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근의 경제를 묻다] “지지층만 바라보는 종부세…예측가능성 무너뜨려”

조민근 2026. 8. 27.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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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전문가 박훈 서울시립대 부총장


조민근 논설위원
“인생에서 확실한 건 없다. 단, 죽음과 세금만 빼고.”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마따나 죽음만큼이나 피해가기 어려운 게 세금이다. 돈을 벌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사고, 은퇴하는 일까지 인생사 모두가 세금과 엮인다. 역설적으로 세금은 개인이 인생을 설계해가는 과정에서 분명한 기준점과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 종부세는 태생부터 단기 시장 대응 수단
법에 없는 공정시장가액, ‘제2의 세율’로
납세자 스스로 세금 계산 못 하는 지경
경험했듯 세금으로 집값 잡을 수는 없어

이달 초 발표된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박훈 서울시립대 부총장(세무학과 교수)을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집무실에서 만났다. 김종호 기자

그런데 우리 세제를 수식하는 말들은 그런 확실함, 분명함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난수표’ ‘누더기’란 오명이 붙은 부동산 세제가 특히 그렇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아파트값이 오르내릴 때마다 세제부터 손을 댄 결과다. 오죽하면 ‘양포세’(양도소득세 업무를 포기한 세무사) 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이달 초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 역시 마찬가지다. ‘정상화’라는 설명이 붙었지만, 세율표는 더욱 복잡해졌고, 이를 보완한다며 붙인 각종 경과 규정과 예외 조치도 미로처럼 얽힌다.

조세가 이렇게 자주 바뀌고, 복잡해져도 문제가 없는 걸까. 현장과 이론에 두루 밝은 세법 전문가인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를 만나 물었다. 세법을 30년 가까이 연구해 온 그 역시 부동산 세제는 그때그때 조문을 다시 찾아봐야 할 정도로 난해해졌다고 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이후 20년간 반복돼 온 논란을 극복하고,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선 세제의 틀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납세자에게 미로가 된 부동산세

Q : 조세원칙이란 측면에서 이번 세제개편안을 평가한다면.
A : “정부는 개편 취지로 성장 지원과 민생, 공정 과세, 세제 합리화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 무게가 실린 건 부동산 세제였다. 결국 이번에도 세제가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쓰였다는 판단이다. 세제는 한번 만들면 납세자가 그걸 믿고 인생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집을 언제 사고 언제 팔지, 은퇴 후 어디에 살지가 다 세금과 얽혀있다. 그런 제도를 시장이 움직일 때마다 손대면 공평이니 중립이니 하는 조세원칙을 논하기 이전에 예측 가능성부터 무너진다.”

Q : 세제가 지나치게 세세한 정책 목표에 활용되고, 그래서 복잡해진다는 지적이 많다.
A : “세제가 정책 수단이 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정도다. 지금은 납세자가 자신의 세금이 얼마 나올지 스스로 계산하지 못한다. 세무사, 회계사한테 물어봐야 아는 세제가 됐다. 나 역시 세금을 30년 가까이 연구한 사람인데도 부동산 세제는 조문을 다시 찾아봐야 할 때가 있다. 이번 개편만 봐도 거주냐 비거주냐, 주택 가액이 얼마냐, 부득이한 비거주 사유에 해당하느냐 이런 판단이 겹겹이 쌓여야 겨우 윤곽을 잡을 수 있다. 납세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세제는 취지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좋은 세제라고 하기 어렵다.”

Q : 이번에도 종합부동산세가 개편의 핵심이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독 변화의 폭이 큰데.
A : “종부세의 특징 때문이다. 도입 당시부터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목표를 짊어졌고, 그 이후에도 계속 시장 대책의 일부로 다뤄져 왔다. 또 다른 이유는 정치다. 정권마다 자신의 지지 기반에 화답하는 방향으로 종부세를 고쳐 왔다. 그 과정에서 이 세금이 지속 가능한지, 납세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은 뒤로 밀렸다. 그러니 5년마다 제도가 요동쳤고, 납세자도 이 세금을 정치의 산물로 보게 됐다.”

김주원 기자

자산 간 형평성 깨지면 조세회피 불러

Q : 정부는 이번 개편을 세제 정상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A : “세율 체계를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변경한 건 형평성 면에서 수긍할 만하다. 하지만 주택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토지나 빌딩, 더 나아가 주식 등 금융자산과 형평성이 깨지는 문제가 생긴다. 물론 생산적 분야와 비생산적 분야를 구분할 수는 있지만, 과도하게 형평을 해치면 시장에선 조세 회피와 함께 경제 왜곡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Q : 1주택자에 거주와 비거주를 구분해 세금을 차등화한 것도 반발이 컸다.
A : “살든, 안 살든 똑같이 혜택을 주는 지금 구조가 합리적이냐는 물음은 학계에서도 있었다. 그런데 그걸 고치려면 왜 고쳐야 하는지에 대한 정밀한 이론적 설명과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다. 국회에서 다뤄야 할 건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부득이한 비거주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둘째, 오랫동안 현행 제도를 믿고 보유해 온 분들에 대한 경과조치, 즉 신뢰 보호의 문제다. 셋째, 비거주자가 세입자를 내보내고 들어가 살면서 생기는 전·월세 시장의 문제다.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와 충돌한다는 지적까지 나온 만큼 손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Q : 예측 가능성이란 면에서 부동산 세제의 다른 문제점은.
A : “공정시장가액비율의 문제가 있다. 사실상 제2의 세율 역할을 하고 있는데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어 그때그때 정책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조세법률주의에 반하는 데다 납세자가 세 부담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정부가 발표하는 공시가격까지 고려하면 과세표준을 정하는 핵심 요소가 행정부 재량에 좌우되는 구조다.”
※공정시장가액비율=재산세와 종부세의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 이 비율을 높이면 세 부담이 커지고, 낮추면 완화된다. 행정부가 세 부담을 조절하는 핵심 수단이다.

Q : 번번이 실패하면서도 정부가 세제를 단기 시장 대응용으로 동원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A :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맞추려면 시간이 걸리고, 정부로선 당장 뭐라도 내놓아야 하는 부담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 특히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겪었듯 이념적으로, 당위론적으로 접근할 경우 결과가 항상 좋지 않았다. 세제는 필요 이상으로 부동산을 갖고 있으면 부담이 늘 것이란 지속적인 방향성을 보여주면 된다. 세제를 1년마다 바꿔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버렸으면 좋겠다. 세법을 많이 바꿀수록 정부가 일을 잘하는 게 아니다. 제도가 정교해질수록 억울한 사람도 정교하게 생긴다.”
종부세, 보유세 안에서 재설계해야

Q : 종부세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을 줄이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A : “종부세를 시장 대책에서 떼어내는 것과 함께 한번 정한 틀은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되도록 사회적 합의 수준을 높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본다. 또 종부세만 따로 볼 게 아니라 재산세와의 관계까지 포함한 보유세 전체 체계 내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이번에 국세인 종부세는 거주와 비거주를 갈랐지만, 재산세는 지방세라 이번 개편 대상이 아니어서 구분 없이 그대로다. 같은 집에 대한 보유세인데 국세와 지방세의 원칙이 다르게 가면서 정합성의 문제가 생긴다. 종부세는 재정경제부 소관, 재산세는 행정안전부 소관이다. 국세와 지방세, 보유세와 거래세의 균형을 위해선 두 부처가 충분히 시간을 갖고 함께 논의해야 한다.”

Q : 종부세 외에 이번 세제개편이 남긴 숙제는.
A : “한 해짜리 세제개편이 아니라 중장기 어젠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세수 기반과 구조가 바뀌는 문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AI(인공지능) 확산으로 노동소득은 줄고 자본소득은 늘 전망이다. 물론 당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 문제는 겪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기업이 흔들리면 세수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국면이기도 하다. 당장 3년 전만 해도 반도체의 부진에 세수 결손을 겪지 않았나.”

Q : 세입기반 확보 측면에서 비과세·감면을 줄이겠다고 했는데.
A : “이번에 241건을 들여다보고 115건을 정비하겠다고 한 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민감한 부분은 손을 못 댔다는 건 아쉽다. 국세감면 중 가장 큰 항목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1974년 도입돼 9차례 연장된 농임어업용 면세유인데 이번에도 비껴갔다. 그러다 보니 115건을 정비해도 실제 줄어드는 국세감면액(조세지출)은 1조4000억원에 그친다. 전체 80조원의 1.7%가량이다. 조세지출 정비의 진정성은 만만한 항목이 아니라 이런 민감한 항목을 다루는 데서 드러난다.”
◆박훈=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세법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납세자의 호민관’으로 불리는 국세청 납세자보호관, 조세심판원 심판관 등을 거치며 쌓은 현장 경험을 토대로 세법의 예측 가능성, 설명 가능성을 강조해 왔다.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로 입학처장, 학생처장, 교무처장을 거쳐 현재 대외협력부총장을 맡고 있다.

조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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