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2000대 분량 배터리 한 곳에…제주 첫 BESS 현장 가보니[디깅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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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있는 배터리 용량만 전기차 2000대 분량입니다."
지난 24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 있는 안덕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를 안내하던 남제주빛드림에너지의 강영남 운영실장이 배터리팩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랙(선반)을 가리키며 말했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제주에서 처음 중앙계약시장형 장주기 BESS 사업을 실시한 이유다.
23㎿의 설비 용량을 갖춘 안덕 BESS는 주로 새벽 시간에 충전한 후 전기 소비가 많은 저녁 시간대 하루 4시간 동안 최대 92메가와트시(MWh, 23㎿×4시간)를 전력망에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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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배터리실 최적 온·습도 유지
온도 올라가면 물 주입해 화재 예방
전력거래소 지시값 이행률 따라 정산
5~6년이면 투자비 회수될 듯
중앙계약시장형 BESS 입찰 관심↑
배터리 3사 각축전에 공급가 낮아져
"설치 확대 위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해야"

"이곳에는 있는 배터리 용량만 전기차 2000대 분량입니다."
지난 24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 있는 안덕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를 안내하던 남제주빛드림에너지의 강영남 운영실장이 배터리팩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랙(선반)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덕 BESS는 2023년 제주에서 국내 처음으로 중앙계약시장 장주기 BESS 사업자로 선정됐던 3곳중 하나다. 지난 3월 상업 운전을 시작해 6개월째를 맞았다. 남제주빛드림에너지는 안덕 BSS 사업을 위해 한국남부발전, 탑솔라,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가 공동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시범적으로 실시됐던 제주를 시작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육지와 제주에서 두차례에 걸쳐 중앙계약시장 장주기 BESS 입찰을 진행했다. 1·2차 입찰에서는 각각 565메가와트(㎿)씩 총 1.13GW 규모의 사업자가 선정됐다. 전력거래소는 9월 초에 3차 중앙계약시장형 입찰을 공고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각 입찰 때마다 1조원 규모의 발주가 나오면서 장주기 BESS 사업에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BESS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도 점차 늘고 있으며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따라 국내 BESS 시장 규모도 수십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이 정체기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새로운 돌파구로 보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배터리로 돌아가는 작은 발전소ESS는 남아도는 전기를 저장했다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역할을 한다. ESS 중 배터리를 이용한 것을 BESS라고 부른다. 넓은 의미에서 ESS의 범주에 속하는 양수발전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BESS는 쓰임과 용량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한다. 장주기/단주기는 방전(출력)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통상 출력 시간이 2시간 이내면 단주기, 4~6시간은 장주기 BESS라고 한다.
단주기 BESS는 주로 전력망의 주파수 조정용으로 사용된다. 장주기는 전력 공급이 많을 때 충전하고 수요가 많을 때 방전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제주에서 처음 중앙계약시장형 장주기 BESS 사업을 실시한 이유다.
장주기 BESS는 배터리로 돌아가는 작은 발전소라고 할 수 있다. 23㎿의 설비 용량을 갖춘 안덕 BESS는 주로 새벽 시간에 충전한 후 전기 소비가 많은 저녁 시간대 하루 4시간 동안 최대 92메가와트시(MWh, 23㎿×4시간)를 전력망에 공급하고 있다. 가구당 평균 부하(전기 소비량)를 0.5킬로와트(㎾)로 가정할 때 92MWh는 4만6000 가구가 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주기 BESS를 더욱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 정부는 장주기 BESS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23년부터 중앙계약시장 경쟁 입찰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 제도는 사업자가 낙찰 가격으로 계약 기간인 15년간 고정된 가격으로 수익을 얻는 구조다. 사업의 미래 예측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초기 투자금을 조달하기 쉽다.
BESS 사업자는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충전과 방전을 반복한다. 사업자는 하루 전에 설비 고장 유무 등을 분석해 입찰 여부를 결정하고 전력거래소는 입찰 결과에 따라 충·방전 목표치를 지시하게 된다. 사업자는 전력거래소의 지시값에 대한 이행률에 따라 정산을 받는다. 100% 이행하면 계약 단가의 전액을 받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만큼 차감한다. 실제 방전시간뿐 아니라 대기 시간까지도 정산에 포함한다.

예를 들어 23㎿ 용량의 안덕 BESS가 킬로와트시(kWh당) 50원의 가격(이를 용량 가격이라고 부른다)으로 낙찰을 받았다면 이론상 1년에 100억7400만원(23000kWh×50원×24시간×365일)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수익이 발생하면 자금을 조달했던 금융사에 우선 대출을 상환하고 이후 주주사에 배당한다.
안덕 BESS를 운영하는 남제주빛드림에너지 장석식 대표는 "안덕 BESS의 내부수익률(IRR)은 15.6%로 추정된다"며 "약 5~6년이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가격이 구축비의 절반 이상중앙계약시장형 BESS 입찰에서 낙찰 가격은 2023년 kWh당 50원 안팎이었으나 2차 입찰 시장에서는 20원대 후반까지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낙찰 가격이 내려갔다는 것은 BESS 초기 구축 비용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BESS 구축 비용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배터리다. 배터리는 전체 구축 비용의 50~60%를 차지한다. 입찰을 거듭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배터리 공급 가격도 크게 낮아졌다.
배터리 기업들이 입찰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는다. 보통은 발전사나 재생에너지 투자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 가격, 화재 안전성, 기술 방식 등을 따져 낙찰 가능성이 높은 배터리를 선정한다.

배터리 기업들은 컨소시엄에 채택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3년 제주에 실시된 첫 번째 입찰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우세를 보였다. 하지만 육지와 제주에서 동시에 실시한 1차 입찰에서는 삼성SDI 배터리의 채택 비율이 70%를 넘어섰다. 2차 입찰에서는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내세운 SK온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2차 입찰 누적 점유율은 삼성SDI 56%, SK온 25%, LG에너지솔루션 19%로 파악된다.
어떤 배터리를 채택할지는 정부가 제시하는 평가지표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1차 입찰까지는 가격과 비가격 평가 기준이 60대 40으로 가격이 중요했다. 2차 입찰에서는 이 기준이 50대 50으로 바뀌었다. 지나친 저가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국내 산업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국내 생산과 국산 공급망 확보가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은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잇따라 국내 ESS용 배터리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온도 올라가면 자동으로 배터리에 물 주입BESS는 옥내형과 옥외형으로 구분된다. 옥내형은 건물 안에 배터리 랙과 전력변환장치(PCS·교류와 직류 변환 장치), 변압 시설, 공조 장치, 소방시설 등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옥외형은 개활지 등 외부에 독립된 컨테이너 형태로 설치한다.
옥내형 BESS는 건물 내부의 공조 시스템을 통해 온도와 습도를 최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외부의 먼지나 기상 조건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화재 시 건물 피해가 건물 전체로 확산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구축 비용도 비싸다.
옥외형은 화재 발생 시 열이나 연기가 확산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모듈이나 완성품 형태로 제작해 현장으로 운반, 설치하기 때문에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저렴하다. 다만 컨테이너 자체에 방수·방진, 항온·항습 시스템을 내장해야 하고 외부의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기자가 방문한 안덕 BESS는 옥내형으로 건설됐다. 기력발전소와 액화천연가스(LNG)복합발전소가 있는 남부발전 남제주빛드림본부 부지 내에 있다. 무인으로 운영되며 외부 사무실에서 24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BESS 건물 내에도 순찰자가 운영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안덕 BESS는 1, 2층에 걸쳐 총 3개의 PCS실과 30개의 배터리실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방은 공조 장치를 통해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33도를 넘는 무덥고 습한 날씨였으나 실내 온도와 습도는 약 22도와 33%를 가리켰다. 어느 방에 들어가나 마치 호텔에 온 듯 쾌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배터리실에는 총 561개의 랙이 설치돼 있었다. 각각의 랙에는 17개의 파우치형 배터리팩이 탑재됐다. 총 9537개의 배터리팩이 있는 것이다.
안덕 BESS의 발전 용량은 92MWh이지만 실제 설치된 용량은 142MWh다. 장 대표는 "15년간의 기간 동안 잔존 용량이 감소할 것을 대비해 배터리를 여유있게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142MWh는 70킬로와트시(kWh) 용량의 전기차 2000대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안덕 BESS는 옥내형이다 보니 이중 삼중으로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배터리실마다 700ℓ 용량의 물탱크가 설치돼 있다. 이 물탱크는 가느다란 배관으로 각각의 배터리팩과 연결돼 있다.

장 대표는 "배터리팩의 온도가 일정 기준 이상 올라가면 배관의 물이 팩 내부로 주입돼 화재를 예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 방식은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라고 한다. 배터리실 천장에는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소화용 가스 배출 장치도 설치돼 있다. 이와 별도로 건물 내부에는 40t의 물탱크와 소화 장비도 마련돼 있다.
안덕 BESS는 바로 옆의 남부발전 남제주빛드림본부와 연결된 154kV 송전선로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아 충전한다. 그렇다 보니 건물 외부에 가스개폐절연장치(GIS), 고압의 전기를 1000V까지 낮출 수 있는 변압기 등 변전 설비도 갖추고 있었다.
"인허가 절차 간소화해야"제주 BESS 시범사업의 경우 현재는 출력제어 완화보다는 예비력 확보에 더욱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시범 사업으로 선정된 3곳(안덕·한림·표선)의 총 용량은 65㎿로 제주지역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2026년 현재 1148㎿)의 5.6%에 불과하다. 출력 제어 완화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김형철 운영실장은 "BESS는 전기 수요가 집중되는 저녁 시간대에 4시간 동안 방전하면서 전력 수급의 예비력에 기여하고 있다"며 "출력제어 완화를 위해서는 더 많이 BESS를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도 적지 않다. 사업자들은 BESS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속한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사업 준비 기간 및 건설 기간이 짧은 BESS의 특성을 감안해 승인 절차 간소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제주 BESS 사업은 정부 및 전력거래소 주관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되는 시범 사업이다 보니 주민설득 단계부터 건설 준공단계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BESS 사업도 대형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주민동의, 인허가, 건설 단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2년 이내에 상업 운전을 시작하지 못하면 페널티가 부과된다.
제주=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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