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천하람 국힘 합류 생각하나” 말까지…이준석 전격 사퇴 전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6일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3 지방선거 이후 당의 자강과 쇄신을 위한 고민과 제안을 해왔지만, 당내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설득해내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표인 저에게 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저녁 당 핵심 관계자들에게 사퇴 의사를 처음 밝혔고, 2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거듭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이주영 정책위의장, 김성열·김정철 최고위원 등 개혁신당 지도부도 이날 사퇴했다. 이에 따라 개혁신당은 천하람 원내대표의 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고, 당헌·당규에 따라 60일 이내에 전당대회를 치른다.

이 대표의 사퇴 배경에는 폭발 직전인 개혁신당의 위기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개혁신당의 존립을 뒤흔든 계기는 지방선거 참패였다. 개혁신당은 젊은 후보와 ‘선거비용 99만원’ 등 공천 시스템 혁신을 앞세워 지선을 치렀지만, 192명의 후보 중 김기현 경기 화성시의원 한 명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김정철 후보가 0.82%의 득표율을 기록해 정의당 권영국(1.03%), 여성의당 유지혜(0.84%) 후보에게 밀리는 굴욕을 맛봤다.
그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의 피습 자작극 논란이 터져 당은 큰 타격을 입었다. 정 후보는 지난 4월 유세 중 차량 운전자가 던진 음료를 맞고 넘어져 뇌진탕을 입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 수사 결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인과 모의한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정 후보가 지난달 31일 피습 자작극 혐의로 구속기소 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개혁신당이 정치 쇄신을 외치면서 주요 지역 후보조차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신당 내부 균열도 커졌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4일 비공개 최고위서 불거진 이 대표와 천 원내대표 등의 충돌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이 대표는 개혁신당 의원들에게 경기 남부 지역에 출마하자고 제안했지만, 천 원내대표는 전남 순천, 이 정책위의장은 서울 송파, 이기인 사무총장은 경기 성남 분당에 나가겠다고 했다”며 “이 사무총장을 제외하고는 입장이 맞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당의 자강안으로 오는 총선에서 경기 남부 지역에 집중 출마하자고 제안했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단 것이다.
특히 이를 계기로 이 대표는 천 원내대표나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핵심 지도부 인사들이 국민의힘 합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생각해 실망감을 표출했다고 한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천 원내대표가 순천, 이 정책위의장이 송파를 고집한 건 사실상 개혁신당 안에서 승부를 볼만한 경기 지역에서 열심히 밭을 일구는 것을 거절한 것이고, 다시 말해 국민의힘 합류를 염두에 두고 몸을 사리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며 “이 대표는 ‘이건 사실상 당 핵심들이 국민의힘 합류를 내다보고 있는 것 아니냐, 우리 당 스스로 희생과 쇄신을 못 하는 데 여당을 어떻게 비판하겠나’라는 취지로 주변에 토로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천 원내대표와 이 정책위의장이 각각 순천과 송파 지역구 자체를 고집한다기보단, 이 대표의 제안을 거절하고 국민의힘에 합류해 새로운 지역구를 할당받을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본 것 같다”고 부연했다.
다만 다른 관계자는 “천 원내대표 등이 국민의힘 합류를 고려하거나 이를 추진한 적 없다”고 밝혔다. 이 정책위의장도 중앙일보에 “제 입장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당에 도움 되는 지역구로 출마한다는 것으로 한 번도 변한적이 없다. 앞으로도 당이 잘 되는 길에 같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갈등이 누적되며 최고위 당일 언성이 높아질 정도로 이견이 분출됐고, 오후 예정돼 있던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 예방 일정도 전격 취소됐다.
당의 간판인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개혁신당은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과의 흡수 통합론도 다시 고개 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난 개혁신당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나”라며 “당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합당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양당 지지층의 결합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류효림 기자 ryu.hyo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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