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기행’ 이정은, 이런 엄마는 처음이야…“‘진짜 미쳤나’ 싶죠” [IS인터뷰]

이수진 2026. 8. 2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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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엄마가 진짜 미쳤나’ 싶은 영화에요.”

배우 이정은이 영화 ‘경주기행’에 대해 한 마디로 설명했다. 딸을 잃은 엄마가 감정을 잃고, 8년을 기다린 끝에 가해자를 직접 납치하고 복수에 나선다. 이정은은 지금껏 보여준 ‘엄마’의 얼굴과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이정은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개봉 전까지 벌써 4번을 봤다. 주변 반응이 너무 좋다. 이 반응들이 결국 표로 다 이어지면 좋겠다. 그런 염원이 있다”고 말했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나는 네 모녀의 복수극이다. 

이정은은 극중 동네 수선집을 운영하며 평범하게 생계를 이어가는 가족의 엄마 옥실 역을 맡았다. 옥실은 막내딸 경주를 살해하고 8년의 실형을 살고 나온 백상현(변요한)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를 납치하고, 세 딸과 함께 위험한 여정을 시작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제가 연기한 옥실보다 딸들의 분량이 더 작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세 딸들을 엄청난 배우들이 맡아줬다. 이들이 각 인물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는 호평을 들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경주기행’ 캐스팅을 가장 먼저 확정 짓고 약 1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다. 작은 규모의 작품이었던 만큼, 처음부터 지금의 캐스팅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영화를 들어갈 때 1순위로 생각하는 배우들을 다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경주기행’은 예산도 작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독립영화에 있는 배우들이나 신인들이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공효진이랑 박소담한테 시나리오를 받았다고 연락이 왔다. ‘시나리오가 좋아서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는데, 공효진은 ‘엄마가 하니까 하지’라고 했다.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공효진이나 박소담은 너무 좋아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존경하는 배우들이죠. 장면을 해석하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고 작업을 할 때도 열정적이죠. 그런 태도가 준비돼 있으면 현장은 좋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함께 연기한 장면들을 봤을 때 쾌감이 있었죠.” 

‘경주기행’의 중심에는 엄마 옥실이 있다. 그는 “딸들은 엄마를 떠날 수 있었는데 결국 버리지 못한 것”이라며 “보통 사람들은 ‘엄마를 설득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남아있는 가족은 하나다. 설득이 필요한 관계가 아니라, 당연히 같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를 만드는 여정 자체도 ‘경주기행’과 닮았어요.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만들어질 수가 없는 작품이었죠. 그래서 후반부에 촬영한 분량은 혼자 촬영해야 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딸들이 없으니까 굉장히 섭섭한 마음도 들었어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정은은 옥실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 김미조 감독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막내딸의 죽음을 마주하는 회상 장면에서 감정이 폭발하기 위해서는, 그전까지 보여지는 옥실은 철저하게 ‘메마른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안으로 우는 감정을 표현해야지, 밖으로 꺼내면 인물이 감정을 해소해버린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막내딸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아빠는 주저앉지만, 엄마는 꼿꼿이 서서 버텨내는 것도 감정을 절제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선택이었죠.”

그렇다고 ‘경주기행’ 속 이정은이 마냥 무겁고 축 처져있는 인물은 아니다. 카 체이싱부터 몸 싸움까지,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이정은의 다채로운 액션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옥실이 행하는 액션을 ‘생활액션’이라고 칭했다. 그는 “머리를 쥐어뜯거나 발로 때리는 장면 등 생활 속에서 녹아져 나오는 연기가 많다. ‘나이도 많은데 엄마가 진짜 미쳤나’ 이런 생각이 든다. 다른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라서 연기하면서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액션으로 맞붙는 장면은 변요한 배우가 잘 리드해줘서 좋았죠. 벌써 네 번이나 작업을 같이한 친구라 친밀감이 남달라요. 예전엔 예쁘장하게 생겼다고 생각해서 ‘멜로를 좀 하지’라고 조언을 한 적도 있었는데, ‘그냥 다른 것 하고 싶어요’라고 했죠. 도전하는 모습이 멋있는 배우죠.”

이정은은 연출을 맡은 김미조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감도 드러냈다. 그는 김 감독에 대해 “같이 작업하면서 느낀 것은 글을 굉장히 잘 쓰는데 그림도 잘 만든다. 그런데 시간도 잘 지킨다. 베테랑 감독들도 하기 힘든 일”이라며 “굉장히 계획형인 것 같다. 평상시에도 시나리오를 계속 쓰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다”고 극찬했다.

“감독님 색채 자체가 굉장히 독특해요. 데뷔작인 ‘갈매기’에서도 끝까지 투쟁하려고 하는 여자가 나오죠. ‘경주기행’도 마찬가지고요.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지점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수많은 작품에서 현실에 발붙은 얼굴들을 생생하게 그려온 이정은은 여전히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작업을 시작할 때 주연이나 조연을 따지면서 하지 않는다. 역할의 크기보다는 배역 자체로 접근을 한다”며 “다른 캐릭터들로 확장시켜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엄마뿐 아니라 이모, 고모, 선생님도 다 맡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극장가에는 수많은 작품들이 관객을 선택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데, 이정은은 ‘경주기행’의 매력을 단순하게 꼽았다. 

“‘오디세이’는 봤고 ‘스파이더맨’은 못 봤는데요. 어쨌든 사람들의 선택을 받고 성공하는 건 좋은 영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경주기행’도 좋은 영화니까, 잘 됐으면 좋겠어요. 감독의 생각이 명확하고, 그 명확한 생각을 배우들이 잘 옮겼기 때문에요. ‘경주기행’에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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