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만에 '재제청' 선택한 대통령, 문제는 세 글자

박소희 2026. 8. 2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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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간 숙고 끝에 내린 대통령의 결론은 '임명권에 대한 존중' 요구였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8일 "오늘 두 대법관 후보자 중 노태악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청와대는 국민의 온전한 재판청구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후속 절차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대법원장도 대법관의 장기 공석으로 인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추천위 추천 내용을 존중하여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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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기만 반려, 김성수는 임명동의안 제출... '대법관 공석 장기화' 피했지만 후속절차 등 논란 불가피

[박소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10일간 숙고 끝에 내린 대통령의 결론은 '임명권에 대한 존중' 요구였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8일 "오늘 두 대법관 후보자 중 노태악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을 요청했다"며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민의 대표자이고,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 기관"이라는 말을 꺼냈다.

"제청과 임명은 삼권분립 원칙 하에 서로 다른 헌법기관에 배분된 권한이며 국민주권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제청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라,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를 거쳐 제청에 이르러 온 것도 각 기관 간의 권한을 상호 존중하라는 헌법의 취지에 따른 것이었다. 이번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제청은 그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조희대 책임'이라는 청와대 "사법부 독립 스스로 약화"

청와대는 그 책임이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있다고 못 박았다.

"지난 1월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이후 대법원장은 7개월이 넘도록 제청하지 않다가 8월 18일 실질적 협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손봉기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했다.

그동안의 협의 관행은 임명권자와 제청권자 어느 한 쪽의 의사만으로 최고법원이 구성되는 일을 막고 그 과정에서 사법부 독립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온 절차적 장치였다. 사법부가 그 관행을 저버린 것은 지금껏 사법부 독립을 지탱해 온 근거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

강유정 대변인은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추천위가 추천한 김민기·박순영·손봉기·윤성식 판사에게 개별 연락해 사퇴 의사를 타진한 일은 "인사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조직법이 정한 대로 추천위 추천 결과를 존중하여 제청권이 공정하게 행사될 때 비로소 제청에서 임명에 이르는 전 과정이 헌법상 국민주권 원리와 적법절차 원칙에 부합할 수 있다.

노태악 대법관 후임 인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대법관 임명이다. 국민주권정부의 첫 대법관 인선은 결과에 앞서 절차의 정당성 측면에서부터 국민께서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8.21
ⓒ 연합뉴스
강 대법관은 "아울러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는 오랜 기간 시민들과 법조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요구이며 이는 최고법원이 우리 사회의 목소리를 고르게 반영해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이라는 대법원 본연의 역할을 고려할 때 손 후보자에 대한 이번 제청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국민적 요청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따라서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현재 상태로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므로, 대법원장에게 다시 제청할 것을 요청한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그 자체로 완결적인 권한이 아니라 헌법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부여한 실질적 임명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권한이다.

재제청 요청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제한하라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예정한 상호 견제의 한 방식으로서, 제청이 각 기관에 대한 존중의 토대에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강 대변인은 다만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인 김성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협의를 거쳐 의견이 모아진 만큼 오늘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알렸다. 또한 "청와대는 국민의 온전한 재판청구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후속 절차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대법원장도 대법관의 장기 공석으로 인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추천위 추천 내용을 존중하여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기존 추천 존중하라지만... '재추천' 절차 논란 불거질 듯

하지만 청와대의 선명한 입장과 달리 후속 절차를 놓고 또 다른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때마다' 세 글자 때문이다.

법원조직법 제41조2의 2항은 "추천위원회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0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되어 있다. 이 내용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추천위를 새로 꾸려서 다시 후보자를 정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는 "추천위 추천 내용을 존중하여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강 대변인은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거듭 "추천위 추천 내용을 존중하여"라는 문구를 강조하며 답변했다. 법원행정처가 후보들의 사퇴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인해 제청 이전 단계부터 오염됐다는 취지다.

하지만 선례가 없기 때문에 추천위 재구성이 맞는지, 손봉기 판사를 포함한 기존 4명 중에서 재제청 후 청와대와 대법원이 상호 합의해야 하는지, 손 판사를 제외한 3명 중에서 정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이 대목은 청와대가 '제청 반려' 여부를 숙고할 때부터 언급되던 쟁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대법관 인선과 관련해) 국회 송부나 법원 반려 결정을 보류하고, 국회는 법원조직법 제41조 2의 대법관을 추천할 때마다 추천위를 구성하게 돼 있는 법적 맹점을 개정해 꼼수를 막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청와대의 고육지책... 민주 "불가피" 국힘 "사법부 겁박"
▲ 안대를 하지 않고 칼 대신 책을 든 '정의의 여신상' 안대를 하지 않고 칼 대신 책을 든 '정의의 여신상'.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 자리잡고 있다.
ⓒ 이정민
그럼에도 청와대가 법 개정 전에 '재제청 요구' 결론을 내린 것은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만약 김성수 후보자의 인선 절차까지 지연되면, 이흥구 대법관 퇴임일인 9월 7일 이후에는 대법원 재판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대법관이 속한 대법원 소부3부는 노경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을 맡으면서 현재 세 명의 대법관이 심리 정족수를 겨우 채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 대법관마저 퇴임하면 아예 재판을 진행할 수가 없다.

민주당은 "국민주권 원리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세우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엄호에 나섰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와 관련해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체 없이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대법원장이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국민이 부여한 제청권을 똑바로 행사하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사법부에 대한 노골적 겁박"이라며 반발했다.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이번 사태는 결국 22명 대법관 모두 이재명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이재명 사법부'를 만들겠다는 공식 천명이 아니겠는가"라며 "임명동의안 자체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헌법적 동의권마저 대통령이 임의로 빼앗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 대통령이 즉각 손봉기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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