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기자가 한동훈에게 보내는 한 토막 법률소양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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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의원이 말한 내용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유죄 증거로 사용되지 못했다.
책임론에 직면한 한 의원의 출구전략은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실체는 있다'면서 국회에서 녹음파일을 들어보자는 무리수다.
한동훈 의원이 말한 녹음파일은 2020년 노웅래 의원에게 청탁과 돈을 전달한 브로커 박아무개씨의 배우자 조아무개씨 휴대전화에서 나온 것으로, 노웅래-조씨 대화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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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선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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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 2026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
| ⓒ 문화일보 제공 |
원죄는 3년 8개월 전의 오버다. 그는 2022년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당시 법무부장관으로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돈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무척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범죄혐의와 증거 관계까지 공개했다.
그런데 21일 노웅래 전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뇌물수수 사건 항소심 판결에서 무죄가 나왔다. 1심도 무죄였다. 한동훈 의원이 말한 내용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유죄 증거로 사용되지 못했다.
책임론에 직면한 한 의원의 출구전략은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실체는 있다'면서 국회에서 녹음파일을 들어보자는 무리수다. 검사 선배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인민재판에서나 할 수 있는 무식하고 무지한 주장"이라고 직격했다.
한 의원 주장에는 수사 절차 위반은 사소한 문제라는 인식이 담겨있다. 물론, 현재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주장이 형사사법시스템의 핵심 원리인 영장주의를 무시하거나 외면한 것이라는 점이다. 집권세력에 투쟁하는 야권 정치인의 이미지를 생성하느라 바쁜 한 의원에게 한 토막 법률소양강의가 필요한 이유다.
무죄 선고의 이유
한동훈 의원이 말한 녹음파일은 2020년 노웅래 의원에게 청탁과 돈을 전달한 브로커 박아무개씨의 배우자 조아무개씨 휴대전화에서 나온 것으로, 노웅래-조씨 대화가 담겨있다.
검찰은 브로커 박씨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불법정차지금 기부와 청탁 명목 금품 제공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 조씨 휴대전화를 압수해서 전자정보(녹음파일)를 뒤졌다. 여기서 노웅래 전 의원 관련 단서가 나온 것인데, 검찰은 상당 기간 전자정보 선별 작업을 계속했다.
검찰은 추후 절차 문제가 발생할 것을 염려한 나머지 휴대전화 탐색을 중단한 뒤 조씨로부터 휴대전화를 제출받았다.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 압수수색 영장 없이 조씨 휴대전화를 뒤진 셈이다.
대법원 판례는 명확하다.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라면, 수사기관은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 (2016도348)
노웅래 사건 항소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5-2형사부, 재판장 김용중 부장판사)가 "전자정보에 관한 증거취득 과정에서의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은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영장주의 내지 적법절차의 원칙을 훼손한 것이어서 그 위반의 정도가 중하다"라고 판단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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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7일 오후 대검찰청에서 신임검사 신고식이 진행되고 있다. |
| ⓒ 대검찰청 |
수사기관의 인권 침해에 대한 법관의 사전적·사법적 억제를 통하여 수사기관의 강제처분 남용을 방지하고 인권보장을 도모한다는 면에서 영장주의의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헌재 96헌바28, 2011헌가5 등)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는 신체의 구속을 둘러싼 수사기관의 영장주의 위반 문제가 컸다면, 최근에는 휴대전화 속 전자정보 탐색에 대한 영장주의 위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대법원은 '전자정보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재산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휴대전화 전자정보 탐색에서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위반하는 것은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는 헌법적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행위인 셈이다.
영장주의가 조금이라도 뒷걸음을 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휴대전화 전자정보를 뒤져 온갖 별건 증거를 캐내고, 피의자나 참고인을 압박하고, 경우에 따라 정치적 목적과 결합되는 일이 더 잦아질 수 있다.
영장주의 위반에 따른 무죄 선고를 두고, 실체가 있으니 위법수집증거라도 까보자는 주장은 최소한의 법률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꺼내기 힘든 말이다. 그것이 검사였던 사람의 말이라면, 위험하다. 6시간 동안 영장주의을 비롯한 헌법적 국민 기본권 보호장치가 일시에 땅에 떨어진 '내란의 밤'을 국회에서 직접 경험했던 정치인의 주장이라면, 더더욱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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