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500가구 이하 재건축 권한이양 실효성 낮아”…당정안 반박

김민욱 2026. 8. 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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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빌라 단지. 뉴스1

서울시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권한 자치구 이양’ 방안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24일 밝혔다. 정비사업 인허가 권한 대부분이 이미 자치구에 있는 데다 서울시가 담당하는 심의 기간도 전체 사업 기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주택 공급을 앞당기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23일 고위당정협의회를 갖고 자치구 이양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500가구 이하 주택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광역단체장에서 기초단체장에게 이양하는 법안을 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을 잘 아는 자치구로 권한을 넘겨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을 줄이고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10차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서울시는 공식 입장을 통해 “서울의 정비사업 규모와 실제 인허가 절차를 고려하면 500가구 이하 사업의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한다고 해서 주택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거나 사업 기간이 단축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현장을 제대로 모르는 구호일 뿐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는 게 서울시 주장이다.

서울시가 근거로 제시한 것은 인허가 구조다. 정비사업의 9개 주요 인허가 권한 가운데 조합설립과 사업시행, 관리처분 등 7개를 이미 자치구가 갖고 있다. 서울시가 담당하는 것은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심의와 사업시행을 위한 통합심의 등 2개다. 서울시는 이 2개 심의에 걸리는 기간이 약 4개월이라고 설명했다. 정비사업 전체 기간을 평균 12년으로 볼 때 서울시 처리 기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7%라는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은 193곳인데 대부분이 이미 자치구가 담당하는 후속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공원 개발의 반대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또 서울시는 정비구역 지정권을 자치구로 넘길 경우 광역 도시계획과의 정합성(整合性)이 문제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면적이 좁은 서울은 자치구 경계를 넘어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인 만큼 용적률과 높이뿐 아니라 상하수도·도로·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서울시는 “자치구 경계에 맞닿은 정비구역에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면 형평성 논란이나 주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업 주체가 자치구 권한 대상인 500가구 이하에 맞추기 위해 기존 사업지를 쪼개거나 일부 지역을 제외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규모가 작으면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게 된다.

오히려 정비사업 현장에서 자치구 단계의 인허가 지연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법적 요건을 충족했는데도 일부 자치구에서 사업시행자 지정 승인을 보류하거나 통합심의를 통과한 사업장에 별도의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행정 절차가 길어지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기간 단축을 위해서는 권한 이양보다 이주비 대출이나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현장의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공정촉진회의 등을 운영하면서 정비사업에 걸리는 기간을 기존 18.5년에서 12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울시는 “제대로 된 주택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단순히 권한을 나누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여당에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고 기존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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