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일수록 더 엄격한 잣대 적용, 개혁정부다운 인사가 필요한 이유

김갑년 2026. 8. 2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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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재명 정부를 바라보며 자꾸 떠오르는 말이 있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를 걱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개혁을 말하는 정부일수록 더 엄격해야 한다.

12·3 비상계엄을 막고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민들, 더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기를 바랐던 진보·개혁세력, 이전 정부의 권력 사유화와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던 사람들이 넓은 정치연합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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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대통령 사시 동기·여당 의원 출신 줄줄이 공공기관장... 개혁정부의 명분이 흔들린다

[김갑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25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요즘 이재명 정부를 바라보며 자꾸 떠오르는 말이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오래된 경구다. 왜 인사가 만사일까.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그것을 실제로 집행하는 것은 사람이다. 장관과 공공기관장은 조직의 예산과 인력을 움직이고, 무엇을 우선하며 어떤 가치를 조직에 심을지를 결정한다. 한 사람의 판단은 조직문화가 되고, 그것이 축적되면 정부의 방향이 된다.

더구나 인사는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압축해서 보여주는 정치행위다. 어떤 능력과 가치를 중시하는지, 누구를 신뢰하며 누구에게 공적 권한을 맡기는지가 인사를 통해 드러난다. 그래서 인사 실패는 한 사람을 잘못 뽑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심하면 정권이 내세운 개혁의 명분까지 흔든다.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를 걱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출범 초기부터 신호가 좋지 않았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과 자녀 조기유학 문제 등이 불거진 끝에 지명이 철회됐고,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보좌진 갑질 의혹과 해명 논란 속에서 대통령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며 임명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 두 사람이 낙마했다는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애초 인사검증이 얼마나 충실했느냐는 점이다. 청문 과정에서 그런 문제들이 잇따라 드러났다면 왜 대통령의 선택을 받았는지, 논란이 커진 뒤에도 왜 임명을 두고 오래 고심했는지를 묻는 것은 당연하다.

한성숙 국무총리 인사는 다른 종류의 질문을 남겼다. 후보자 당시 본인 재산은 약 250억 원에 달했고, 과거 여러 주택성 부동산을 보유했으며 잠실 아파트 매각으로 상당한 차익을 얻은 사실도 청문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그렇다고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공직에서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합법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쌓은 재산 자체가 흠결일 수도 없다. 총리 지명 이후 일부 부동산을 처분했고 잠실 아파트 매매차익 가운데 5억 원을 기부한 사실도 함께 봐야 한다.

다만 집값과 자산격차가 청년과 서민의 삶을 짓누르는 시대에 250억 원대 자산과 과거 다주택·부동산 투자 이력을 가진 인물을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혔다면, 정부는 그 선택이 자신이 말하는 주거정의와 불평등 해소의 철학에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설명할 책임이 있다. 공직 인사의 기준은 위법 여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국민이 그 사람에게 정책의 진정성을 맡길 수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공공기관 인사다. 예금보험공사 사장에는 김성식 변호사가 임명됐다. 30년 넘는 법조 경력과 금융 관련 법률 경험을 가진 인물이지만,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이며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재판을 받을 때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다. 예금보험공사 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며 첫 출근을 저지했다.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다고 공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을 임명할수록 정부의 설명 책임은 더 커진다. 수많은 금융·예금보험 전문가 가운데 왜 대통령의 사시 동기이자 과거 변호인이 최적임자였는지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에는 민주당 재선 의원 출신 최인호 전 의원이 임명됐다. 그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를 지냈으니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정치인은 아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당 정치인이 공공기관장으로 옮겨가고, 그때마다 관련 경력을 들어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라고 설명하는 장면은 너무 익숙하다. 정치인의 공공기관장 임명이 언제나 낙하산이라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공개경쟁을 통해 선발된 수많은 전문가보다 왜 정치인이 더 적합했는지를 국민이 확인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절차가 불투명하면 전문성이 있어도 보은인사라는 의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학연금 이사장 인선은 그래서 더욱 민감하다. 약 36조 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기관의 차기 이사장으로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는 이 대통령의 대선 경선 정책자문그룹에서 활동했고 2024년 총선에서는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으며, 일부 언론은 '이재명 멘토'로까지 표현했다.

아직 임명이 확정된 것은 아니므로 지금 낙하산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치학자로서의 명성과 수십조 원 연기금 경영의 적합성은 별개의 문제다. 대통령과 집권당에 정치적으로 가까운 인사가 공개모집 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유력 후보로 알려졌다면, 정부가 먼저 연금·기금운용과 조직경영에 관한 전문성, 다른 후보와 비교한 우월성, 선임 절차의 공정성을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개모집은 경쟁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결론을 정당화하는 형식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개혁 말하는 정부일수록 더 엄격해야

결국 핵심은 이 사람들이 모두 무능하다는 데 있지 않다. 유능한 사람이라도 권력과의 사적·정치적 관계가 임명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공공기관의 독립성과 인사 절차에 대한 신뢰는 훼손된다. 그래서 개혁을 말하는 정부일수록 더 엄격해야 한다. 남이 하면 낙하산이고 우리가 하면 적임자인가. 남이 하면 보은인사이고 우리가 하면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재인가. 이 질문에 "우리 사람도 능력이 있다"는 답만 내놓아서는 과거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설명할 수 없다.

최근 유시민 작가가 이 대통령을 향해 "자신의 집권 연합을 스스로 해체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한 것도 그래서 흘려듣기 어렵다. 그는 대통령이 여당 대표 선출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에 대해서도 공화정 정신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표현의 강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경고의 핵심에는 일리가 있다.

이 정부를 만든 것은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고정 지지층만이 아니다. 12·3 비상계엄을 막고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민들, 더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기를 바랐던 진보·개혁세력, 이전 정부의 권력 사유화와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던 사람들이 넓은 정치연합을 만들었다. 그들에게 가장 큰 실망은 정책 하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비판했던 권력의 행태를 새 정부에서도 다시 발견하는 것일 수 있다.

2024년 겨울 광장의 시민들이 요구한 것은 윤석열 정부 사람을 민주당 사람으로 갈아 끼우라는 것이 아니었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공적 자리를 차지하고, 집권세력이 공공기관을 정치권의 전리품처럼 다루는 오래된 대한민국의 작동방식을 바꾸라는 것이었다. 개혁정부라면 바로 그 관행부터 끊어야 한다. 야당 시절 자신들이 들이댔던 잣대가 집권 뒤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을 억울해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자신들이 비판했던 정부보다 더 높은 기준을 스스로에게 적용할 때 비로소 개혁정부라는 명분이 생긴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다. 정권교체의 의미는 공적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의 이름을 바꾸는 데 있지 않다. 권력이 사람을 선택하고 공적 자리를 맡기는 방식을 바꾸는 데 있다. 그것마저 달라지지 않는다면 국민은 결국 묻게 될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는가."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비판하는 지지자가 아니다. 개혁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어느 날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지지율 하락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붕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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