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강남엔 왜 안 통할까… 정책보다 센 ‘닻내림 심리’

조효석 2026. 8. 2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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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출범 이래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에 고강도 규제를 펼쳐 왔다.

논문은 2005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20년 넘는 아파트 실거래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가시장일수록 과거 최고가에 집착하는 '닻내림(Anchoring)' 심리가 훨씬 더 강력하고 끈질기게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정책금리 적용을 받는 서울 외곽 아파트 거래가 불붙은 것도 중저가 시장일수록 금리에 민감하다는 면에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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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제] 행동경제학으로 본 집값의 역설

정부는 출범 이래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에 고강도 규제를 펼쳐 왔다. 대출 규제와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 최근 내놓은 세제개편안까지가 주로 겨냥한 건 상승일변도였던 서울 부동산, 그중에서도 가장 비싼 강남 아파트 시장이다. 그러나 결과는 아직까지 신통치 않다. 정부 규제가 발표될 때마다 고가 주택 시장은 잠시 움찔했을 뿐 다시 상승세를 이어왔다. 게다가 강남 바깥 시장에선 집값에 더 거센 불이 붙었다. 정책의 의도를 거스르는 이런 현상을 두고 부동산학계에서도 분석이 활발하다. 25일 국민일보는 관련 논문으로 이유를 들여다봤다.

강남 집주인은 왜 안 내릴까

최근 한국부동산원 학술지 ‘부동산분석’에 실린 ‘매도자의 닻내림 심리와 아파트 가격의 하방 경직성 연구’ 논문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고가지역 주택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분석했다. 일반적인 수요 공급 논리라면 정부가 매수를 어렵게 만든 상황에서는 줄어든 수요 때문에 가격이 떨어져야 하지만 실제 양상은 그렇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논문은 2005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20년 넘는 아파트 실거래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가시장일수록 과거 최고가에 집착하는 ‘닻내림(Anchoring)’ 심리가 훨씬 더 강력하고 끈질기게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앉아서 큰 손해를 볼 수 없다는 ‘심리 기반 경직성’이 작동해서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이 닥쳤을 때 부동산 시장에는 금액을 내리는 압력이 가해진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매도자의 닻내림 심리는 이 압력에 대항하는 성질이 있다. 논문은 금리가 1% 포인트 오를 때 ㎡당 1000만원 수준 고가 아파트는 8~9% 정도 가격이 내려가지만 ㎡당 300만원 수준 중저가 아파트는 12% 가깝게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집값이 쌀수록 금리에 취약하고, 비쌀수록 잘 버틴다는 얘기다. 최근 정책금리 적용을 받는 서울 외곽 아파트 거래가 불붙은 것도 중저가 시장일수록 금리에 민감하다는 면에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정부 규제는 매도자들의 불안을 자극해 닻내림 성향을 오히려 강화시켰다. 그 와중에 고가주택을 사들이는 건 현금부자들이다. 과거 최고가 고집을 꺾지 않는 매도자의 매물을 현금부자가 사들인 초고가 거래만 시장에 남는다. 이 때문에 기록상 고가 우량자산 위주로 거래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실제로 최근 시장에서 핵심은 ‘시장의 분절화’ 현상이다. 저자인 김유승 서울교통공사 과장은 이 경우 소수 거래가 시장 전체 가격 형성에 과도한 영향을 주는 ‘왝더독’ 현상이 생긴다면서 “역설적으로 정책적 통제력을 더욱 악화시키는 교란 요인이 된다”고 적었다.

왜 이 가격만 잘 팔릴까

같은 학술지에 실린 ‘종합부동산세 과세 임계점에서의 주택 거래 행태 왜곡’ 논문은 과세 구간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2016년부터 올해 4월까지 실거래가 데이터를 분석한 서울시 부동산정책개발센터 양지영 박사는 “납세자들은 거래 가격을 낮추는 대신 임계점 이하 물건을 선택하고 거래 시점을 조정하는 저비용 회피 전략을 취한다”면서 “가격은 경직적이지만 행동은 유연하다”고 짚었다.

논문은 종부세가 적용되는 공시가격을 산출하기 위해 실거래가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적용해 근삿값을 계산했다. 그 결과 과세 임계점인 공시가 아래에 극단적으로 거래가 쏠리는 현상이 관찰됐다. 정부가 세금 부담이 급증하는 과세 장벽을 세워 고가 자산 거래를 조절하려 했지만 집주인들은 가격을 임계점 아래로 내려놓지 않았다. 그보다는 과세 문턱 바로 아래 매물만 골라서 거래되는 양상만 강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정부가 과세 임계점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12억원으로 바꿔놨지만 같은 양상이 반복됐다. 일부 고가 지역만 그런 것도 아니다. 강남3구와 비강남 지역의 가격 단절 크기는 각각 -0.00076과 -0.00078로 소수점 넷째자리 수준까지 똑같았다. 특정 가격대 거래 쏠림이 다른 변수가 아닌 세금 구조 자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이야기다. 양 박사는 “현재의 단절적 종부세 구조가 시장 왜곡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지역별 차별화된 임계점 설계보다 과세 단절 구조 자체의 근본적 개편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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