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고인 물 터지면 큰일”…엄홍길도 혀 내두른 네팔 국경길

김영주 2026. 8. 28. 0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네팔 대홍수가 발생한 라수와가디 아래 트리슐리 바자르 타운의 모습. [AFP=연합뉴스]

대홍수가 발생한 네팔 라수와(Rasuwagadhi) 지역과 중국 티베트 지룽(吉隆) 일대는 히말라야 내밀한 곳에 자리한 네팔-티베트 국경 지역이다. 라수와가디-지룽 국경 검문소는 과거 한국 트레커가 많이 이용했던 코다리(Kodari)-장무(樟木) 국경에서 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곳이다. 네팔의 대표 트레킹 코스 하나인 랑탕국립공원과도 멀지 않다.

코다리-장무는 오랫동안 네팔과 중국(티베트)을 잇는 대표적인 육로였다. 티베트 라싸에서 시작해 에베레스트(8848m) 북면 트레킹을 마친 여행객들이 네팔로 내려오거나, 역으로 네팔 카트만두에서 티베트로 들어갈 때 이용하던 길이다. 그러나 2015년 지진으로 길이 끊겼고, 때마침 중국이 지원한 라수와가디-지룽 국경 길이 열리면서 주요 육상 루트가 됐다.

그러나 이 길은 코다리-장무에 비해 훨씬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카트만두에서 지프를 타고 라수와기디-지룽을 넘어 티베트를 다녀온 엄홍길(67) 대장은 “전의 길(코다리-장무)보다 좁고 위험해 보였다. (중국 국경 검문소로 가는 길은) 블랙홀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지원으로 열린 새 국경길


카트만두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라수와가디-지룽 길은 중국의 지원으로 건설됐다. 중국은 2007년 라수와가디 아래 도시 샤브루베시에서 국경까지 도로 건설을 지원하기로 약속했고, 약 16㎞ 구간을 2012년에 완공했다. 2014년에는 국경을 넘나드는 길이 열렸고, 이후 코다리-장무가 지진 피해를 보면서 네팔-중국(티베트)을 잇는 유일한 육로가 됐다.
네팔-중국을 잇는 라수와가디와 코다리 국경 위치. 네팔관광청
지룽은 국경검문소와 함께 물류 시설, 화물 야적장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중국 측 CCTV에 찍힌, 거대한 물살에 휩쓸린 건물들이다. 또 지룽은 중국과 남아시아를 연결하는 일대일로(Belt and Road) 네트워크의 주요 거점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라수와가디-지룽 검문소를 거쳐 티베트로 가는 육로는 성산(聖山) 카일라스(6656m)로 가는 주요 루트다. 네팔에서 카일라스와 마나사로바 호수를 찾는 여행객은 이 검문소를 거쳐야만 한다. 이번 대홍수에서 외국인 피해가 컸던 것도 이런 이유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라수와가디나 지룽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또 이 루트는 라싸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여정이 짧고, 그래서 비용도 덜 든다. 현지 매체들은 당시 라수와가디 인근에는 카일라스로 향하는 여행객이 400명 이상 대기 중이었다고 전했다. 대홍수 이후 연락이 끊긴 외국인은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인도인이 많았는데, 이 길을 통하면 인도에서 카일라스까지 육로로 이동할 수 있다.

반면 티베트를 방문하는 한국 여행객은 주로 라싸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라싸 공항에 내려 서쪽으로 시가체와 사가를 거쳐 카일라스로 이동한 뒤 아리(阿里) 지역 공항을 이용해 라싸로 되돌아온다. 라싸에서 출발해 국경을 넘어 카트만두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많지 않다.


네팔-티베트 국경 길은 원래 험준하다


라수와가디-지룽 국경 길은 히말라야의 험준한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라수와가디 아래 도시 샤브루베시에서 라수와가디까지 구간 역시 급경사의 산악 지형이다. 집중호우가 내리면 산사태 등 늘 위험이 따르는 곳이다.
네팔 라수와-중국 지룽 맵. 사진 구글 어스
엄 대장은 카트만두에서 국경검문소로 가는 길에, 무너진 다리 등 지난해 홍수 피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좁은 협곡 옆으로 길을 만들어 위협적이었다. 얼른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또 네팔 사람들은 이미 협곡 상단의 빙하 붕괴를 걱정하고 있었다. 엄 대장은 “같이 간 네팔 동료가 그때 ‘빙하에 고인 물이 터지면 큰일이 날 거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티베트에서 네팔 등 남아시아로 이어지는 교통로를 확대 중이다. 과거 사람과 야크가 다니던 고산 지역의 험준한 길을 자동차와 대형 화물이 다닐 수 있도록 도로를 닦는 중이다. 도로 덕분에 물류와 관광 접근성은 나아졌지만, 빙하와 협곡이 자리한 고산에 도로가 생기면서 자연재해의 위험은 커졌다.

이번 대홍수는 지난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지역인 랑탕리룽(7234m) 산 북쪽 사면에서 너비 약 600m의 빙하가 렌데 콜라(협곡) 강 쪽으로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빙하 붕괴 후 엄청난 양의 물과 토사가 쏟아지면서 렌데콜라 강과 트리슐리 강 인근 마을을 휩쓸고 지나갔다. 300여 명이 사망하고, 1500명 이상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영주 기자 kim.youngju1@joongang.co.kr

김영주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