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썼든 기계가 썼든 상관없다"는 이에게 [썼으면 고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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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가 쓴 글을 매일 고치고 다듬는 사람의 이야기.
2021년 말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출간 이후로 2023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제목의 이해'로 연재한 글이 2024년 8월 <이런 제목 어때요?>가 되어 나왔고, 1인출판사 원고 공모에 지원해 당선되어 2025년 8월 14명이 함께 쓴 책 <챗지피티 시대의 고민 상담>이 나왔다(얼마 전에 3쇄를 찍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 2025년 하반기부터 쓰기 시작해서 2026년 4월부터 8월까지 '썼으면 고쳐야지 – 퇴고하는 마음'을 연재했다.
내가 쓴 글을 고치고, 남이 쓴 글을 다듬는 마음에 대한 글은 어떨까? '그래, 퇴고하는 마음'을 써보자.
인공지능의 글을 보고도 이런 마음을 먹을까?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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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가 쓴 글을 매일 고치고 다듬는 사람의 이야기. 인공지능(AI)이 쓰고 고치는 시대에, 인간이 쓰고 고치는 마음을 찬찬히 담아 봅니다. <기자말>
[최은경 기자]
<오마이뉴스> 최은경 기자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몸이 가벼운 사람이다. 그는 연재 코너 만들기의 달인이다. 2013년 '땀나는 편집'이라는 연재를 만들어 <오마이뉴스>의 편집 원칙과 비하인드를 정리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부터 '다다와 함께 읽은 책'이라는 제목으로 두 딸과 함께 읽은 그림책에 대한 글을 60편 가까이 썼다.
2018년 성교육 전문가 심에스더님과 함께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라는 연재를 기획했고, '땀나는 편집' 이후로도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2019)', '편집자만 아는 TMI(2020)' 등 편집기자의 일에 대한 콘텐츠를 꾸준히 써왔다. 꾸준한 연재는 책이 됐다. 2017년에는 <짬짬이 육아>, 2019년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그리고 2021년 말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오마이북)이라는 책이 출간됐다.
우연히 다시 보게 된 글의 내용이 근 10년의 나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 글을 쓴 후배 말과 달리 그때에 비해 몸은 무거워졌지만(!) 쓰기는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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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 |
| ⓒ 오마이뉴스 |
무엇이 나를 이렇게 쓰게 했을까. 시작은 분명 나였다. 나를 위해 썼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 아이의 말과 글, 엄마로서의 성장통 같은 것들. 내가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붙잡아 두고 싶어 썼다. 그땐 내가 쓸 수 있는 주제가 대부분 그런 것들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짬짬이 육아>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누가 그런 나를 보며 말했다. "이제 엄마 좀 빼고 써라." 나한테 그런 게 있나? 했을 때 '일'이 생각났다. 하루 9시간을 꼬박 10년 넘게 해온 일, 편집. 그때 나는 이미 두 권의 책을 낸 저자. 처음이 아니라서 쓰는 게 가능했다. 언젠가 일을 그만두면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났다. 써보자.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이런 제목 어때요?>도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시작은 나를 위한 것이었지만 책이 된 글은 쓰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내 글의 쓸모를 재발견한 기회였다. 그때부터였다. 글 쓰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글을 쓰자고 마음먹은 게. 추진력을 얻었다.
혼자 쓰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원고를 써서 공모전에 냈다. 떨어졌으나 투고하지 않았다. 글쓰기 책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소설로 방향을 틀어 수정했다. '15편까지 써보자'가 목표였으나 5편을 넘기지 못했다. 결국 책이 되지 못했다.
정체기가 왔다. 하지만 나는 '다음엔 무얼 쓸지' 계속 궁리 중이었다. 그러다가 '글 만지는 일'에 꽂혔다. 내가 쓴 글을 고치고, 남이 쓴 글을 다듬는 마음에 대한 글은 어떨까? '그래, 퇴고하는 마음'을 써보자. 그때 한 선배가 물은 게 생각났다. 2024년에 <이런 제목 어때요?> 책을 냈을 때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 어딘지, 왜 그런지를 묻는 말에 선배가 대답했다.
"다 좋았어. 지은이의 한결같은 마음이 느껴졌거든. 209쪽을 보니 이런 대목이 나오네. "그랬다. 때는 2015년, 편집부 몇몇 선후배들이 머리를 맞댔다. '더 좋은 제목을 짓고 말겠어'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스터디였다." 잘하려는 마음, 아름다운 불꽃으로 남을 거야. 나는 말이야,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결과를 가르는 건 너의 마음 나의 마음이야. 그 마음을 계속 간직해 줘. 뭐 또 '더 좋은 책을 쓰고 말겠어', '더 좋은 인생을 살고 말겠어'라는 마음도 좋고. 당근 그 마음 따위 허망할 때가 있겠지만."
그러면서 선배가 물었다. "다음 책은 모야? 다음 마음은 모야?" 내가 '퇴고하는 법'이 아닌 '퇴고하는 마음'을 떠올린 건 나 역시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기막힌 우연이었다. 소름이 돋았다.
읽고 쓰고 고치는 이유
마음을 정하고 나니 신이 났다. 반대로 무겁게 가라앉은 마음도 있었다. 2025년 하반기부터 인공지능이 무서운 속도로 일상에 자리를 잡았다. 인공지능은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글을 쓰고 고치는 일에도. 그맘때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말했다.
나 : "난 아직 AI 이용해서 글을 써 본 적은 없어. 어쩐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굳이 그럴 이유도 없고."
친구 : "그래? 근데... 뭐 그걸 앞으로 누가 얼마나 알아주겠니? 글을 쓰는 너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지만 나 같은, 일반적인 독자들은 인간이 100% 썼든 로봇이 100% 썼든 그냥 관심 있으면, 필요하면, 궁금하면 읽고 아니면 마는 거지 뭐. 누가 썼든 상관없지."
그때 "누가 썼든 상관없다"는 말이 아프게 남았다는 걸 친구를 모를 거다.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고 싶었는데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그 후로도 나는 '누가 썼든 정말 상관없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작은 실마리를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독자 입장에서도 '누가 썼는가'는 중요하다. 오리지널을 보지 못했을 때 손해가 누구에게 있을까를 생각하니 그랬다. 멀리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다. 나부터 그러하니까. 20년이 넘게 남들 사는이야기를 읽고 고치는 일을 하면서 삶을 배웠노라고 꾸준히 말해왔다.
내가 고민했거나, 하고 있거나, 하게 될 일들이 글 속에 전부 있었다.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글 같았다. '나도 이랬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나도 다음엔 이렇게 해봐야겠다', '어쩌면 이렇게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이런 게 글의 힘인가' 하는 이야기들이 나를 호위하듯 에워쌌다.
나도 저렇게 쓰고 싶다는 마음도 키웠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글을 썼다. 인공지능의 글을 보고도 이런 마음을 먹을까? 아닐 거다. 내가 쓰는 사람이자 읽는 사람으로서 '누가 썼는지 중요하지 않다'는 말에 거부감이 든 이유다. 내가 경험한 일, 사유한 것을 쓰고 다듬어 나가는 과정이 나에게는 기쁨이라서. 이 작업은 나에게도 좋지만 내가 사는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도 기여한다고 믿으니까.
다양한 인생이 담긴 글 속에서 함께 울고 웃고 싶다.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이 크나큰 즐거움을 모두가 함께 누리길 바란다. 그러면 사는 게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 읽고 쓰고 고치는 이유로 이보다 좋은 것을 찾지 못하겠다.
나는 글을 쓰고자 하는 우리의 욕구가 소통하려는 인간의 뿌리 깊은 본능이며, 생각을 전달하고자 하는 욕구와 생각을 전달받고자 하는 욕구가 서로 똑같이 응답한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 모든 작가에게는 독자가 있다. 어쩌면 수많은 독자가 있을 수도 있다. - <나를 위해 쓸 권리> <아티스트 웨이> 작가 줄리아 캐머론
그동안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시고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준 독자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썼으면 고쳐야지 - 퇴고하는 마음'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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