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CC 어떻길래…삼성전기 ‘방긋’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6. 8. 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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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주가 300만원…그날이 올까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두고 증권가에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8월 6일 보고서에서 국내 기술주 최선호 종목을 삼성전자에서 삼성전기로 바꿨다. MLCC 공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 증권가도 긍정적 평가를 쏟아낸다. 하나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목표주가 300만원을 유지했다. 8월 19일 주가(138만7000원)를 고려하면 두 배 넘는 상승 여력을 점친 셈이다.

장밋빛 전망 근거는 전방위 공급 부족이다. AI 서버용 고부가 MLCC는 이미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 여기에 주요 업체가 한정된 생산능력을 고부가 MLCC에 우선 배정하면서, 범용 제품까지 공급이 빠듯해졌다. 납기는 길어지고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증산으로 범용 D램 공급이 줄어든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닮은 흐름이다. 고부가 제품에서 시작된 MLCC 호황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된 만큼 슈퍼사이클이 장기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MLCC 없어서 못 판다”

삼성전기 가동률 91%

MLCC는 전자기기 혹은 서버 내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를 수 있게 돕는다. MLCC가 없다면 부품 간 전압·신호 간섭으로 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다. 일종의 신호등 역할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MLCC는 적용처에 따라 크게 ① 스마트폰·PC 등에 들어가는 IT용 ② 자동차에 탑재되는 전장용 ③ AI 서버 등에 쓰이는 AI 서버용으로 나뉜다.

최근 수요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분야는 AI 서버용이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전력 소모량이 크다. 그만큼 더 많은 고용량·고전압 MLCC가 필요하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일반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MLCC는 약 2000개다. 엔비디아 HGX Hopper 서버에는 약 2만5000개가 탑재된다. 여러 서버와 GPU, 네트워크·전원 장치를 하나의 보관함에 묶은 ‘랙’ 시스템은 MLCC 수요가 훨씬 크다. 엔비디아의 랙 단위 AI 시스템인 GB200 NVL72에는 MLCC 33만7500개가 들어간다. 차세대 VR200 NVL72의 추정치는 57만개다.

수요는 빠르게 늘지만, 공급은 제한적이다. 현재 AI 서버용 MLCC는 사실상 일본 무라타와 삼성전기가 양분 중이다. 증권가는 당분간 양강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AI 서버용 MLCC의 기술 난도 때문이다. MLCC는 얇은 세라믹 막과 금속(니켈) 전극을 번갈아 종이처럼 얇게 인쇄하고 쌓아 올린 뒤 도자기처럼 고온 열처리해 완성한다. 여러 겹으로 쌓은 샌드위치와 비슷하다. 층을 많이 쌓을수록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범용 제품은 약 50층이다. 산업용과 전장용은 약 150층이다. AI 서버용 1005·47마이크로패럿(μF) 제품은 500층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일부 업체를 빼고선 시장 진입조차 어려움을 겪는 상태다.

삼성전기도 최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관련 내용을 강조했다. 삼성전기는 “100마이크로패럿(μF) 이상의 초고용량 제품과 125도 고온품 등 최첨단 제품은 성능과 신뢰성 측면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요구한다”며 “대응 가능한 업체는 삼성전기 등 소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고객사 입장에선 삼성전기와 무라타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90%가 넘는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MLCC를 담당하는 삼성전기 컴포넌트사업부의 올해 6월 말 기준 가동률은 91%다. 설비 정비와 제품 교체 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풀가동 체제다.

진입 장벽이 공급 부족을 키우는 구조다.

이에 AI 서버용 MLCC는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 중이다. 일단 생산라인이 꽉 찬 상황에서는 모든 주문을 받을 필요가 없다. 수익성이 높은 제품과 고객을 골라 받는 ‘선별 수주’가 가능하다. 평균판매단가(ASP)가 오르는 배경이다. 삼성전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기의 MLCC ASP는 전년 동기 대비 13.9% 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 0.3% 오르는 데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여기에 삼성전기는 8월 1일부터 유통채널을 대상으로 출하하는 MLCC 전 품목의 가격을 30% 인상했다. 증권가는 직납 물량 협상에서도 가격 인상 가능성을 점친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산업계에서 수급에 따른 가격 인상은 당연한 일이지만, MLCC 업계에서는 흔치 않은 사건이다. 주요 업체들이 고객과의 관계를 우선하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가격을 인상했다. 고객이 수긍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공급 부족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장기공급계약(LTA)도 공급자 우위 신호다. LTA는 고객사가 일정 기간 정해진 물량을 구매하고 제조사는 이를 우선 공급하기로 약속하는 계약이다. 통상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될 때 체결되는 만큼 MLCC 품귀가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신호로 해석된다.

삼성전기는 지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빅테크와 주요 반도체 업체 등을 포함한 10여개 고객과 LT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범용 MLCC도 품귀 현상

후행 업체 3인방 눈길

공급 부족은 AI 서버용에서 범용 MLCC로 번지는 중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흐름이 비슷하다.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HBM 비중이 커질수록 범용 D램 공급은 줄어든다. MLCC도 같은 구조다. AI 서버용을 늘리다 보니 IT 등 범용 MLCC 생산여력이 줄고 있다. 증권가도 이 지점을 주목한다.

이에 증권가는 범용 MLCC 업체로 시선을 넓힌다.

전장용 MLCC 생산 업체인 아바텍도 그중 하나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고객사의 대체 공급선 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후발 주자인 아바텍에도 신규 고객 확보와 제품군 확대 기회가 빠르게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바텍은 하반기부터 MLCC 슈퍼사이클의 낙수효과를 본격적으로 누릴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메리츠증권은 아바텍의 MLCC 매출이 2027년 739억원으로 2026년 예상치보다 181%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장·산업용 MLCC를 생산하는 삼화콘덴서도 주목받는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삼화콘덴서의 MLCC는 중소형 제품으로 삼성전기나 무라타 제품보다 용량이 작아 가격 인상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제품 가격 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만큼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삼화콘덴서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1% 늘었다.

전장용을 넘어 AI 데이터센터용으로 영역 확대를 추진 중인 아모텍도 눈길을 끈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손실을 기록, 주가는 부진하다. 8월 19일 주가는 1만1790원으로 52주 최고가(3만2339원)와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4호(2026.08.26~09.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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