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LIV 전쟁, 매킬로이가 없었다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24일(한국시간) LIV 골프의 2026시즌이 끝났다. 리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지난 4월 “2026시즌을 끝으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줄곧 휘청거렸다.
내년에 축소된 일정과 상금으로 ‘2.0 버전’을 이어간다지만, 설령 살아남는다 해도 예전의 위세와는 거리가 먼 미미한 존재로 쪼그라들 공산이 크다. 사실상 LIV 체제는 끝났다.
2022년 출범 당시만 해도 오일머니가 유입되면 골프 생태계가 한층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부작용이 훨씬 컸다. 양 투어가 최상위 스타 영입 경쟁에 전력을 다하면서 중하위권 선수들의 출전 기회와 상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힘없고 죄없는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PGA 투어 일반 직원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었다.
5년 가까운 내전을 거치며, ‘정직’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던 골프 역시 탐욕스럽고 허약한 스포츠였다는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런 면에서 PGA 투어를 중심으로 한 기존 골프 진영의 승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그 승리의 중심에는 로리 매킬로이가 있다.

LIV는 오일달러로 무장한 사우디가 기존 골프계에 투하한 핵폭탄이었다.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으며 기존 질서를 뒤흔들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상금과 계약금 앞에서 대다수 스타는 흔들렸고, 에이전트를 통해 조용히 득실을 계산했다.
돈에 흔들리지 않고 전면에 나선 이는 매킬로이였다. 그는 “돈보다 중요한 것은 역사와 유산”이라며 골프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LIV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골프 무대라면 차라리 은퇴를 택하겠다”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고뇌와 상처도 깊었다. 총대를 메고 최전선에 선 그를 벼랑 끝으로 몬 것은 다름 아닌 아군이었다. 2023년 제이 모너핸 PGA 투어 커미셔너는 선수들 모르게 PIF와 기습 합의를 맺었다. 최선봉에 장수를 홀로 두고 사령관이 적과 밀약을 맺은 셈이었다.

PGA 투어 잔류 선수 내부 갈등도 극심했다. 스타 선수들은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 상위 랭커에게 보상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반 선수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매킬로이가 중재에 나서는 사이 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까지 발생했다. 이는 매킬로이에게도 무거운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다.
2024년 불거졌던 이혼 소송 취하 해프닝은 투어 간 갈등이 가장 첨예하던 시기였다. 총대를 메고 나가 장기간 소모전을 치른 피로가 개인의 일상까지 갉아먹은 셈이다. 그해 US 오픈에서 브라이슨 디섐보에게 당한 뼈아픈 역전패 역시 PGA 투어를 지킬 대표 선수라는 중압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는 투어의 촛불이자 방패였다. 그 과정에서 실수도 했고, 배신도 당하고 사생활마저 흔들린 비극적 영웅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매킬로이가 버티지 않았다면 골프계는 LIV에 평정됐을 것이다. “절대 안 간다”며 손사래 치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적한 선수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됐을 것이다.
골프 역사에 영원히 남을 지난 5년은 ‘PGA 투어 대 LIV’ 전쟁이 아니라, 사실상 ‘로리 매킬로이 대 LIV’의 전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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