰 피해를 봤다. 사진 부여군


주민들 "1분도 안된 돌풍에 쑥대밭"


전날 오후 8시20분쯤 기회2리와 창포4리 일대에 폭우와 함께 돌풍(突風)이 불었다. 당시 부여에서는 시간당 48㎜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것으로 관측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돌풍이 분 시간은 1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피해는 컸다.

김씨는 “20년째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지만, 돌풍으로 인한 피해를 본 것은 처음”이라며 “태풍이 와도 이렇게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10억원을 들여 설치한 비닐하우스를 다시 설치해야 할 판”이라며 “현재 심은 방울토마토는 심은 지 한 달 밖에 안돼 비를 맞으면 세균에 감염돼 죽는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2㎞쯤 떨어진 정경남(43)씨 비닐하우스도 폭격을 맞은 듯 주저앉았다. 정씨는 "스마트팜(8250㎡) 온실이라 일반 하우스에 보다 굉장히 튼튼한데 천장 다 주저앉았다"고 전했다.

충남 부여군 세도면 비닐하우스가 돌풍으로 큰 피해를 봤다. 사진 부여군


부여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집중 호우와 함께 분 돌풍으로 이 일대 열다섯 농가 비닐하우스 90동(6㏊)이 파손되는 피해가 났다. 축구장 8개가 넘는 면적이다. 부여군은 현장에 공무원을 파견해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하는 한편, 주민 안전 확보와 응급 복구에 나섰다. 이용우 부여군수는 "갑작스러운 돌풍으로 이런 피해가 발생한 것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며 "이제 돌발상황에도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 부여군 세도면 가회2리 김상봉씨가 돌풍으로 피해를 본 비닐하우스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2km 구간만 휩쓸어, 토네이도는 아냐"


이날 돌풍은 청포4리에서 시작돼 가회2리까지 약 2km 구간을 휩쓸고 지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풍속 등은 측정되지 않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 불안정으로 비가 내리는 지역에 강한 하강 기류가 형성되면서 돌풍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공기 소용돌이 현상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 등에서 자주 발생하는 토네이도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처럼 강한 비와 함께 국지적으로 부는 돌풍은 기상청 관측망에 제대로 포착이 안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충남 부여군 세도면 가회2리 비닐하우스가 돌풍으로 주저앉았다. 김방현 기자

기상청은 30일 새벽부터 31일 저녁까지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30일∼31일 예상 강수량은 80∼150㎜로, 많은 곳은 200㎜ 이상이다. 전날부터 충남에 내린 누적 강수량은 서천 88.5㎜, 금산 87.4㎜, 논산 연무 76.5㎜, 부여 양화 52㎜ 등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비는 좁은 지역에 매우 강하게 쏟아지며 지역에 따라 강수 강도가 다르고 강약을 반복하겠다"며 "저지대 침수, 하천 범람 등 안전에 주의하고 시설물 관리에도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부여=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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