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조희대 제청 대법관 후보자 반려…이승만 이후 69년만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손 후보자를 임명 제청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다른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제청하라고 요청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 이후 69년 만의 재제청 요구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제청은 그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대변인은 “제청권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라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이라며 “그동안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를 거쳐 제청에 이르러 온 것도 각 기관 간의 권한을 상호 존중하라라는 헌법의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손 후보자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순영·김민기 서울고법 판사 등 4명의 법관을 추천한 뒤에도 청와대와 협의 중이라는 이유로 약 7개월 간 제청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8일 청와대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손 후보자를 서면으로 제청했다. 강 대변인은 “그동안의 협의 관행은 임명권자와 제청권자 어느 한 쪽의 의사만으로 최고 법원이 구성되는 일을 막고 그 과정에서 사법부의 독립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온 절차적 장치”라며 “사법부가 그 관행을 저버린 것은 지금껏 사법부 독립을 지탱해 온 근거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손 후보자가 제청되기 전 4명의 법관에게 전화를 걸어 후보자 재추천 추진에 대한 의사를 물은 데 대해서도 “이미 정당하게 추천된 후보자들을 제청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후보자 개인에게 타진한 것은 인사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원조직법이 정한 대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결과를 존중해 제청권이 공정하게 행사될 때 비로소 제청에서 임명에 이르는 전 과정이 헌법상 국민주권 원리와 적법 절차 원칙에 부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 추천위를 구성하지 말고 기존 추천위가 추천한 이들 중 재제청하라는 취지다.

강 대변인은 또 “손 후보자에 대한 이번 제청이 대법원 구성 다양화라는 국민적 요청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손 후보자가 남성이라 기존 남성 11명, 여성 3명인 대법관 성비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그간 청와대가 밀어 온 것으로 알려진) 김민기 판사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라고만 답했다. ‘박순영 판사를 제청하면 또 재제청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브리핑 내용으로 갈음하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임명권은 실질적인 심사 재량을 내포하고 있다”며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기속되지 않는 권한”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이 사법부의 임명 제청을 거부한 건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57년 12월 법관회의가 제청한 김동현 전 대법관의 대법원장 임명을 거부한 뒤 약 69년 만이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 아래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정부 첫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의 샅바 싸움에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 퇴임 이후 이어지고 있는 대법관 공백 사태는 더 길어지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석이 길어진 경위는 제청이 지연된 데 있다”며 “재체정이 이뤄지면 청와대는 후속 절차를 즉시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다음 달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후보자(서울고법 부장판사) 임명동의안은 이날 국회에 제출됐다.
정치권은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장이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지체 없이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박성준 수석대변인)고 엄호했지만, 국민의힘은 “임기 중 22명의 대법관을 모두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하기 위한 사법부 길들이기의 신호탄이고, 위헌을 불사하면서까지 자기 재판의 재판관을 본인이 임명하겠다는 뜻”(정점식 원내대표)이라고 비판했다.
하준호·권유진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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