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사받았지만 징계 없었다"던 김병지, 알고 보니 '셀프 신고' 각하…윤리센터 "조사나 징계 논의한 적도 없다"

박동희 기자 2026. 8. 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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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윤리센터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습니다."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가 결백의 근거로 내세운 한 문장이다.

2023년 김병지 강원FC 대표가 취임한 뒤 장남 김 모 씨가 일하던 에이전시 애플라인드스포츠 소속 선수 다섯 명이 순차적으로 강원FC 유니폼을 입었다는 내용이었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이 24일 확인한 결과, 윤리센터는 김 대표를 조사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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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 강원FC 대표 "윤리센터 조사받았지만 무징계" 주장
-신고인도 피신고인도 김병지…6월 '각하' 의결 확인
-각하는 요건 미비 종결, 무혐의와 차원 달라
-"김병지 대표, 문 앞에서 돌려보낸 서류 두고 재판에서 이겼다고 말하는 것과 같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들의 무자격 에이전트 논란 관련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를 받았고 징계 없이 끝났다고 주장한 김병지 강원 FC 대표. 그러나 정작 윤리센터에선 김 대표의 주장을 '금시초문'이라 밝혔다. 결정문을 살펴보면 해당 건은 조사 없이 각하된 것으로 확인된다(사진=꽁병지 TV 화면, 더게이트)

[더게이트]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습니다."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가 결백의 근거로 내세운 한 문장이다. 장남의 무자격 에이전트 활동 의혹을 부인하면서 김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의 결정을 방패로 세웠다.

그런데 더게이트 취재 결과 그 방패는 속이 비어 있었다. 김 대표가 말하는 '조사'가 시작된 적도, '징계'에 대한 논의조차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윤리센터 역시 김 대표의 주장이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아들 에이전시 소속 다섯 명 순차 입단…김 대표 "사실이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
지난해 10월 글로벌 축구 통계 사이트 트랜스퍼마크트의 애플라인드스포츠 스태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병지 대표의 장남 김00씨(빨간줄). 그는 '라이센스'가 없는 상태에서 '에이전트'로 소개됐다. 라이센스가 없는 에이전트는 김00씨가 유일했다. 이 명단의 작성 주체는 통상 소속사 측으로 알려져 있다(사진=더게이트)
더게이트가 김병지 강원FC 대표 장남 김00씨의 취재를 시작한 뒤, 트랜스퍼마크트의 애플라인드스포츠 스태프 명단에서 김00씨 이름이 빠졌다(사진=더게이트)

더게이트는 지난해 11월 11일 '김병지 강원FC 대표 아들과 '0분 출전' 선수들…프로축구 '깜깜이 입단'을 밝힌다 [더게이트 탐사]' 기사를 보도했다.

2023년 김병지 강원FC 대표가 취임한 뒤 장남 김 모 씨가 일하던 에이전시 애플라인드스포츠 소속 선수 다섯 명이 순차적으로 강원FC 유니폼을 입었다는 내용이었다.

김 씨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 에이전트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 회사와 계약하면 강원FC 입단을 돕겠다"는 취지로 영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8월 2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꽁병지TV'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제가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육계 비리를 조사하는 스포츠윤리센터가 들여다보고도 징계하지 않았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이 24일 확인한 결과, 윤리센터는 김 대표를 조사한 적이 없다. 조사가 없었으니 당연히 징계를 논할 단계까지 간 적도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신고인 김병지, 피신고인 김병지…결과는 '각하'
스포츠윤리센터 심의위원회 결정문. 본인을 피신고인으로 한 사건 신고가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각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사진=더게이트)

김재원 의원실이 확보한 결정문은 매우 간결하다. 사건명은 '강원FC 선수 영입 및 에이전트 수수료 집행 관련 비리'. 신고일은 2025년 12월 3일, 의결일은 2026년 6월 22일이다. 주문은 한 줄이다. "이 사건 신고를 각하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신고인과 피신고인이다. 두 칸 모두에 '김병지(강원FC 대표이사)'가 적혀 있다. 김 대표가 김 대표를 신고한 셈이다. 

심의위원회 제1소위원회는 이 신고가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의4 및 관련 규정이 정한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신고인 본인을 피신고인으로 삼은 신고'라는 점이 이유였다. 사안의 내용이 윤리센터 관할 밖이라서가 아니라, 신고의 형식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김병지 대표, 문 앞에서 돌려보낸 서류 두고 재판에서 이겼다고 말하는 것과 같아"
김재원 의원과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사진=국회방송)

결정문이 인용한 제18조의4는 조사 범위를 정한 조항이 아니다. 체육계 인권침해나 스포츠비리를 알게 된 사람은 누구든지 스포츠윤리센터나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고 정한 신고 조항이다.

윤리센터가 조사하는 사안은 같은 법 제18조의3 제3항에 따로 열거돼 있다. 체육단체 임직원의 횡령·배임·뇌물수수, 지방보조금의 용도 외 사용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강원FC는 강원도에서 해마다 100억원대 보조금을 받는 도민구단이다. 내용만 놓고 보면 윤리센터 관할 밖이라 보기 어렵다.

중요한 건 '각하'라는 단어의 무게다. 각하는 신고가 접수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사안을 들여다보지 않고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혐의를 심리한 뒤 배척하는 '기각'과 다르고, 수사기관이 범죄 성립을 부인하는 '무혐의'와는 차원 자체가 또 다르다.

한 법조인이 "김 대표의 주장은 문 앞에서 돌려보낸 서류를 두고 재판에서 이겼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요건 미달로 종결된 서류를 "조사를 받았지만 징계를 받지 않았다"는 말로 바꿔 불렀다. 조사를 거쳐 혐의를 벗은 것처럼 들리게 하는 포장이다. 각하 의결이 나온 6월 22일부터 유튜브 발언이 나온 8월 21일까지 두 달이 흘렀지만, 그 사이 문서의 뜻이 달라진 건 없다.

지자체 프로축구단 고위층의 칸쿤 외유를 고발한 시민단체 소속 변호사는 "김 대표와 강원FC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은 민사소송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밝히는 게 온당하다고 본다"며 "조만간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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