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추는데 나사는 못 조인다… 중국 휴머노이드의 쓸모

김매화 2026. 8. 2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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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선 춤을 추고 옷도 갠다. 사람 말을 알아듣고 컵을 찾아 손을 뻗는다. 그런데 공장에 데려가 나사를 조이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손이 미끄러지고 힘 조절에 실패한다. 목표물 앞 마지막 몇 밀리미터의 오차 때문에 작업 전체가 멈춘다.

지난 8월 베이징 세계로봇박람회(WRC)에서 인기를 끈 링추저능(靈初智能)이 개발한 쓰촨 마작을 두는 로봇. 사진 어환희 기자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역설이다.

중국의 다수 언론은 최근 세계로봇대회(WRC)에 참가한 기업과 투자자, 연구자들이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이 화려한 전시장을 벗어나 실제 공장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봇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아도, 사람처럼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실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중국 휴머노이드 업계의 관심은 로봇의 ‘두뇌’에 집중됐다. 시각·언어·행동을 연결하는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을 이용하면 로봇이 사람의 지시를 이해하고 주변 환경을 인식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컵을 집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미끄러진다. 상자를 잡으라는 명령은 이해했지만 너무 세게 잡아 찌그러뜨린다. 잠금장치가 달린 서랍 앞에서는 손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막힌다. 두뇌가 내린 명령을 몸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유니트리 G1이 관람객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일인 지난 7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글로벌 기자간담회가 열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루 호텔에 마련된 엔비디아 전시관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유니트리 G1이 관람객과 악수하고 있다. 2025.03.07. [뉴스1]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실은 공장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宇树科技)의 왕싱싱(王兴兴) 창업자는 2024년 자동차 공장과 로봇 적용을 시도했지만 대규모 보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효율과 범용성이 아직 충분하지 않아서다. 간단한 조립은 가능하지만 사람보다 작업 효율이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낯선 상황’이다. 고정된 환경에서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해 훈련하면 일부 작업의 성공률을 100%에 가깝게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물건이나 주변 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성공률이 크게 떨어진다. 왕싱싱은 당시 로봇이 작업 방향은 제대로 판단하면서도 마지막 몇 센티,몇 밀리미터의 오차 때문에 실패한다고 설명했다.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수준은 더 높다. 저장성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의슝룽(熊蓉) 수석과학자는 현재 휴머노이드의 조작 정밀도가 대체로 센티미터에서 밀리미터 수준인 반면 산업현장에서는 밀리미터 이하의 정밀도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메라로 보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힘과 촉각을 감지하는 기술까지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봇이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은 정밀도뿐만 아니다. 종일 고장 없이 일할 수 있는 신뢰성, 환경이 바뀌어도 대응하는 범용성, 사람과 경쟁할 수 있는 작업 속도도 필요하다.

한 감속기 업체 관계자는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대규모 양산·투입된 분야는 거의 없으며 주요 수요처가 여전히 연구·공연·교육이라고 말했다. 산업현장 적용은 아직 “실제보다 과장이 크다”는 평가다. 화려한 공연과 실제 생산성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 16일 중국중앙방송(CC-TV)의 설 특집 갈라쇼 ‘춘완(春晩)’에 출연한 스타트업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벽을 타고 올라 공중에서 회전하는 고난도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CC-TV 화면 캡처]


VLA 다음은 ‘세계모델’…그래도 데이터가 없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로봇업계가 이 문제를 단순한 하드웨어의 한계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손과 몸이 문제지만 하드웨어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다시 ‘두뇌’가 병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VLA가 카메라로 주변을 보고 사람의 언어를 이해한 뒤 행동을 결정한다면, 한 단계 더 나아가서는 “내가 이렇게 움직이면 몇 초 뒤 세상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로봇이 컵을 잡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 정도 힘으로 어떤 방향에서 잡아야 넘어지지 않을 지를 예측하고 행동을 수정하는 식이다. 기존 VLA가 정적인 환경에서 특정 작업을 모방하는 데 강하지만 범용성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지향하는 세계 모델은 미래 상태를 계속 예측해 변화하는 환경에 스스로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하지만 VLA든 세계 모델이든 결국 같은 벽에 부딪힌다. 데이터다.

중국 언론 제일재경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GPU 기업 무어스레드(摩尔线程)의 장젠중(张建中) 창업자는 현재 VLA 모델 대부분이 약 70억 개의 매개변수 수준으로 초기 언어모델의 1000억 개 수준과도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GPT 모먼트’가 오려면 수천~수만 개의 GPU를 사용하는 대규모 훈련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피지컬 AI 기술이 언어모델보다 적어도 5년은 뒤처져 있다고 평가했다.

챗GPT는 인터넷에 축적된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로봇에게 필요한 것은 물건을 잡고, 밀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물리적 세계의 데이터다. 비싼 로봇을 실제로 움직여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피지컬 AI 경쟁이 AI 모델 경쟁보다 훨씬 비싸고 느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험대에 오른 ‘중국 로봇 거품론’

중국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둘러싼 투자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산업 내부에서도 현재 기업 가치가 로봇이 실제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보다 앞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폭락한 유니트리 주가도 그런 맥락이다.

무엇이 거품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일까? 로봇이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느냐가 기준이다. 로봇이 정말 생산성을 만들어내는지는 산업계가 판단한다. 정말 쓸 만하면 빠르게 보급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하반기가 시험대가 되고 어쩌면 내년이면 업계의 옥석이 상당 부분 가려지지 않을까?

유니트리의 왕싱싱은 피지컬 AI의 ‘챗GPT모먼트’까지 빠르면 2~3년, 늦으면 5~1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로봇 한 대를 처음 가보는 공장이나 가정에 데려가도 별도 훈련 없이 약 80%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이 산업 폭발의 임계점이라는 것이다.

그때까지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이 넘어야 할 것은 더 높은 점프나 더 자연스러운 춤이 아니다. 공장에서 종일 같은 나사를 정확히 조이고, 처음 보는 물건도 떨어뜨리지 않고 집으며,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일을 멈추지 않는 능력이다.

무대 조명 아래에서는 이미 미래가 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의 진짜 경쟁은 스포트라이트가 없는 공장에서 시작된다. 중국 로봇 산업의 다음 승부는 ‘얼마나 사람처럼 보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처럼 안정적으로 일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매화 기자 jin.meihu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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