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창동 “노동 소멸의 시대, 삶 지탱하는 건 사랑”

나원정 2026. 8. 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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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사진 넷플릭스]

한국영화 거장 이창동(72) 감독이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돌아왔다. ‘오아시스’(2002) 이후 24년 만에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그의 일곱번째 장편 영화다. 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엠갤러리에서 열린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에서 이 감독은 “베니스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공개하게 됐는데 최초의 관객 반응이 매우 궁금하다”고 말했다.

‘가능한 사랑’은 이 감독이 ‘버닝’(2018) 이후 8년 만에 연출 복귀한 작품이다. 해고 노동자인 남편 호석(설경구)과 10살 난 아들을 둔 미옥(전도연)은, 해고 노동자들을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그 남편 상우(조인성)의 인터뷰 제안에 응하면서, 감춰왔던 욕망을 마주하게 된다.

이 감독과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를 함께한 설경구, ‘밀양’(2007)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은 전도연 등 20년지기 배우들이 이창동 영화에 처음 합류한 조인성·조여정과 주연을 맡았다.

‘가능한 사랑’에 대해 이 감독은 “해고 노동자의 삶을 정직하게 다룬 다큐멘터리도 있는데 왜 굳이 극 영화로 해야 하나 확신을 갖지 못해서 엎고 단편영화로 만들어 정리하려던 이야기”라고 밝혔다. ‘버닝’의 공동 각본을 쓴 오정미 작가가 “다른 부부의 이야기와 겹쳐서 이야기하면 영화에 다른 결이 생기고 풍부해질 수 있겠다”고 제안하면서 지난해 초 영화가 되살아났다.

영화 제작 동기에 대해 “10여 년 전 한 대기업에서 벌어진 대규모 정리해고와 그에 맞선 노동자들의 파업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사건”이라고 밝힌 이 감독은 “당시 노동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경제적인 것뿐 아니라 우리 보통 사람들의 삶 자체가 바뀔 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의 발전과 함께 노동 자체가 소멸되는 현실에 다가가고 있다”면서 “삶을 지배하는 힘이 강해질수록 우리 삶을 지탱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덧붙였다.

이창동 감독은 “끝내 자유를 향해 나아가려는 마음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뉴스1]

‘가능한 사랑’에서 다큐 감독의 남편이자 제작자로 소개되는 상우 역은 ‘버닝’에서 스티븐 연이 연기했던 신자유주의의 두 얼굴, 보이지 않는 손을 상징한 캐릭터와 닮은 듯 보인다. 이 감독은 “힘 있고 매력적이고 모든 것에 능하지만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그런 이미지는 조인성씨만 떠올랐다”고 말했다.

‘가능한 사랑’은 이창동 감독의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넷플릭스 제작을 결정한 지난해 전반기가 한국영화의 체질이 가장 약화했던 시기다.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을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켜줬다”면서 “영화산업의 구조는 이미 바뀌어가고 있고 그 변화 추세는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안에서 영화가 얼마나 관객과 가까워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능한 사랑’은 내달 23일 극장 개봉 후 11월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그에 앞서 내달 2일 개막하는 베니스영화제에 이어 토론토국제영화제·뉴욕영화제에도 잇따라 초청됐다.

나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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