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9조원 벌 때 하나손보 711억 적자…왜 유독 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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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가 올 상반기 9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둔 가운데 하나손해보험은 71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폭을 키웠다.
반면 하나손보는 하나금융지주 연결 기준으로 71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하나손보의 상반기 순보험손익이 673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도 이 같은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하나손보는 하나금융그룹 편입 이후 약 5년 전 구축한 보험시스템과 관련해 매년 200억~300억원대의 감가상각비를 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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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를 일회성 회계 충격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계리가정 변경 영향을 걷어내도 200억원이 넘는 적자가 남아서다. 보험시스템 감가상각비가 매년 발생하는 데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고, 보험계약마진(CSM)에서 나오는 이익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517억원 늘어난 적자, 505억원은 계리가정 영향
금융감독원이 27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22곳과 손해보험사 30곳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조13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0% 증가했다. 손해보험사 순이익은 5조884억원으로 9.6% 늘었다. 손실계약 관련 비용이 환입되고 일반보험 손익이 개선된 데다 금융자산 처분·평가이익도 늘어난 영향이다. 생명보험사 순이익 역시 3조9254억원으로 17.7%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대규모 적자에 시달렸던 푸본현대생명과 KDB생명도 상반기 나란히 흑자로 돌아섰다. 푸본현대생명은 환헤지 파생상품 평가이익 등에 힘입어 올 상반기 순이익 1586억원을 냈다. 다만 2분기 보험손익은 28억원 적자를 기록해 본업보다 투자손익 의존도가 높았다. KDB생명도 보험손익이 전년 동기 130억원에서 287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면서 상반기 순이익 129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 전속 설계사 조직 확대와 신인 설계사 육성 강화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반면 하나손보는 하나금융지주 연결 기준으로 71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손실 194억원보다 적자 폭이 517억원 커졌다. 지난해 연간 순손실 470억원도 반기 만에 넘어섰다.
적자 확대의 가장 큰 원인은 금융당국의 ‘계리감독 선진화 방안’이다. 하나손보에 따르면 새 기준을 적용하면서 상반기 손익이 약 505억원 감소했다. 전체 순손실의 71%,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확대분의 약 9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를 제외한 상반기 순손실은 약 2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큰 차이가 없다.
장기보험 키우며 늘린 ‘신규 담보’가 직격탄
하나손보가 새 계리가정 기준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은 최근 개발한 신규 담보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6월 말 결산부터 충분한 통계가 쌓이지 않은 신규 담보에 보다 보수적인 손해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경험통계가 5년 이하인 담보는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참조순보험요율에 약 10%의 안전할증을 반영해 산출한 손해율과 상위 담보의 실적손해율 가운데 높은 수치를 적용해야 한다.
보험사가 예상 손해율을 높이면 앞으로 가입자에게 지급할 보험금 추정액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보험부채가 증가하고 미래 이익을 나타내는 CSM은 줄어든다. CSM으로 충격을 모두 흡수하지 못하면 손실계약 관련 비용 등을 통해 당기 보험손익에도 반영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비실손 갱신형 상품의 보험료와 사업비 가정 역시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산출하도록 했다.
하나손보는 2024년부터 자동차보험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해 왔다. 이 과정에서 최근 2년 동안 신규 상품과 담보를 잇달아 내놨다. 경험통계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담보가 많았던 만큼 신규 담보에 적용되는 새 기준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다.
하나손보의 상반기 순보험손익이 673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도 이 같은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손보업계 전체가 손실계약 관련 비용 환입 등에 힘입어 보험손익을 개선한 것과 대조적이다.
계리가정 빼도 207억원 적자…본업 체력은 여전히 약해
계리가정 변경 외에도 해마다 발생하는 보험업무 시스템 감가상각비가 수익성을 누르고 있다. 하나손보는 하나금융그룹 편입 이후 약 5년 전 구축한 보험시스템과 관련해 매년 200억~300억원대의 감가상각비를 부담하고 있다. 당시 집행한 전산 투자비가 내용연수에 따라 비용으로 나눠 반영되면서 손익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구조다.
보험 본업의 수익성도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하나손보는 장기 보장성보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연간 CSM·위험조정(RA) 상각액이 250억원 안팎에 그친다. 반면 실제 보험금 지급액이 예상치를 웃돌며 발생한 예실차 손실은 지난해 342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51억원의 예실차 손실이 발생했다.
자동차보험 역시 부담이다. 올해 1분기 하나손보의 자동차보험 경과손해율은 95.8%를 기록했다. 보험료 100원을 받아 약 96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모집·운영비 등 사업비까지 더하면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장기간 90%를 웃돈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제한적인 장기보험 이익 기여도를 하나손보의 주요 수익성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계리가정 변경에 따른 일회성 영향을 제외해도 하나손보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배경이다.
CSM은 늘었지만 경쟁사와 격차 여전
미래 이익을 보여주는 CSM은 증가하고 있다. 하나손보의 CSM 잔액은 2023년 말 1186억원에서 지난해 말 2802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올해 3월 말에는 3049억원까지 증가했다.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해 온 성과가 CSM 증가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규모는 아직 작다. 지난해 말 기준 CSM은 농협손보가 1조5946억원, 한화손보가 4조694억원, 흥국화재가 2조8047억원, 롯데손보가 2조4749억원이었다. 회사별 사업 규모가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하나손보가 CSM 상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반복 이익의 기반이 상대적으로 얇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자로 감소한 자본을 보충하기 위한 모회사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하나손보는 지난 6월 29일 표면금리 연 6.2%의 신종자본증권 1000억원을 발행했다. 하나금융지주는 7월 29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하나손보 보통주 4000만주를 취득했다.
유상증자는 상반기 손실을 만회하는 수익이 아니라, 손실로 줄어든 자본을 보충하고 영업 확대에 필요한 지급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하나손보의 K-ICS 비율은 2024년 말 154.89%에서 지난해 말 155.49%로 소폭 상승했지만, 올해 6월 말에는 152.13%로 3.36%포인트 하락했다. 7월 실시된 유상증자는 6월 말 K-ICS 비율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4분기 추가 조정 여부는 변수
계리가정 변경에 따른 505억원의 손익 감소 영향은 상반기에 대부분 반영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올해 4분기에는 간편보험에 대한 추가 계리가정 조정이 예정돼 있어 관련 부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나손보는 최근 간편보험 판매 비중을 상대적으로 늘려왔다. 새 기준에 따라 간편보험에는 90% 이상의 보수적인 손해율 가정을 적용해야 한다. 유병자 실손보험을 비롯해 가입자 특성이 비슷한 상품의 실제 손해율이 대체로 낮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리가정 조정 과정에서 예상 손해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CSM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CSM 감소가 같은 규모의 당기손실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CSM 상각을 통해 인식할 이익이 줄고 CSM으로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면 당기 보험손익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실적이 크게 악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계리가정 변경에 따른 일시적 영향이 이번 반기에 집중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며 “앞으로 해당 영향이 상당 부분 상쇄될 것으로 예상돼 2027년 흑자 전환 목표도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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