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자폭드론 대당 수억인데…4초 만에 추락 쇼크 [르포]

이유정 2026. 8. 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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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쉽게 성공을 허락하지 않았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개발 중인 ‘한국형 자폭드론’이 25일 첫 해상 전투실험에서 두 차례 모두 발진 직후 추락했다. 러시아로부터 관련 기술을 이전받은 북한이 자폭드론 대량생산에 돌입한 가운데 우리 군은 기술의 한계와 맞닥뜨린 셈이다.


이란 샤헤드 닮은 자폭드론 만들었는데


우크라니아 키이우 상공서 포착된 이란제 자폭드론 샤헤드-136. 한국형 자폭드론도 이와 거의 유사한 모습이나, 해군은 전투실험이 예상과 달리 실패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오후 해군의 1만4500t급 대형수송함 마라도함(LPH-6112) 함수 갑판. ADD와 해군은 부산 남방 공해상에서 한국형 자폭드론의 ‘해양 운용검증 전투실험’을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드륵, 드르륵, 부다다다….”

ADD 관계자가 원격으로 시동을 걸자 이란의 샤헤드 자폭드론을 연상시키는 엔진음이 갑판을 뒤흔들었다. 샤헤드는 저가 피스톤 엔진 특유의 요란한 소음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돼왔다. 러시아는 샤헤드를 기반으로 한 개량형을 대량 운용하고 있다.

이날 실험의 목표는 자폭드론이 마라도함 우현 해상에 떠 있는 고속 무인 표적정을 탐지해 타격하고, 후속 드론이 표적의 파괴 여부를 확인하는 전투피해평가(BDA)까지 수행하는 것이었다.

갑판에 놓인 한국형 자폭드론은 외형도 샤헤드와 비슷했다. 동체 길이 3m, 중량 150~200㎏에 폭장량은 수십㎏이라고 한다. 함수 끝에 고박된 차륜형 발사대에는 드론을 사출하는 직사각형 캐니스터가 2단으로 설치돼 두 발을 연속 발사할 수 있는 구조였다.

“자폭드론, 발진!”

오후 3시30분 첫 시도. 원격 신호가 입력되자 드론은 꼬리에서 강렬한 로켓 화염을 뿜으며 바다 위로 튀어 올랐다. 표적인 고속 무인정을 향해 동체를 틀던 순간, 1~2초 만에 기체 앞머리가 하늘 위로 번쩍 들렸다. 곧이어 후미에서 불안정한 화염을 한 차례 뿜어낸 뒤 그대로 해상에 곤두박질쳤다. 발사부터 추락까지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드론이 뿜어낸 짙고 매캐한 연기가 갑판을 뒤덮었다. 시야 확보가 안 돼 실제 전투 상황이 벌어진 듯한 착시마저 들었다.

약 2시간 뒤 진행된 두 번째 시도도 마찬가지였다. 발진 3~4초 만에 동일한 기수 들림 현상이 나타났고, 드론은 다시 바다에 추락했다. 결국 표적 탐지와 타격, BDA 등 이날 해군과 ADD가 검증하려던 항목은 하나도 평가하지 못했다.

군 당국의 제안으로 언론에 공개한 전투실험이 두 차례 모두 실패한 것은 이례적이다. 해군은 실험 직후 당초 제공하기로 했던 사진과 영상도 배포하지 않겠다고 했다. ADD가 별도의 사전 리허설도 진행하지 않을 만큼 자신감을 보였지만, 정작 드론은 표적 타격은커녕 정상 비행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

이날 옅은 해무가 끼긴 했지만 바람과 파도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ADD 관계자는 “엔진 등 주요 파라미터(지표)와 시스템은 정상이었고 육상에서는 이보다 바람이 강한 상황에서도 비행에 문제가 없었다”며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정밀하게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드론과 발사대를 분해해 함정에 실은 뒤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 등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한국형 자폭드론, 해상 침투 못 하면 맹탕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김정은 동지께서 지난 14일 무인항공기술연합체 산하 연구소와 기업소들에서 생산한 각종 자폭 공격형 무인기들의 성능시험을 현지에서 지도했다″라고 보도했다. 뉴스1
해군과 ADD는 이번 실패만으로 관련 기술 확보에 실패했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투실험 자체가 개발 과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ADD에 따르면 해당 자폭드론은 육상에서 30여 소티(sortieㆍ출격)의 시험을 거치며 고정ㆍ이동 표적 타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다. 다음 달 체계 개발 완료를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해상 실험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상 운용 능력은 자폭드론의 실전성을 좌우할 핵심 요소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사시 동ㆍ서해를 통해 자폭드론을 은밀히 침투시키거나 군집 형태로 운용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지상보다 장애물이 적어 드론의 장거리 침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 군이 북한을 향해 자폭드론을 운용할 때도 해상은 중요한 침투 경로가 될 수 있다. 해상에서 안정적인 발사ㆍ비행 능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반쪽짜리 개발’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남측을 겨냥한 비대칭 전력 확보 차원에서 자폭드론 대량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의 뒷배를 자처한 러시아 역시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드론을 개발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관련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ADD는 러ㆍ우 전쟁의 전훈을 반영해 2024년 6월부터 국방선행연구 형태로 ‘K루카스’ 핵심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날 공개한 자폭드론이 K루카스의 기본형이다.

성능은 저가형인 샤헤드보다 이스라엘의 하롭 계열 자폭드론에 가깝다. 전기광학ㆍ적외선(EOㆍIR) 카메라로 표적을 직접 식별하고 비행 중 실시간으로 경로를 수정해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입력된 좌표를 향해 비행하는 샤헤드보다 정밀성이 높은 방식이다. 데이터링크 등 핵심 기술은 국산화했고 엔진은 영국산을 사용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수천만원대인 샤헤드와 달리 국산 자폭드론은 대당 수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대량 투입을 전제로 한 ‘저가ㆍ소모성 무기’라는 자폭드론의 특성을 고려하면 양산 단계에서 단가를 얼마나 낮출지가 또 다른 과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샤헤드는 3000만원, 미국의 루카스는 5000만원대인데 국산 자폭드론이 수억원대라면 현대전의 핵심인 가성비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부산=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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