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안만 10건...‘제2 장미란’ 막을 성인실종법 11년째 실종

김규태, 류효림 2026. 8. 2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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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의 실종신고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인근에 25일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뉴스1

장미란씨 실종 사건에 대한 경찰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정치권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가 최근 11년 간 성인 실종자의 수사와 수색을 의무화한 법안을 10여 건 발의했지만, 한건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실종자는 18세 미만 아동이나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 환자를 뜻하는 ‘실종 아동 등’에 한정된다. 성인 실종은 경찰청 예규에 따라 ‘가출자’로만 분류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경찰이 수사와 수색에 나서는 아동 실종 사건과 달리 성인 실종은 구조나 수사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했다.

성인 실종은 지난해 7만814건이 발생하는 등 매해 7만 건에 육박하지만 실종 사건의 99.7%(2025년)는 수사나 수색 없이 종결됐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은 소재가 확인되거나 자진 귀가로 신고 해제 처리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성인 실종자 931명은 사망한 채 발견되는 등 사고나 강력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장미란(37)씨 등 실종자 허위 종결 사건으로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제주 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이 24일 오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제주지법에서 열리는 체포적부심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성인 실종에 대해 수색과 수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2015년부터 10여건을 발의했다. 실종 범주를 성인으로 확대해 ▶위치추적 ▶가족과 유전자(DNA) 확인 및 비교 ▶영장 없이 CCTV 확보 등을 가능케 해 빈틈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2015년엔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이 성인으로 실종자 범주를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가출이 대다수인 성인의 경우 사생활 침해와 공권력 낭비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국회 차원에서 충분한 토론이 필요한 사안으로 꼽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령 악성 채권의 피해자가 고의로 실종 신고 하는 등의 악용이 불가피해 국회와 관계기관 간 숙의가 필요한 법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2015년 11월 18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법안을 다룬 복지위 법안소위에선 토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 3분 만에 논의는 끝났다.

▶복지부 관계자=성인실종을 ‘실종아동 등’에 포함시키는 것은 다른 법익의 보호 측면도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최동익 위원=아동 실종 외에 일반적인(성인) 실종자까지 확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양승조 소위원장 대리=(법 통과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지요?
▶남인순·신경림·박윤옥 위원=예
▶양 소위원장 대리=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위원장님 안이라 특별히 배려가 돼야 하는데…특별히 배려해 계속 심사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웃음소리)

해당 법안은 2016년 5월,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여야에서 2017~2021년 발의된 4개의 법안도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반짝 이슈가 되고 이후 흐지부지되는 게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당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설전으로 정회된 직후 이른바 '배치기'를 하며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 들어서도 성인 실종 문제를 다룬 법안이 5건 발의됐다. 특히 2024년 임호선·허성무 민주당 의원과,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제정안엔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으로 조속한 발견이 요구되는 사람’을 특정 성인실종자로 규정해 ▶실종성인정보시스템에 등록 ▶위치 추적 ▶DNA 검사 및 대조 ▶관계 장소 출입 조사 등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뒀다.

이를 토대로 사생활 침해 문제와 공권력 낭비 등의 논란을 최소화했지만, 여야 정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7월 여야 공청회 합의 뒤 1년 넘게 논의가 중단된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야가 내란 정당 프레임으로 부딪히면서 법안 처리도 막힌 것 같다”고 했다. 당시 법안 발의에 참여했던 여권 관계자는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았던 법안”이라며 “만약 통과됐다면 장미란씨 사건처럼 경찰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해 암장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규태·류효림 기자 kim.gyut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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