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으로 군 전문성 약해지면 북한에 전략적 이익"[장세정의 직격토론]

장세정 2026. 8. 2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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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 좌담회


장세정 논설위원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폐합해 대전 자운대에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겠다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지난 7월 발표 이후 군 안팎에서 반발이 거세다. 국방부는 현대전 양상의 변화에 맞춰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3개 사관학교 총동창회는 각 군의 전문성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한목소리로 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육사 출신이 세 번 쿠데타를 했다"고 언급하며 쿠데타 방지를 위해 사관학교 통합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해 논란을 더 키웠다.
박판준(70) 육사총동창회장, 이범림(67) 해사총동창회장, 황성진(64) 공사총동창회장을 한 자리에 초대해 사관학교 통폐합에 관한 입장을 들어봤다. 육사 36기 출신으로 예비역 육군 대령인 박 회장은 한미연합사 계획운영처장과 국방부 장비과장 등을 역임했다. 해사 36기 출신으로 예비역 해군 중장인 이 회장은 제3함대사령관, 합참 차장, 해군사관학교장 등을 지냈다. 공사 33기 출신으로 예비역 공군 중장인 황 회장은 공중전투사령관, 공군사관학교장, 공군작전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박판준 육사총동창회장
전문성 무시, 물리적 통폐합 반대
'분리교육·교류·합동운용'이 대안
사관학교 통합 태국, 쿠데타 잦아


이범림 해사총동창회장
합동성 중시한 미군도 분리 운영
지금도 생도들의 교류·소통 충분
내륙선 교육 불가, 북한도 동해에


황성진 공사총동창회장
비효율은 기능통합으로 해소 가능
활주로 없는 자운대 필수교육 마비
통폐합은 국력 낭비, 재검토해야

국방부가 3개 사관학교를 통합해 국군사관학교 신설을 추진하자 반발해온 육·해·공사관학교 총동창회장들이 24일 전쟁기념관에서 만나 "정치적 의도로 강행하는 통폐합은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왼쪽부터 박판준(육사 36기), 이범림(해사 36기), 황성진(공사 33기) 총동창회장. 우상조 기자

Q : -통폐합에 대한 3개 총동창회의 공식 입장이 궁금하다.
A : ▶박판준=미래전에 대비한 교육혁신과 합동성 강화에는 찬성하지만, 물리적 통폐합엔 반대한다. 3군은 전장환경과 작전개념이 다른 만큼 통합하면 군별 전문성이 약해질 우려가 크다. 각 군의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면서 인공지능(AI)·드론·사이버 교육과 상호교류를 확대하는 ‘분리교육·통합교류·합동운용’ 방식의 개혁이 더 합리적이다. A : ▶이범림=사관학교는 각 군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양성 교육기관이지 먼 훗날 영관장교 수준에서 요구되는 합동성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생도 교육에서 합동성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1년 365일 전쟁을 수행하는 미군은 벌써 통합했겠지만, 분리해 운영한다. A : ▶황성진=합동성이란 각 영역의 전문성을 적시·적소에 통합 운용해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지휘통제의 영역이다. 이는 각 영역의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합동기획·전력발전·지휘통제 체계의 완전성과 균형 잡힌 조직·인력 운용을 통해 달성된다. 장교 양성 체계에서 제기된 문제는 잘못된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정책 수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Q : -국방부는 3군 분리 체제가 시설·인력·행정의 3중 낭비라는데.
A : ▶박=군의 특성을 간과한 주장이다. 세계 최강의 합동전력을 운영하는 미국도 3군 사관학교를 분리 운영하며 교차임관 등 생도 교환교육을 활성화한다. 통폐합은 교각살우(矯角殺牛)다. A : ▶이=일부 비효율이 있더라도, 백년대계인 생도 교육을 경제성 잣대로만 재단해 밀어붙이면 안 된다. 지금도 학년별 교류와 소통은 충분하다. 매일 얼굴 보며 생활한다고 합동성이 제고된다는 생각은 억지 논리다. 특히 해군 생도는 바다를 보며 함께 생활하고 생각하면서 4년을 보내야 바다를 이해하는 진정한 해군 장교가 될 수 있다. A : ▶황=일부 비효율은 통폐합이 아닌 기능 통합으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통합하면 신규 시설 건립, 이전 비용, 행정 비용 등 막대한 부대 비용이 발생해 통합에 따른 실질적 절감 효과는 미미해진다. 생도 시절 교류 부족이 합동성 발휘를 제약한다는 주장은 논리비약이다. 3군은 지금도 체계적인 상호 교차 위탁교육을 해오고 있다. 통폐합을 강행하면 공군은 항공우주 특성화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다.

2025년 10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이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발언, 통폐합의 정치적 본심 드러내"

Q : -대통령은 쿠데타 역사를 통합 근거로 거론했다.
A : ▶박=통폐합 배경에 육사의 역사와 정체성 약화라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말 아닌가. 통폐합으로 군의 전문성과 전투력이 약해지면 결과적으로 북한에 전략적 이익을 줄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 태국은 3군 사관학교와 경찰간부까지 한 사관학교로 통합하자 동기생들의 쿠데타가 자주 일어난다. A : ▶이=통폐합의 정치적 본심을 드러냈다. 일부 정치군인들에 의한 잘못된 쿠데타 사건 책임을 왜 사관학교에 물어야 하나. 계엄을 못하게 하려고 통폐합한다는 발상은 코미디다. 검증 없는 통폐합은 하늘의 보라매, 땅의 사자, 바다의 상어를 전문성 없는 '기형적인 오리'로 만들어 결국 전력 약화에 따른 국가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A : ▶황=통폐합은 '내란극복·미래국방설계를 위한 민관군 특별자문위' 권고에 따라 추진하는데, 대통령 발언과 국방부 설명을 보면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동기·연대의식으로 뭉친 거대 단일 사관학교가 출현하면 군대의 다양성이 저하되고, 사상·문화적 획일화로 군 지휘부의 집단 사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세력화 방지와 역사 단절이 목적이라면 통합에 앞서 견제와 균형을 갖춘 군 인사·보직 제도 개혁, 군 상부구조 개혁을 먼저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방부가 3개 사관학교를 통합해 국군사관학교 신설을 추진하자 반발해온 육·해·공사관학교 총동창회장들이 24일 전쟁기념관에서 만나 "정치적 의도로 강행하는 통폐합은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왼쪽부터 박판준(육사 36기), 이범림(해사 36기), 황성진(공사 33기) 총동창회장. 우상조 기자


육군 특혜 있다면 인사 제도 고치면 돼

Q : -육사 출신 특혜론과 육사 배제론도 제기된다.
A : ▶박=육군은 병력과 지휘부대가 많기 때문에 장성 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과거엔 육사 출신 편중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엔 비육사 출신 장성 배출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그래도 특혜가 있다면 인사제도를 고칠 문제이지, 학교를 아예 없애 군의 근간을 흔들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군 통수권자는 군을 정치적 과거사로 재단하지 말고 강하고 전문적 군대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A : ▶이=학사장교나 학군사관(ROTC)은 단기·중기 장교 자원 양성이 목적이다. 이들 다수는 단기 복무 이후 사회에 복귀하고, 소수가 직업군인의 길을 간다. 반면 사관학교 출신 장교는 처음부터 군인을 직업으로 선택해 출발점과 복무 목적이 다르다. 육·해·공군은 군별로 진급을 관리해 상호 진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A : ▶황=진급 규모는 군인사법에 따라 각 군에서 출신·병과·기술별 비율을 고려해 균형 있게 배정한다. 특정 군의 구조적 진급 특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합참 및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공통직위의 3군 비율 준수, 순환보직 원칙 등을 통해 해사·공사 출신 장교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Q : -국방부 설명처럼 대전 자운대로 이전하면 시너지가 생길까.
A : ▶박=막대한 이전비용과 80년 역사의 교육자산 훼손을 먼저 따져야 한다. 합동성은 각 군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갖춰야 발휘되지, 생도 교육기관을 합친다고 저절로 되지 않는다. A : ▶이=외국은 해사가 대부분 바닷가에 위치하고, 하물며 북한도 동해 쪽에 있다. 해사 생도는 학년별로 이순신 장군 유적지 탐방, 해병대 체험 실습, 함정에서 수병 체험, 주요 항구 방문 및 수병 체험, 외국 항구 방문 및 원양실습을 진행한다. 해사가 내륙으로 가면 필수 교육이 불가능하다. A : ▶황=활주로가 없는 자운대 이전은 공군의 필수 비행교육 체계를 마비시키는 잘못된 결정이다. 공사 생도에게 활공·동력·관숙비행은 3차원 공간 감각과 공중환경 특성을 익히는 대체 불가 필수 교육이다. 활주로 없는 자운대로 가면 공사 생도들은 청주와 대전을 오가며 귀중한 교육 시간을 길거리에 낭비해야 한다.

지난 7월 국회 앞에서 열린 '육·해·공사관학교 통폐합 및 육사 지방 이전 반대 총궐기 대회'. [연합뉴스]

드론·유도탄 중심 미래전 대비가 더 급해

Q : -반대해도 국방부가 통폐합을 강행하면.
A : ▶박=국방부는 공청회(26일) 이후 10월에 세부 추진계획을 예고했다. 3개 사관학교총동창회는 학부모, 예비역, 안보전문가 단체,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대규모 반대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의 졸속 입법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 A : ▶이=80년 전통의 모교가 폐교된다는 소식에 분노한 회원들이 하나로 뭉쳐서 졸속 통폐합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반대 모금에 동참하며 폐교 저지 운동에 나서고 있다. 일부의 불법 계엄 불똥이 왜 우리 아들·딸들에게 튀어야 하는지 울분을 토하는 학부모도 있다. A : ▶황=총동창회와 학부모 모임은 공군의 정체성과 자랑스러운 가치 수호를 위해 만장일치로 통합 반대를 결의하고 강력히 연대하고 있다. 국방개혁에 집중할 시기에 불필요한 국력 낭비를 초래하는 통합 추진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Q : -사관학교 통폐합보다 더 시급한 국방개혁 과제가 있다면.
A : ▶박=경제는 잘살고 못사는 문제라면,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다. 지금 시급한 개혁은 사관학교 통폐합이 아니라 북핵·드론·사이버전에 대비한 실질적 전투력 강화다. 통폐합은 육사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안보 문제다. A : ▶이=가장 시급한 국방개혁은 드론과 유도탄 중심의 미래전 양상을 정확히 예측·진단하고 한반도와 주변의 전쟁에 대비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대 구조, 병력 구조, 무기체계 발전 방향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A : ▶황=국방 책임자의 안보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 북핵에 대한 대응 역량 강화 등 실질적 안보 태세 확립, 인구 절벽 시대에 지속가능한 미래군 구조로 전환 등이 시급하다. 평화는 오직 철저히 준비된 힘으로만 지킬 수 있다.

장세정 논설위원(오른쪽)의 사회로 진행한 육·해·공 사관학교 총동창회장 좌담회. 우상조 기자

장세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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