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의 마켓 나우] AI 경쟁, 모델에서 습관으로

2026. 8. 28. 00: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모빌리티학부 및 미래자동차석사과정 전임교수

대학은 미래 고객을 선점하는 시장이다. 대학생 때 익숙해진 브랜드는 졸업 뒤에도 계속 찾게 된다. IBM과 애플이 PC 시대에 썼던 전략이 AI 시대에 다시 등장했다.

구글이 지난 8월 19일 대학생 대상 AI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제미나이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검색·유튜브·지메일·독스·드라이브와 연결된 생태계 안으로 학생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구글이 노리는 것은 학생의 지갑보다 익숙함이다. 대학생 때부터 기본값으로 자리 잡으려는 것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경쟁의 핵심은 오랫동안 더 강한 모델 만들기였다. 오픈AI·앤트로픽·구글은 추론과 코딩, 에이전트 성능을 겨뤘다. 이제 누가 사용자의 첫 선택이 되느냐가 중요해졌다. 대학에서 익숙해진 도구는 졸업 뒤에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제미나이로 과제를 하고 지메일로 메일을 보내며 독스로 문서를 만들고 드라이브에 자료를 저장한다면 AI는 디지털 생활의 일부가 된다.

구글의 강점은 모델 하나가 아니라 생태계다. 검색과 유튜브, 업무용 소프트웨어, 클라우드와 데이터가 연결돼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들어도 이 모든 것을 한 계정으로 묶기는 어렵다. 구글은 AI만으로 대결하기보다 여러 서비스를 묶어 싸게 파는 박리다매가 가능하다. AI를 싸게 파는 것은 고객을 얻기 위한 수단이고, 생활 속에 AI를 심는 것이 진짜 목적이다. AI 경쟁의 축도 모델의 지능에서 생활과 업무에 AI를 연결하는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8월 25일 구글 클라우드가 법률과 금융용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프리뷰로 공개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계약 검토와 규제 모니터링, 금융 조사 같은 전문 업무에 AI를 연결한다. 챗봇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를 실제 업무에 집어넣는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계약서·고객기록·재무자료·연구결과처럼 조직에 쌓인 데이터를 AI가 읽고 다른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한번 자리 잡은 도구를 바꾸는 데는 새로운 사용법을 익히는 비용뿐 아니라 데이터와 업무 환경을 옮기는 비용도 따른다. 조금 덜 똑똑한 모델이라도 이메일·문서·데이터와 연결돼 있다면 사용자는 쉽게 떠나지 않을 수 있다.

구글의 학생 프로모션은 그래서 단순한 할인 행사가 아니다. 다음 세대의 AI 습관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대학생의 손에는 AI를 먼저 익숙하게 만들고, 기업의 시스템에는 에이전트를 먼저 심는다. AI 전쟁의 첫 단계에선 모델이 왕이었다. 다음 단계에선 누가 사용자의 습관과 데이터를 먼저 잡고, 그것을 실제 업무에 연결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모빌리티학부 및 미래자동차석사과정 전임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