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트럼프’ 매체마저 “패는 북한에”…美국방, 北조롱에 “할 말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친(親)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도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폭스뉴스는 23일(현지시간) ‘트럼프, 김정은과 핵 포커게임을 벌이다’라는 기사에서 “트럼프가 1기 행정부 때보다 합의를 타결할 유인이 훨씬 줄어든 북한을 마주하고 있다”며 “포커게임의 패를 누가 쥐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란전쟁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급하게 대화를 진행했다가 자칫 ‘핵 보유국 인정’이라는 북한의 숙원만 이뤄주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핵·미사일 가진 북한…“군사 옵션 없다”
폭스뉴스는 올 가을 김정은과의 회담 재개를 선언한 트럼프의 구상이 “이란과의 핵 대치에 갇힌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스뉴스는 이어 “이란과 달리 북한은 이미 성숙한 핵무기와 다양한 운반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그 위협에 대한 군사적 제거 가능성을 거의 남겨두지 않은 채, 8년 전보다 합의로 가는 길을 더 좁게 만들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이란에 대해선 핵 개발을 차단하겠다는 명분으로 선제 공격을 가했던 것과 달리, 실제 핵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는 북한에 대해선 군사적 옵션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김정은을 “핵 보유 세력(nuclear power)”이라고 했고, 지난 4월에는 한국을 겨냥해 “핵 무력 바로 옆 험지에 4만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19일에는 아예 “북한이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폭스뉴스에 “트럼프는 솔직히 이란에 대한 여론을 돌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북한처럼 50기, 60기, 심지어 70기의 핵무기와 여러 운반 체계를 보유한 나라에 대한 군사적 해결책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중국·러시아 지원…“지렛대 약해졌다”
유엔 대북 제재에 따른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난에 처했던 북한을 향해 ‘경제적 번영’을 약속하며 접근했던 2018년 북·미 회담 때와 달리 북한은 현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다는 점도 변수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에 대량의 포탄·미사일·병력을 제공했고 그 대가로 경제 지원을 두둑이 받았다. 러시아는 2024년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던 유엔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을 거부하며 감시 체계를 무력화했다. 중국도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공식 언급을 급격하게 줄이고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 협상할 이유가 더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완전하고 신속한 비핵화 합의는 현실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켈시 대번포트 군비통제협회 비확산정책국장은 “북한 핵무기를 빠르게 없애는 ‘그랜드 바겐(일괄타결)’은 없다”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 핵물질 생산 동결, 위기 소통선 구축 같은 제한적 합의가 더 현실적”이라고 제언했다.

‘훈련 축소’에도 무력시위…美국방 “할 말 없다”
실제 북한은 트럼프가 한·미 연합훈련 ‘을지자유의방패(UFS)’을 훈련 진행 중에 중단시켰음에도 이를 충분하지 않다고 일축한 뒤, 오히려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발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한국을 향해서도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서울은 제일 즐겨하던 전쟁놀이 판을 거두어야 하는 가긍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조롱했다. 그러자 미국의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트럼프가 세계 무대에서 미국을 망신시킨 사례”라는 비판이 나왔다.
미 국방부는 이날 트럼프의 UFS 축소 이후 나온 김여정의 성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의 질의에 “김여정에 대해선 추가로 제공할 내용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라 전술 능력을 강화하는 훈련을 지속하되 UFS 훈련 규모는 대폭 축소한 것”이라며 “미국의 훈련 목표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 패배’ 대비?…야당에 사위 보냈다
트럼프의 대북 대화 재개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의 사위이자 비공식 참모 역할을 하고 있는 재러드 쿠슈너가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뉴욕으로 찾아가 비공개로 만났다고 보도했다.

제프리스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공격의 선봉에 선 인물로,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에 복귀할 경우 하원 의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원 의장은 예산안과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걸거나 의회 차원의 조사·감독권을 활용해 행정부를 강력히 견제할 수 있다. 대통령과 각료에 대한 탄핵소추권도 하원에 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지난달 NYT 인터뷰에서 “책임을 묻는 데 있어 어떤 것도 정해두거나 배제하지 않았다”며 하원 트럼프에 대한 3번째 탄핵소추를 열어놨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해로운 각료들을 계속 확실히 제거할 것”이라며 “내가 보기엔 피트 헤그세스가 다음 차례”라고 지목했다.
회동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소식통들은 트럼프 주변 인사들이 민주당의 하원 장악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흑인인 제프리스의 얼굴에 콧수염과 솜브레로(멕시코 전통모자)를 합성한 사진을 올리는 등 제프리스를 원색적으로 비난해왔지만, 최근 들어 그를 “좋은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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